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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주차, 이주의 나쁜 선거보도

1. 여론조사 기관 공격에 나선 조선‧중앙일보

4·15총선 종로 지역구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자연히 종로구 지지율을 포함한 여론조사 결과도 많이 보도됐는데요. 2월 4주차 들어 대체로 이낙연 전 총리가 황교안 대표에게 10~20%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에서는 대중에 많이 알려진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결과도 있는데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느닷없이 '리얼미터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요지는 '원래 친여 성향인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는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중앙일보 <리얼미터 표본 편중 논란…응답자 66%가 "문 대통령 찍었다">(2/26)는 "여론조사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65.7%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얻은 표 비율 31.6%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라는 것을 의심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다만 중앙일보는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의도적 왜곡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며, 일부 반론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 <여론&정치/여론조사 표본은 입맛대로?>(2/27) 역시 같은 이유를 들며 리얼미터의 신뢰도를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비슷한 이유로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하고 있는 총선기획조사 결과도 비판했는데,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6%였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즉 조사 대상 상당수를 문 대통령 지지자로 구성했기 때문에 여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리얼미터는 계속되는 공격에 26일 직접 <종로구, 여론조사 기관별 후보간 격차 분석>이라는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작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는 비슷한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중 황교안과 이낙연 두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적은 조사 결과였습니다.

게다가, 조선·중앙일보가 내세우는 이른바 '표본 편중' 자체가 무리한 주장입니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전문가의 말대로 '승자 편중 현상'은 일반적인 현상이며 심지어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여론조사공정'의 2월 3일 조사결과에서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다는 응답자가 56.5%였습니다. '여론조사공정'은 극우 성향 '펜앤드마이크'로부터 여론조사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리얼미터는 조선‧중앙일보가 원하는 것처럼 이전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정하려 했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선관위가 지난 선거 결과에 가중치를 부여해 보정하는 조사를 2016년부터 금했기 때문이죠. 조선‧중앙일보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모두 무시한 채 오로지 리얼미터를 깎아내리는 데 열중한 겁니다.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선거 보도도 부적절하지만, 이렇게 부실한 근거로 여론조사 기관을 비난하는 것 역시 정치적입니다.

* 선정 위원 한마디
조선일보의 칼럼은 전문기자란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KBS보도에 비아냥조로 문제를 제기하고, 근거는 없이 자기 주장만 늘어 놓은 감정에 치우친 기사라 보입니다.

2. 언론의 백해무익한 '코로나19 정치'

최근 총선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연관 짓는 보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사설/중국이 '한국에 가지 말라' 한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2/25)는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문을 열어놨다가 중국이 한국을 위험국 취급하는 처지가 됐다"며, "한국에서 코로나19(조선일보는 '우한 코로나'라고 표현) 확진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감염원 차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중략) 총선을 앞두고 시진핑 방한 쇼를 하려는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 24일자 사설은 언론 역사에 기록될 만합니다. 중앙일보는 이 날 1면에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2/24)라는 특별 사설을 싣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는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바로 아래 배치한 <코리아 포비아…한국인들 비행기 탄 채 쫓겨났다>(2/24, 황선윤·김정석·백경서·정종훈·위문희 기자)에서는 몇몇 국가들의 한국인 입국금지를 '코리아 포비아'라고 명명해 비판적으로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딴에는 '한국인이 입국금지 대상이 된 건 중국인 입국금지를 안했기 때문이다'는 프레임을 만드려는 것이겠지만, '중국인 입국금지는 포비아가 아니고 한국인 입국금지는 포비아'라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28일 <안혜리의 시선/나라 전체가 세월호다>(2/28, 안혜리 논설위원) 칼럼에서는 "(우리는)중국에 조공 바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속국은 더욱 아니다"라며, "총선을 앞두고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맨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글 말미에는 코로나19 사태를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며, "나라 전체가 세월호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세월호의 비극은 그 때 한번이면 족하다"고 했습니다.

1월에는 신중한 기사도 냈던 조선‧중앙, 돌변한 의도는?

사실, 이 언론들이 처음부터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1월 말까지만 해도 나름 신중했던 겁니다. 조선일보는 팩트체크 기사 <우한 폐렴 Q&A,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1/28, 김철중·최원우 기자)에서 "하지만 실제 중국인 입국 금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중략) 전문가들도 중국인 입국 금지는 감염병 관리 조치로 과대하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라고 했습니다.

<사설/우한 폐렴 지나친 공포 누구에게도 도움 안 돼>(1/31)에서는 의사협회의 중국인 입국 제한 의견을 전하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는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중국인 입국 금지? 사스·메르스 때도 안 했고 WHO도 신중>(1/28, 정종훈·이유정 기자)에서 "국경을 아예 막아버리면 밀입국 같은 사각지대로 생각지도 못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중략) 이번에 전면적인 입국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중국의) 보복 차원에 또 다른 한한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인 입국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중앙일보의 의견은 아니지만 중앙일보 필진의 칼럼 <중앙시평/마음의 바이러스>(1/31,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아마 가장 심각한 것은 인종주의라는 마음의 바이러스일 것이다. 예컨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이라는 청원이 1월 23일 처음 게시된 이래 60만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서명했다"고 했습니다.

2월 들어 강경 일변도로 '중국 전역 입국금지'를 주장하며 돌변한 조선‧중앙일보의 의도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근거 없는 정치적 공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신천지 변수로 확진자가 폭증했다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조선‧중앙일보는 '중국인 입국금지'를 안 해서 사태가 악화됐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중국인 입국금지'가 답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제니퍼 B. 누조 존스홉킨스대 감염의학 교수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과거 전염병 사례들은 여행 금지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는 것이 실수라는 것을 증명한다>(2/2), 워싱턴포스트 계열 언론 복스(Vox)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여행 제한조치의 효과는 분명하다 : 작동하지 않음>(1/23), 2월 10일 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가 '입국 금지는 과잉대응'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것 등 사례는 셀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이런 분석들을 진지하게 다루키는커녕 균형 있게 전달하려는 생각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미 효과가 떨어진 '북풍' 대신 무슨 '중국풍'으로 총선 정국을 끌고 가려는 것인지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코로나19 사태 종식에도, 총선을 맞은 유권자의 선택에도 매우 유해합니다.

2월 4주차, 이주의 좋은 선거 보도

'선거 의제' 대상 여론조사 보도한 경향·한겨레

선거 초반 국면을 휩쓸고 지나간 '보수통합' 등 이합집산 이슈,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번 4·15 총선 역시 '정책 실종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이 정책 의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과거 선거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현재 그런 기사가 잘 보이지 않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선례를 보이며 활약했습니다.

경향신문 <유권자 77% "기후변화 공약 있는 후보에 투표 의향">(2/28), 한겨레 <유권자 77% "기후위기 공약 제시한 정당·후보에 투표">(2/28)는 보기 드물게 '정책 의제'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그린피스는 27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77.4%가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나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각 정당이 제시한 기후위기 관련 정책 공약을 아느냐'에 대해서는 88%가 '모른다'고 대답했고, 그 이유로는 '정당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실제 내세우는 정책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59.5%로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단순히 정보를 미인지한 것이 아니라 '정책을 살펴봤으나 없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고, 한겨레는 "현재 원내 정당 중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낸 정당은 지난 19일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한 정의당이 유일하다"고 해설을 달았습니다.

이런 보도는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여론조사 보도'로도 충분히 유권자 의제를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유권자들의 의제 인식까지 돌아볼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런 보도야말로 유권자에게 필요하고 유의미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선정 위원 한마디
앞으로도 좋은 보도 기대합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SZHdYn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HY31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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