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만 20세의 어린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의정부시청 소속의 국가대표 출신 쇼트트랙 선수 김예진은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필 편지를 올리며 "16년 간의 쇼트트랙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밝혔다. 김예진은 쇼트트랙을 계속 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해 은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하며 자신의 소속팀이었던 의정부시청의 감독과 코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2016-2017 시즌부터 대표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김예진은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경기에 참가해 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작년 2월 남자 선수의 진천선수촌 여자숙소 출입을 도와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 당했고 지난 2월에는 휴학생 신분으로 국내 대회 일반부 경기에 출전했던 사실이 적발되면서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세리머니에서 센터를 차지했던 김예진은 만20세의 젊은 나이에 빙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세리머니에서 센터를 차지했던 김예진은 만20세의 젊은 나이에 빙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 SBS 화면캡처

 
올림픽 금메달 이후 저지른 두 번의 실수와 만20세에 결정한 이른 은퇴

김예진은 평촌고에 재학 중이던 2016-2017 시즌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당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투톱' 심석희(서울시청)와 최민정(성남시청)을 비롯해 김아랑(고양시청), 김지유(성남시청) 등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경험이 적은 김예진은 2진에 포함됐다. 하지만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쇼트트랙 정예 멤버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김예진은 월드컵 5,6차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5차 대회에서 500m 은메달을 획득한 김예진은 2017년 2월 벨라루스에서 열린 월드컵 6차대회 500m 결승에서 올림픽 메달만 8개에 달하는 유럽 최고의 선수 아리안나 폰타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예진은 한국 쇼트트랙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스타트와 순간 스피드에서 장점을 보이는 선수다. 김예진은 그렇게 500m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김예진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선배들에 밀려 개인전 출전이 무산됐지만 3000m 계주에 출전해 한국의 금메달에 기여했다. 아직 대학 입학식도 치르지 않은 만 18세의 어린 소녀 김예진이 '평생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2018년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한 김예진은 2001년생 이유빈(연세대학교)과 함께 심석희, 최민정을 이을 한국 쇼트트랙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예진의 선수생활에 탄탄대로는 펼쳐지지 않았다. 작년 2월 진천 선수촌에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건우가 여자 숙소에 무단으로 출입해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김건우가 여자 숙소에 출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선수가 바로 김예진이었다. 김예진은 이 사건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 당하며 선수촌 입촌 금지 1개월 처분을 받았고 이 때문에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작년 연말 한체대를 자퇴한 김예진은 올해 1월 의정부시청에 입단하며 실업선수로 새 출발을 했다. 하지만 자퇴를 하기 전 휴학생 신분으로 출전했던 대회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예진은 작년 11월 '휴학생' 신분으로 회장배 전국남녀 쇼트트랙 대회의 일반부 경기에 출전했고 이것이 적발돼 1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결국 김예진은 징계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현역 은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최민정이 부활하고 김아랑, 김지유가 건재하며 이유빈, 서휘민(서휘민) 등 신예들도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김예진은 이제 소속팀도, 돌아갈 학교도 없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만20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이른 은퇴 결정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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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김예진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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