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성 좌이산 정상에는 그림 같은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이렇게 명당에 자리잡은 산불감시 초소는 처음 보았다.
  고성 좌이산 정상에는 그림 같은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이렇게 명당에 자리잡은 산불감시 초소는 처음 보았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꾸 몸이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 탓인지 일상생활도 몹시 조심스럽다. 내게는 답답하고 우울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숨구멍 같은 것이 산이다. 그래서 새송죽산악회 몇몇 회원들과 함께 한적한 고성 좌이산(415.8m)으로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 10분 창원 밤밭고개서 출발하여 산행 들머리인 명덕고개(경남 고성군 하일면)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0분께. 여기서 좌이산 정상까지 거리는 2.6km. 얼마 가지 않아 연분홍 진달래꽃, 노란 산수유꽃, 하얀 매화가 곱게 피어 있어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니 내 마음마저 환해지는 듯했다.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니 내 마음마저 환해지는 듯했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작은 섬들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좌이산 산행의 매력이다.
  작은 섬들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좌이산 산행의 매력이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좌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동화 속에 나옴 직한 이쁜 집이 보여 마음이 몹시 설렜다.
  좌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동화 속에 나옴 직한 이쁜 집이 보여 마음이 몹시 설렜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그러고 보니 한동안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깜빡 잊고 지냈다. 어김없이 제때에 기지개를 켜는 봄꽃들의 자태에 무거웠던 내 마음마저 환해지는 듯했다. 산행 내내 산길도 어찌나 폭신폭신하던지 발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웠다.

더군다나 작은 섬들이 아기자기 떠 있는 바다 풍경을 간간이 즐길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렇게 1시간 30분 정도 걸어갔을까, 멀리 정상부에 있는 앙증맞은 산불 감시 초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동화 속에 나옴직한 그림 같은 집이었다. 

시원스레 사방이 탁 트인 전망에 가슴이 벌렁벌렁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마늘밭이 그윽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마늘밭이 그윽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오후 12시 20분 남짓 되어 좌이산 정상에 이르렀다. 조선 초기에 봉수대(경남기념물 제138호)가 설치되었던 곳이다. 봉수대 둘레는 73m 정도였으나 현재 36m 석축만 남아 있다. 좌이산 봉수대는 통영 우산 봉수대로부터 신호를 받아 사천 각산 봉수대, 그리고 사량진 봉수대 및 소을비포 진영에 전달하는 망대로 활용되었다.

좌이산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서 가슴속까지 시원했다. 통영 사량도가 아스라이 바라다보였다. 산불감시 초소는 가까이서 보니 더욱더 이뻤다. 이렇게 명당에 자리잡은 산불감시 초소는 처음 보았다.

정상에서 김치를 곁들인 순두부와 빵으로 간단한 점심을 하고서 가리미고개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우리는 솔섬에 가기 위해 일윤사 갈림길에서 송천4길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한국학의 거장'으로 불렸던 고 김열규 교수가 살던 집 앞에 매화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며 활짝 피어 있는 모습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었다.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에도 화사한 봄이 내려앉고.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에도 화사한 봄이 내려앉고.
ⓒ 김연옥

관련사진보기

 
소나무가 많은 솔섬은 봄이 오면 진달래가 만발하는 꽃섬으로 변한다고 한다. 아직은 삭막한 솔섬 둘레길을 걸으며 연분홍으로 물든 봄 경치를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솔섬에 딸려 있는 자그마한 섬도 있는데, 마치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명덕고개로 되돌아가는 길에 마늘밭이 눈길을 끌었다. 꽃은 아니어도 파란 바다와 어우러져 그윽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어 기억에 남는다. 햇빛 부스러기 내려앉은 매화밭에서 봄을 느끼고,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연분홍 진달래꽃들을 보며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있었던 고성의 2월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태그:#좌이산, #좌이산산불감시초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