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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불판에 올려진 돼지고기 삼겹살. 처음엔 과연 대나무가 타지 않고 고기가 익을까 싶다.
 대나무 불판에 올려진 돼지고기 삼겹살. 처음엔 과연 대나무가 타지 않고 고기가 익을까 싶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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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다" "신기하다" "첨단이다" "기발하다, 굿 아이디어다" "아이템 판타스틱하다" "환상적이다" "신산업이다" "와우 맛있겠다" "담백해서 더 맛나겠다"…. 탄성의 연속이다.

궁금증도 줄을 잇는다. "정말 신기하다. 고기가 불에 타지 않나?" "어떻게 안 탈 수가 있지?" "집에서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그 집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 "과연 대나무의 고장답다"….

SNS에 올린 '대나무 불판'을 본 친구들의 반응이다.

'대나무 불판'은 대나무를 엮어 만든, 숯불구이용 대나무 석쇠를 가리킨다. 대나무에다 고기를 올려 굽는다. 대나무의 향이 고기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반대로 고기의 기름기는 쏘-옥 빠진다. 고기가 부드럽게 보인다. 맛도 좋다. 대나무의 은은한 향도 스며있다. 철이나 돌로 만든 불판을 써온 처지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대나무 불판에 올려진 돼지고기 삼겹살과 버섯. 푸른 대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하다.
 대나무 불판에 올려진 돼지고기 삼겹살과 버섯. 푸른 대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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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불판에서 익어가는 돼지고기 삼겹살. 푸른 대나무의 수액이 스며들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다.
 대나무 불판에서 익어가는 돼지고기 삼겹살. 푸른 대나무의 수액이 스며들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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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불판'을 개발한 사람은 이재열(60·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씨. 담양에서 많이 나는 대나무를 이용하면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관건은 대를 태우지 않고, 고기만 익히는 것이었다.

고민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고기와 대나무가 불에 타는 조건이 달랐다. 고기는 대체로 60∼70℃에서 익기 시작한다. 100℃ 안팎에서는 탄다. 대나무는 200℃ 전후에서 탔다. 직접 열을 가하는 직화방식이 아닌, 간접 가열일 때다.

불에 타는 온도를 안 뒤부터는 별나게 걸릴 것이 없었다. 특허도 받아놨다. 벌써 오래 전이다.
  
대나무 불판에 끼울 대나무 살. 일회용으로, 고기를 굽고 나면 버려진다.
 대나무 불판에 끼울 대나무 살. 일회용으로, 고기를 굽고 나면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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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살을 끼우는 대나무 불판. 대살을 하나하나 손으로 끼우는 게 조금은 번거롭다.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나무 살을 끼우는 대나무 불판. 대살을 하나하나 손으로 끼우는 게 조금은 번거롭다.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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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불판'은 시각적 효과가 탁월하다. 푸른 대나무로 엮은 불판이 입맛을 당겨준다. 탁하게 거무스름한 기존의 불판과 비교할 수가 없다. 눈이 화들짝 놀라는 게 당연하다.

대나무 불판에 올려진 고기가 익어가는 걸 보면 더욱 놀란다. 신기하게도 대나무는 타지 않고, 고기가 익어간다. 대나무가 머금은 수액이 고기로 스며들면서 서서히 노르스름해진다. 대나무 수액에는 무기질과 아미노산, 당류 등 갖가지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다.

자글자글 빠지는 기름기는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간다. 고기의 겉과 속이 같이 익는 것도 신기하다. 고기의 겉이 타지 않는다. 고기가 타면서 생기는 발암물질 걱정도 부질없다. 고기가 익으면서 나는 연기도 한결 적다. 양념된 고기를 올려도 매한가지다.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촉촉하게 익은 고기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힌다. 한 마디로 '대박'이다. 다 쓰고 난 대나무 살은 모두 버린다. 일회용이다. 기름기를 먹은 대살은 불에도 잘 탄다. 필요한 데서 가져다 쓴다.

흠이 있다면, 철판이나 돌판에 비해 고기가 더디 익는다는 점이다. 대나무살을 일일이 손으로 끼워야 하는 일도 번거롭다.
  
담양 대숲마을 주인장 이광미 씨가 대나무 불판에 대나무 살을 끼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담양 대숲마을 주인장 이광미 씨가 대나무 불판에 대나무 살을 끼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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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불판에서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돼지고기 삼겹살. 부드럽고 촉촉하게 보인다.
 대나무 불판에서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돼지고기 삼겹살. 부드럽고 촉촉하게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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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의 불편은 충분히 애교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프랜차이즈를 잠깐 했어요. 다들 장사가 잘 됐죠. 그러다가 특허를 둘러싸고 소송에 휘말렸어요. 결국은 이겼는데, 그 시간이 몇 년 걸렸습니다. 마음고생도 많이 했죠. 그 사이 저의 열정이 사그라들었어요. 사업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등 떠밀려 한 게 잘못이었죠. 지금은 마음 비웠습니다."

이씨의 말이다. 그는 업소용 외에 야외에서 쓸 수 있는 대나무 불판도 개발해 뒀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있다.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한테만 대나무 불판으로 구운 고기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따로 치장하지는 않고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합니다. 건물도 소박하잖아요. 특별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더라도, 어차피 손님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고요. 그저 진솔하게, 실속있게 장사하고 있습니다."

이씨의 마음가짐이다. 그는 대나무 불판으로 고기를 굽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별나게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스타일과 닮았다. 마을사람들이 부담없이 찾고 있다. 입소문을 들은 외지인들도 찾아온다.
 
대나무 불판을 개발한 이재열 씨. 대나무의 특성을 토대로 대나무 불판을 개발, 특허를 받았다.
 대나무 불판을 개발한 이재열 씨. 대나무의 특성을 토대로 대나무 불판을 개발, 특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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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나무불판, #대숲마을, #대나무삼겹살, #담양맛집, #대나무 석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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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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