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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장 향하는 문 대통령 여야 정당 대표들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접견한 뒤 회담장인 국회 사랑재로 가고 있다.
▲ 회동장 향하는 문 대통령 여야 정당 대표들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접견한 뒤 회담장인 국회 사랑재로 가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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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많은 언론들은 '중국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부가 불신을 키웠다는 진단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사망자도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국민들의 공포와 우려가 커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청원자의 대통령 탄핵 촉구 사유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 돌파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처럼 전하는 언론들. 그러나 정작 탄핵 사유의 합리성을 따져보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원자는 대통령 탄핵의 첫 사유로 '마스크 품귀현상'을 꼽았다. 중국에 마스크 300만 개를 지원한 대통령의 결정 때문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마스크 지원은 민간단체가 주도한 일임이 수차례 확인됐고, 그 때문에 국내 마스크 품귀현상이 생겨났다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또 정부가 마스크·의약품을 코로나가 창궐한 주변국가에 제공했다고 해서 탄핵 사유가 된다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기 알맞다. 탄핵 청원이 시작된 2월 4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을 두고 '방역의 모범'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검증 생략한 채 증오 끌어올리는 언론들
 
농협 하나로마트 마스크 판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번호표를 받은 1천명이 길게 줄을 서 구매했으나, 수백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 농협 하나로마트 마스크 판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번호표를 받은 1천명이 길게 줄을 서 구매했으나, 수백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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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지예수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국민 불안감이 커져가자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고, 몇몇 상인들의 사재기와 중국 큰손들의 물량확보 전쟁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언론이 마스크 대란을 문재인 퍼주기 프레임으로 치환하려고 한 때가 바로 이때부터다. '국민은 마스크를 못 구해 발 구르는데 중국에 마스크 300만 장 보내는 게 합당하고 다급한 일인지 의문'이라는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검증도 없이 수차례 인용되면서 진실처럼 포장됐다.

'300만 개 마스크 중국 지원 → 마스크 대란 → 대통령의 책임 → 탄핵 사유', 상식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이 주장에 100만 명이 청원에 동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를 기다리기도 했다는 듯 1면을 채워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속내가 궁금하다. '코로나에 분노한 민심' '탄핵 청원 100만 돌파' '마스크 대란이 화를 키워' 등의 제목과 함께 말이다. 검증은 생략한 채 정권에 대한 증오만 끌어올리는 기사로 첫머리를 장식한 언론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그런 신문들이 구독료 자동이체를 하면 마스크를 주겠다는 '마스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거다.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판을 치고 있다. 진원지는 다양하지만 언론도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제대로 된 검증은 고사하고, 미리 정한 논조에 맞는 통계나 사진들만 끌어다 쓰는 기사도 연일 쏟아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간 여러 사건들마다 지적됐던 언론의 편향성과 무분별한 받아쓰기는 더해졌으면 더해졌지 덜해지지 않았다. 고질적인 이념 편향이 체질화된 언론에게 가치 중립성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기계적 중립성마저 온데간데없다.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관련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친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은 대구·경북 지역을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 봉쇄조치를 하겠다고 브리핑을 했다. 봉쇄조치의 의미는 방역망을 촘촘히 하여 코로나19 확산 및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며 지역 출입 자체를 봉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부연설명까지 덧붙었다.
 
최고위원회의 참석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최고위원회의 참석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사진은 지난 2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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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중국 우한시가 봉쇄 이전에 500만 명이 도시를 빠져나가 전국을 감염시켰다'면서 '대구·경북 방역에 집중하는 것 못지않게 불필요한 사람 이동을 억제하고 집단 행사를 막으라'는 주문을 내놨다. 봉쇄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조선일보> 사설의 주문 내용도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하루 뒤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봉쇄'라는 말실수를 눈덩이처럼 키우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은 '26일 봉쇄 발언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당·정·청 모두의 책임이라 했고, 공권력을 이용해 대구 출입을 막겠다는 뜻으로 들린다는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도 자국민을 '최대 봉쇄'하겠다는 발상은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 하는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날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데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 인사들의 언행은 가볍기 그지없다고 질타했다. 여당 대변인의 말실수. 결국 홍익표 대변인은 하루 만에 대변인직 사퇴를 발표했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지만, 언론의 태도는 달랐다. 지난 2월 20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주최로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대정부 촉구' 성명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는 미래통합당 대구경북지역 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그런데, 의원들 뒤에 '대구 경북 코로나 확산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간담회'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코로나 확산방지 대책이 맞는 것 아니냐, 확산대책이 뭐냐?'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대책'의 잘못된 표현을 꼬집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에게 던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지난 2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추경호, 주호영, 정종섭, 김정재 등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이 긴급 간담회를 연 모습. 현장에는 '대구경북 코로나 확산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간담회'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지난 2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추경호, 주호영, 정종섭, 김정재 등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이 긴급 간담회를 연 모습. 현장에는 "대구경북 코로나 확산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간담회"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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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대구·경북 봉쇄' 발언은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말실수였다. 미래통합당 간담회에서의 '코로나 확산대책' 마련은 표현의 실수다. '확산대책'이라고 썼다고 해서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를 퍼트릴 대책을 세운다고 생각한 기자들은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봉쇄한다고 해서 대구·경북을 범죄시해서 총칼로 격리시킨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언론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말실수와 표현의 실수, 바로잡고 넘어가도 무방한 일이다. 대변인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정권의 책임까지 운운하는 언론이라면, '코로나 확산대책'을 현수막에 써놓은 미래통합당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밀어야 공정하다. 

종교가 과학·의학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는 신천교 이만희 총회장의 시각처럼 '마귀의 짓'으로 보일 수 있다. 종교가 정치를 앞세우면 한기총처럼 '집회 금지'라는 정부의 호소와 공권력의 권위마저 하찮게 여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공정성을 잃고 정치 권력에 기대는 예전의 못된 버릇을 반복하면, 국가 재난 상황에 여론을 걸러내는 백신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허위정보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중국 봉쇄는 못하면서 대구·경북 봉쇄만 고집한다'고 연일 정부를 성토하는 언론들,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져본다.

- 대구·경북만 3000명을 넘어서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산을 막는 길이 중국 봉쇄와 입국 금지라고 생각하는가?
- 3월 1일 현재 138만 명을 넘기고 있는 대통령 탄핵청원이 충분한 요건을 갖춘 민의의 발로라고 보는가?
- 마스크 대란을 신문 첫머리에 올리고도, 정작 자신들이 마스크 마케팅을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제1야당 대표의 '중국 봉쇄' 주장은 그대로 받아쓰고, 대통령 탄핵 청원을 실시간 중계하듯 보도하는 언론 때문에 국민들은 더 불안하고 혼란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개학연기, 어린이집 휴원 등 정부의 방침을 국민들이 묵묵히 따르는 건 정부와 방역 당국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무능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운 게 아니라, 정부와 방역 당국의 통제를 가볍게 여긴 특정집단의 부주의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오게 한 것이다. 근거도 없는 주장, 야당과 보수세력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키워 정부·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들. 코로나19도 무섭고 밉지만, 그런 언론들도 피하고 싶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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