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골을 성공시키기 가장 까다로운 곳에서 보여준 작은 차이가 엘 클라시코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후반전, 상대 수비수들의 발걸음이 느려졌을 때를 노리고 측면을 파고드는 부분 전술이 왜 필요한가를 잘 말해준 빅 게임. 엘 클라시코는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의 7만8357명 홈팬들을 활짝 웃게 만들어주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가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5시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9-2020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26라운드 FC 바르셀로나와의 홈 게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승점 1점 차이로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슈퍼 세이브 요령

사실 레알 마드리드 승리 지분 절반 정도는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반전에 FC 바르셀로나의 선취골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레알 마드리드 골문을 지키고 있는 티보 쿠르투아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기 때문이다.

34분에 앙투안 그리즈만의 패스를 받은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아르투르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달라붙는 수비수도 없었기에 상대 골키퍼만 제치면 빈 골문이었다. 하지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아르투르의 오른발 슛을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그로부터 4분 뒤에도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동료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완벽한 전진 패스를 받아 정면으로 빠져나갔고 누가 보더라도 골이라 직감하는 메시의 왼발 인사이드 슛이 곧바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기다렸다가 그 공을 쳐냈다. 

골키퍼가 골문을 등지고 앞으로 나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 공격수의 슛 타이밍을 읽고 몸을 날리는 것과 '슛 각도 좁히기'라는 사실을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이번 엘 클라시코를 통해 너무도 정확히 가르쳐준 셈이다.

19살 비니시우스, 최고의 순간 만들다

티보 쿠르투아 덕분에 전반전 실점 위기들을 잘 넘긴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전에 분위기를 뒤집어 놓았다. 56분에 이스코의 기습적인 오른발 감아차기가 바르셀로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의 손끝에 걸리기는 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 기운을 조금씩 일으키는 출발점 노릇을 한 것이다. 

그리고 71분에 짜릿한 결승골이 왼쪽 측면에서 나왔다. 그 주인공은 7월에 만 20살이 되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였다. 에당 아자르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어린 날개 공격수가 이번 시즌 두 번째 엘 클라시코의 주인공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손가락으로 바르셀로나 수비 뒤쪽 공간을 가리키는 순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기막히게 그곳을 돌아들어갔고 슛 각도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오른발 슛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그 슛 타이밍을 읽고 바르셀로나 센터백 헤라르드 피케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지만 비니시우스 오른발을 떠난 공이 피케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틀어지며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축구 게임 러닝타임 3/4 정도가 지나가면 상대 수비수들의 발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기에 양 팀은 그 때부터 집중적으로 상대 수비수들의 뒤쪽 공간, 그 중에서도 측면 풀백들의 뒤를 노렸고 레알 마드리드는 보기 좋게 성공시킨 것이다.

관중석 호날두 앞에서 쐐기골 넣은 마리아노 디아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선취골이 터지기 직전인 70분, 어웨이 팀 바르셀로나에게도 거의 비슷한 각도에서 먼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비달 대신 들어온 마틴 브레이스웨이트가 레알 마드리드 수비 뒤쪽 공간으로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슛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슛 각도를 좁히며 달려나와 브레이스웨이트의 슛을 기막히게 쳐냈다. 

반면에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은 마지막 선수 교체마저도 거짓말처럼 적중시키며 환하게 웃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카림 벤제마 대신 들여보낸 마리아노 디아스가 자신에게 온 첫 번째 슛 기회를 쐐기골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90+2분, 다니엘 카르바할이 던진 오른쪽 스로인 공을 믿고 바르셀로나 수비 뒤쪽 공간으로 빠져들어간 마리아노 디아스는 센터백 움티티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미끄러지며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굴려넣었다. 역시 슛 각도가 좁았지만 바르셀로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이 예측하지 못한 골문 오른쪽 포스트 방향으로 절묘하게 들어간 것이다.

이 쐐기골 주인공 마리아노 디아스는 유벤투스로 떠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등번호 7번을 이어받기도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은 24번을 달고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런데 마침 친정 팀을 방문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켜보는 바로 이 게임에서 감격스러운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으니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2019-2020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결과(2일 오전 5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레알 마드리드 CF 2-0 FC 바르셀로나 [득점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71분,도움-토니 크로스), 마리아노 디아스(90+2분,도움-다니엘 카르바할)]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현재 순위표
1 레알 마드리드 CF 56점 16승 8무 2패 48득점 17실점 +31
2 FC 바르셀로나 55점 17승 4무 5패 62득점 31실점 +31
3 세비야 46점 13승 7무 6패 37득점 27실점 +10
4 헤타페 45점 13승 6무 7패 37득점 25실점 +12
5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44점 11승 11무 4패 29득점 19실점 +10
6 레알 소시에다드 43점 13승 4무 8패 43득점 31실점 +12
7 발렌시아 CF 41점 11승 8무 7패 37득점 38실점 -1
8 비야레알 38점 11승 5무 10패 43득점 36실점 +7
9 그라나다 37점 11승 4무 11패 32득점 31실점 +1
10 아틀레틱 빌바오 34점 8승 10무 8패 25득점 22실점 +3
11 레반테 32점 10승 2무 14패 31득점 39실점 -8
12 오사수나 31점 7승 10무 9패 33득점 38실점 -5
13 알라베스 31점 8승 7무 11패 28득점 36실점 -8
14 레알 베티스 30점 7승 9무 10패 36득점 42실점 -6
15 레알 바야돌리드 39점 6승 11무 9패 22득점 29실점 -7
16 에이바르 27점 7승 6무 12패 25득점 37실점 -12
17 셀타 비고 25점 5승 10무 11패 22득점 34실점 -12
18 마요르카 22점 6승 4무 16패 26득점 43실점 -17
19 레가네스 20점 4승 8무 14패 19득점 38실점 -19
20 에스파뇰 20점 4승 8무 14패 23득점 45실점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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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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