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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연이은 죽음, 직장 내 괴롭힘, 경직된 조직문화 등에 의해 간호사들이 겪는 문제는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중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되는 것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학생이 간호사로 성장하기까지 겪는 일련의 사건들, 그런 일들이 어떻게 간호사들을 폐쇄적이고 경직되게 만드는지 세밀하게 짚어보려고 한다. 어떤 구조 속에서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가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결과 국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4회에 걸쳐 연속기고를 시작한다.[기자말]
간호대학, 간호학과는 면허 간호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대부분 간호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숭고한 생명윤리와 고도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4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간호사가 되는 것을 생각한다. 맞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간호학사는 전문직 간호사로서 그 역할을 존중받아야 마땅할 학위이다. 하지만 간호대학의 수면 아래에는 수많은 폐습과 폭력, 비민주성이 포장되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권 유린이 일상화, 군대보다 더한 간호사 조직
 
간호계의 반인륜적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의 첫 출발선, 간호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간호계의 반인륜적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의 첫 출발선, 간호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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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조직을 표현하자면, 대부분 군대보다 더한 조직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악습과 폐습, 뿌리 깊이 박힌 직장 내 괴롭힘을 간호계 내부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까지도 익히 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심지어 변화하는 군대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간호조직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간호계의 반인륜적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의 첫 출발선, 간호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1학년, 새내기 새로 배움터 시즌부터 간호계의 '태움'이라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고스란히 간호학과에 상륙한다.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새내기를 억압하는 간호학과 '군기 문화'는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매년 입학 시즌이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반인륜적이고 부패한 상명하복 문화를 답습한다는 폭로가 줄지어 올라온다.

더욱이 해가 갈수록 폭력성은 더해져 인사 강요, 개인 SNS 규제, 인사말 규제, 화장실 사용법, 화장 범위 제한, 타과 인사 금지 등 엽기적 행각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악습 중의 하나인 군대식 화법 '다나까 말투' 강요는 애교에 가까울 수준이다. 이렇게 심각한 수준의 폭력성을 가지고 시작된 간호학과 생활은, 결국 면허를 부여받아 간호사로서 업무를 할 때까지 이어진다. 직장 내 괴롭힘은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되었지만, 변화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간호학과는 학사과정 내내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은 실종된 채 폭력적 사육만 하는 실정이다. 오직 학생을 위하여 움직이고, 학생간호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간호대학이 반대로 재학생을 탄압하고 억압하는 것이 현실이다.

2학년은 어떠한가, 나이팅게일 선서식은 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는 걸 간호계 모두는 알고 있다. 임상현장으로 나가기 전 학생간호사로서 간호 윤리와 의료인으로서 사명을 갖기 위한 선서식이 아니라, 학교의 대외 홍보용 강제동원 행사로 전락했다. 학교에서는 나이팅게일 선서식 '연습'을 강제한다. 적게는 일주일에서부터 많게는 한 달까지. 선서식 직전에는 수업까지 빼가며 연습을 의무적으로 참석시키며, 1학년 후배들까지 강제동원하는 건 당연하다.

어디 연습 강제뿐일까. 선서식 준비 비용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납부하길 강요하고, 학교에서는 선서식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두발복장을 규제하고, 도우미로 참여하게 되는 후배들에겐 블라우스와 치마 등의 정장을 요구하고 없으면 개인이 마련하도록 협박한다. 간호학과에서 요구하는 복장 길이와 머리와 외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인권을 유린 당하는 상황이다.

간호 학생이 주인공인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조차 그 무대를 구성원들을 위한 행사가 아닌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하는 퍼포먼스로 만든 나머지, 개인의 인권과 자유는 감옥 수준으로 침해된다. 선서식 연습을 위해 간호학과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일정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학교의 강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입학 때부터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교수에게 부패를 항의할 수 없는 학과 구조에서 공익제보자가 되긴 쉽지 않다.

병동 보조 인력으로 전락한 임상 실습
    
지금의 간호대학 시스템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간호대학 시스템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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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임상 실습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에도 사람은 실종됐다. 실습에 나가면 현직 간호사들은 학생간호사를 태운다. 이 직장 내 괴롭힘의 바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습생 신분인 간호학과 학생들을 교육할 교육전담간호사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크게 한몫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매우 높은 임상 환경에서 학생들의 실습까지 책임져야 하는 환경이니 교육은 고사하고 실습은 병풍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유 없이 의자에 앉지도 못하게 만들거나 물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게 만드는 환경이다. 실습 본연의 임무가 아닌 청소, 탕비, 개인 심부름, 수액박스 수송 등 간호 직렬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을 숱하게 시킴으로써 병동 보조 인력으로 전락시킨다.

졸업 학년이 되어도 학과의 폭력에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못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취직과 직결되어 있는 특성 때문에 4학년은 교수 눈치 보기 바쁘다. 게다가 '간호인증평가'로 불리는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시기와 겹치면 간호학과 학생들은 강제로 평가인증에 동원되며 이는 방학이나 개인 사정하고는 관계없이 진행된다. 간호대학 4년의 스케줄은 학교의 강제동원, 의무참석의 병폐 속에 지나간다. 지난해 간호정책 선포식 또한 각급 간호대학이 강제 동원한 쇼에 불과했다. 졸업할 때까지 간호학과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최근 들어 없어지는 추세지만, 4학년 졸업 금반지 비용을 1~3학년들이 모두 부담하여 제작했던 사례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폐습이다.

우리 사회가 간호사를 양성하는 방법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간호학과는 기계를 생산해서 배출하는 학과가 아니다. 사람이 있고, 사람이 전문 간호직에 임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아카데미아 공간이다. 지금의 간호대학 시스템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획 / '우리'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간호사 악습]
①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간호사 '응급오프' http://omn.kr/1mky1
② 밑 빠진 '병원'에 '간호사' 붓기 http://omn.kr/1mnxy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연재를 통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연재를 통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행동하는 간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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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김명진 학생간호사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간호사, #간호대학, #간호학과, #학생간호사, #직장내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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