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부상 상태를 밝히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부상 상태를 밝히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 ⓒ AFP/연합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토트넘이 올 시즌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덩달아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 토트넘 홋스퍼 FC 감독의 지도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어쩌면 이제껏 그가 지도자 경력에서 들어올린 모든 우승트로피를 합친 것보다도 토트넘을 다음 시즌 챔스에 올려놓는 게 더 어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토트넘은 현재 해리 케인과 손흥민 등 핵심 공격수들을 잇달아 부상으로 잃었다.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인터밀란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의 주역인 DESK 라인중 델레 알리만 남았다. 루카스 모우라-스티븐 베르바인 등이 있지만 DESK 시절의 화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토트넘은 20일 라이프치히와 UCL 16강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 오른팔 골절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한 손흥민이 결장한 이후 첫 경기에서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무릎을 끓었다. 홈에서 먼저 1패를 안고 부담스러운 원정 2차전을 치러야 하는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5위에 올라있는 토트넘은 챔스 패배의 후유증을 걱정할 틈도 없이 22일 첼시 원정 경기를 펼쳐야 한다. 빌라-라이프치히전에 이어 1주일 사이에 벌써 3번째 경기다. 이 경기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빅4 진입을 노리는 토트넘에게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다. 가뜩이나 선수 가용 자원이 부족한 모리뉴 감독은 빡빡한 일정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4위 첼시는 승점 41점, 토트넘은 승점 40으로 불과 1점차다. 이번 경기를 잡으면 단숨에 뒤집기가 가능하나 패할 경우에는 6~7위까지 오히려 순위가 하락할 수 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승점 39)와 맨유(승점 38)도 바로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리버풀의 독주 속에 리그 우승권에서는 일찌감치 멀어졌다.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과 FA컵 우승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토트넘의 남은 시즌 최대 과제는 4위 진입이다. 만일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티켓마저 놓친다면 팀에 남아있는 핵심 선수들의 거취가 덩달아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리그 2위인 맨시티가 FFP(재정적 페어플레이룰)를 위반해,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2년간 챔피언스리그 출전자격 정지 징계를 받게 된 게 변수다. 맨시티가 다음 시즌 UCL에 나가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5위 팀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부상자가 많은 토트넘으로서는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다소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맨시티가 국제스포츠재판소(CAS)를 통하여 항소한 상황이라 언제든 결론은 뒤집힐 수 있다. 토트넘으로서는 일단 자력으로 최대한 4위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차포를 다 뗀 토트넘이 유일하게 기댈수 있는 구석은 모리뉴 감독의 지도력 뿐이다. '스페셜 원'으로 불리우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모리뉴이지만 올 시즌 토트넘을 만일 빅4로 올릴 수 있다면 그의 지도자 커리어에서도 손꼽히는 업적이 될 전망이다.

모리뉴 감독은 벤피카와 포르투를 거쳐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각국의 명문 클럽을 이끌고 성공가도를 달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UEFA 유로파리그서 각 2회씩 정상을 경험했으며 유럽 3대 빅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우승 3회),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2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우승 1회)를 모두 제패한 유일한 감독이다.

다만 커리어 초창기를 제외하면 그가 맡았던 팀은 대부분 매년 우승권에 도전하는 빅클럽이었다. 그에 비하면 토트넘은 강팀이기는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던 팀이다. 선수층이 얇고 구단의 투자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힘든데 주축 선수들이 이 정도로 큰 부상을 줄줄이 당한 경우는 모리뉴에게도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는 별개로 토트넘 부임 이후 모리뉴 감독의 지도력은 여전히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수비와 실리 중심의 축구에 능하다는 모리뉴답지 않게 토트넘 부임이후 19경기에서 22실점을 허용하고 있으며 클린 시트는 단 3경기뿐이었다. 부상자들이 많았음을 감안해도 공격전술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에서도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전방에 단신인 모우라를 세워놓고 롱볼 위주의 역습전술을 시도한 것이나, 공격진이 궤멸된 상황에서 트로이 패럿같은 유망주 공격수를 실험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모리뉴의 보수적인 성향을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언론플레이에 능하지만 때때로 심판 판정이나 리그 일정에 대한 불만 등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는 모리뉴 스타일에 대한 피로감도 있다.

모리뉴 감독과 토트넘에게는 첼시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최종 성적표를 가늠할 운명의 한 달이 기다리고 있다. 3월 1일엔 리그 8위 울버햄튼과 맞붙고, 나흘 뒤엔 노리치 시티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전을 치러야 한다. 내달 11일 원정에서 펼쳐지는 라이프치히와 UCL 16강 2차전에서 뒤집기를 노린다. 과연 모리뉴 감독은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토트넘을 구원해내며 다시 한번 스페셜 원의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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