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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확연히 드러낸다. 항상 1번을 차지하던 당이 2번이 되고, 개표방송에서 지역을 채워왔던 색이 바뀌는 변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후보들의 공약에 새로운 대안이 추가되고, 또 기존의 정치 진영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환경, 복지, 청년, 페미니즘 등 최근 몇 년 사이 이슈화되고 힘을 얻은 의제들이 국회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예비후보는 청년의 신분으로 복지와 페미니즘의 비전을 가지고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 출마했다. 그는 만 25세로, 입후보 기준이 충족되자마자 출마한 최연소 후보 중 한 사람이다. "여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은 정치에 반영되지 않아왔다"라며 평균 나이 55.5세, 여성 비율 17%의 '아저씨 국회'를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한 그에게 며칠 전 든든한 '뒷배'가 생겼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WeTee)'의 양지혜 대표가 신민주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나선 것이다. 위티는 2018년부터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스쿨미투' 운동을 이끌어왔고, 미국 CNN이 2019년 12월 '올해 변화를 이끈 아시아 청년활동가 5인' 중 1인으로 양지혜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가장 젊은 페미니스트 국회의원 후보에 그보다 젊은 페미니스트 후원회장, 두 사람의 연대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17일 기본소득당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두 사람 21대 총선 은평(을)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민주 예비후보(왼쪽)와 그의 후원회장을 맡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대표(오른쪽)가 2018년 11월 3일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당시 피켓을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두 사람 21대 총선 은평(을)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민주 예비후보(왼쪽)와 그의 후원회장을 맡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대표(오른쪽)가 2018년 11월 3일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당시 피켓을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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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양지혜(아래 양) : "전부터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알고는 있던 사이지만, 본격적으로 서로 이야기하게 된 건 2018년, 청년정치공동체 '너머'라는 시민단체에서 대표를 하면서부터예요. 그때부터 처음으로 말을 놓았어요. 총회도 같이 준비했습니다."

신민주(아래 신) : "저희 둘이 공동대표였고, 그 이후에 주로 청소년 페미니즘이나 평화 의제에 관련한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친해졌죠."

- 페미니즘은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었나요?
: "2014년 정희진씨의 <페미니즘의 도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을 접했어요. 이 책에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고, 의도적으로 숨겨진 것을 안다는 것이 더욱 더 그렇다'라는 구절이 나오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페미니즘이 그동안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해왔던 가부장적 체제 자체를 전복시키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학창 시절에 외모로 인한 따돌림이나 외모 품평에 대한 경험이 크게 상처로 남아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페미니즘을 만난 이후에 희석되고 치유된 것 같아요.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당시 열렸던 '자유발언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이라는 소모임을 만들면서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걸 시작하게 됐어요."

: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19살, 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였어요. 가게엔 언니들도 많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남자가 엄청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느냐'고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가게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다 같이 룸살롱에 갔고, 이를 우연히 사장님이 알게 된 거였어요.

심지어 가게에 재료를 납품하는 '재료 아저씨'도 같이 갔습니다. 그중 하나는 결혼을 해서 두 살배기 아기까지 있는 아빠였는데, 그가 밤새 집에 안 들어오니까 아내가 사장에게 남편의 행방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대요. 그런데 사장은 동생에게 그냥 그가 자기 집에서 잤다고 거짓말을 한 거죠.

저는 모든 걸 알아버린 상황에서 이걸 아내 분에게 얘기해줘야 될지 고민했지만 끝끝내 하지 못했어요. '내가 잘리면 어떡하지?' '아직 아기도 어린데 부부가 이혼하면 어떡하지?' '이게 이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 될까? 혹은 모르는 편이 더 나은 걸까?'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못 내렸거든요.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스스로가 너무 비겁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페미니즘의 여러 담론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 후원회장 인사말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신민주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 "민주와 활동을 하면서 저 혼자였으면 못했을 일들을 함께 도모하고 기획하곤 했어요. 이제는 아주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동료죠. (웃음) 매일 신문을 읽고 갑론을박을 하던 연장선상에서, 온라인에 흩어져 있는 '스쿨미투'의 목소리들을 운동과 정치의 영역으로 드러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로 토론했어요. 결국 오프라인 집회를 열어서 현실적인 공간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기로 했고, 이때 민주랑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집회 제목부터 요구안, 스태프 운영 등 대부분의 실무를 함께 책임졌습니다.

우리는 보통 말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 낮은 위치에서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들을 빛내주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민주는 저에게 '좋은 정치인'으로 다가왔고, 이런 정치인들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후원회장도 맡게 됐어요."

'최연소 후보' 타이틀보다 메시지에 주목을, 교실에 공론장을

-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을 가진 최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이것으로 국회가 청소년에게 좀 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차원에서 이번 선거법 개정은 큰 첫 발자국을 뗀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투표지 한 장을 쥐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청소년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시민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 "맞아요. 이번 총선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의 평균 나이가 약 57세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제가 최연소 예비후보라는 이유로 관심을 갖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그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나의 메시지, 내가 펼치고 싶은 정치보다 '최연소 후보'라는 타이틀로만 잠깐 조명을 받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청년이나 청소년을 '새로움', '열정'의 상징으로만 호명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구색 맞추기식이죠.

제가 고등학교 졸업식을 찾아가서 교문 바깥에 서서 졸업생들에게 명함을 나눠드리는 걸로 선거운동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첫 학교에 갔을 때 관리자 분들이 막으셔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왜 안 되는지 물어보니 교장 선생님이 싫어하신다는 거예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도 아니고! 과연 지금 졸업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선거권이 생겼고, 그게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갖는지에 대해 학교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 "선거법 개정 이후 실제로 청소년의 정치 활동이나 선거 운동을 제약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어요. 최근에 선거관리위원회마저 교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안 보완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에 대한 모의 선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소년에 대한 여론조사도 할 수 없게 됐어요.

참정권이 온전히 실현되고 교실이 정치적인 논쟁을 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소한으로 이를 틀어막으려는 것이죠. 아, 청소년이 '새내기 유권자' 취급받을 때도 화가 나요. 참정권을 쟁취해낸 운동가들인데, 새내기 유권자라며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도 결국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데에 멈춰 있는 거죠."

-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청소년을 위해 제·개정돼야 하는 법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서 선본에서 논의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로 '스쿨미투에 응답하는 학교'가 있어요. 먼저, 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한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하려고 하고요. 교사에게 페미니즘 교육과 연수 의무화, 청소년에게 의무교육 과정에서 페미니즘 교육 포함도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교육뿐만 아니라 그 외에 학내 문화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는 결국 교사와 학생 간의 위계, 학생과 학생 간의 위계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공론장을 열어야 해요. 그리고 공론장을 열 때 배제나 차별, 혐오가 없기 위해서라도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수칙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남학생들의 여성혐오적 문화는 페미니즘 교육 담론 안에서 '요즘 애들이 이렇게 심각하다' 정도의 문제로 치환되거든요. 그럼 거기에 대한 결론으로 '그들에게 페미니즘 교육을 해야 한다'밖에 남지 않아요.

교사와 학생의 위계를 고려한 대응이나 학생들이 공론장에서 직접 발언할 수 있는 방식의 해결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적 관점의 청소년 인권 정책이라면, 학생인권법과 성교육 개정 등의 법안이 같이 조화되는 모델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딸, 아내,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 당명이 '기본소득당'인데요. 기본소득이 청소년·페미니즘 운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 "사실 페미니즘을 주 공약으로 내세우는데 왜 기본소득당으로 출마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제 선거운동 슬로건 중에 '딸, 아내,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저는 기본소득으로 이 슬로건에 부합하는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 내에서 경제력이 없는 구성원의 발언권에 대한 문제가 생각보다 커요. 예를 들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자녀에게 주던 용돈을 끊는다거나 집에서 내쫓는 부모는 드물지 않죠. 그 외에도 가사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을 받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이 겪는 문제나, 가족 중 누군가가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핍박받는 문제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경제력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으면 원치 않는 가족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가족 내에서 조금 더 발언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돈 안 되는 일'에 대한 천시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데, 모두에게 매월 주어지는 기본소득을 통해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받는다는 연결고리가 당연한 것이 되면 돌봄이나 가사가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는 풍토가 점점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은 사회가 짊어지운 부당한 희생 대신에,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볼 수도 있게 될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기본소득이 여성과 청소년 인권에 의미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청소년이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면 자기결정권 측면에서 핵심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감시받지 않고, 증명하지 않고, 소득을 증빙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나의 돈'이라는 결정권의 영역이 생긴다는 것은 감각해보지 못하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청소년기의 30만 원이 어떤 돈인지 지금의 제가 잘 모르는 것처럼요. 그때는 자기결정을 할 수 없었고, 부모님께 조금씩 다른 이유들로 돈을 받았는데 그때의 30만 원과 지금의 30만 원은 정말 다르겠죠.

그리고 청소년을 멸시하는 말과 여성을 멸시하는 말은 매우 닮아있어요. 청소년에게는 '급식충' '등골 브레이커'와 같은 멸시어가 따라붙고, 여성에게는 '된장녀' '김치녀' '맘충' 이런 말이 따라붙잖아요. 이 단어들은 직접 무언가를 생산하거나 자립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남성 혹은 친권자에게 종속되어서 즉, 그들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수자들은 '무능'하기 때문에 차별받거나 멸시받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 자체를 깰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페미니즘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정치

- 페미니즘 공약이 필수 공약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청년 페미니스트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한정되어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페미니즘 정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 "2016년에 등장한 후보들과 2020년 후보들을 비교해보면, 감각적으로 다름이 체감돼요. 일단 2016년보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많아진 것 같은데,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 중에도 페미니즘을 전면으로 내세우거나, 성소수자 이슈에 앞장서온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출마하기까지 각 정당 내부의 갈등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에 4년 동안 이만큼의 진전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점점 사회가 변화하면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선언보다는 어떤 페미니스트가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선언이 조금씩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는데, 지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신지예씨거든요. 저는 이것이 우리가 쌓아올린 결실이자 동시에 우리의 한계라고도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 검색했을 때 바로 나오는 사람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페미니스트들 안의 차이와 여러 지향이 더 많이 나오는 사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번 총선에는 그게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늘어나는 건 유권자들에게도 더욱 좋은 일이 아닐까 해요."

: "덧붙여서, 저는 페미니즘 정치라는 것은 단순히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정치가 아니라 기존 사회의 가부장적 합의선을 깨고 페미니즘적 합의선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일 거라 생각해요. 가부장제가 사회에 만연하듯이 페미니즘 운동 또한 여성으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 만연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고요.

그 속에서 가부장적 사회 이후의 세상으로 페미니즘을 제시하고 수단화하는 것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페미니즘적 선택으로써의 사회적 합의를 확장하는 것들이 페미니즘 정치의 역할이 아닐까 기대합니다.
 
인터뷰 도중 서로를 보며 웃고 있는 양지혜 후원회장(왼쪽)과 신민주 예비후보(오른쪽) 홍대에 위치한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도중 촬영한 사진이다. 서로를 향해 밝게 웃어보이고 있다.
▲ 인터뷰 도중 서로를 보며 웃고 있는 양지혜 후원회장(왼쪽)과 신민주 예비후보(오른쪽) 홍대에 위치한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도중 촬영한 사진이다. 서로를 향해 밝게 웃어보이고 있다.
ⓒ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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