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와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왼쪽부터)는 편지 한 장을 건네주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와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왼쪽부터)는 편지 한 장을 건네주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 (주)스마일이엔티

 
바로 방금까지 전쟁터에서 함께 있었던 전우가 된 기분이다. 19일 개봉한 영화 <1917>(감독 샘 멘데스)에서는 관객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끊김 없이 주연 배우를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효과도 있지만 말의 사체를 먹는 쥐나 스크린 너머 느껴지는 진흙탕의 진득함까지 영화는 관객의 감각을 깨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영국군인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가 타 부대의 매켄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중령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 편지에는 적군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담겨 있다.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인 알프레드 H. 멘데스의 경험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자칫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관객은 전쟁터 체험에 몰입한다. 멘데스 감독은 때로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방심하게 만들다가도 위급한 상황과 긴장감 높이는 음악으로 관객의 심장을 죄인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음향믹싱상,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1917>은 18일(현지 시간)까지 전 세계에서 3억2642만8944달러(약 3893억 6444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관객이 실제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관객은 119분의 러닝 타임 동안 주인공들과 같이 숨 쉬고 걷는다. 영화는 줄곧 스코필드, 블레이크를 화면에 담아낸다. 한 대의 카메라가 한 번의 컷 없이 둘을 따라다닌다. 두 병사가 엎드리면 카메라 앵글도 낮아진다. 두 주인공이 긴 참호를 걸어가거나 적진으로 향하며 웅덩이 속에 숨었다가 나가는 장면이 백미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들 옆에 있는 동행자가 된다. 어느 순간에는 마치 가상현실(VR) 게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이런 생동감은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이 있어서 가능했다. 나눠 찍은 컷을 이어 붙여 마치 하나의 흐름처럼 보이는 방식이다. 미국 영화 매체 <스크린 랜트>에 따르면 <1917>의 가장 긴 컷은 8분 30초이고 가장 짧은 컷은 39초다.

샘 멘덴스 감독은 미국 언론 <VOX>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관객이 매 순간 그들을 지나가고 그들과 함께 걷고 물리적인 어려움을 겪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속에서 병사들이 지나간 지역들도 다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국 전역에 퍼져 있다. 솔즈베리평원의 들판, 옥스퍼드셔의 채석장, 런던 셰퍼턴 스튜디오 등이다.

 
 영화 <1917>의 한 장면

영화 <1917>의 한 장면 ⓒ (주)스마일이엔티

  
'익숙지 않은' 배우들이 이끄는 힘
 
이 영화의 또 다른 힘은 두 주연 배우의 얼굴에 있다. 조지 맥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은 아니다. 이 영화에선는 강점이 된다. 배우의 평범함은 관객이 영화의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맥케이가 웃음기 없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걷고 뛰고 강을 헤쳐나가는 장면에서는 슬픔과 서두름이라는 감정이 절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비교적 평범한 두 병사들의 느낌을 얻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멘덴스 감독이 주연배우 조지 맥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을 캐스팅 한 이유이다. "2백만 명 중 2명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라고도 했다. 맥케이는 미국 매거진 <인터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야기를 통해서 당신을 이끈 사람들이 배우로 인식됐다면 스스로 (영화에) 몰입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1917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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