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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연이은 죽음, 직장 내 괴롭힘, 경직된 조직문화 등에 의해 간호사들이 겪는 문제는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중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되는 것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학생이 간호사로 성장하기까지 겪는 일련의 사건들, 그런 일들이 어떻게 간호사들을 폐쇄적이고 경직되게 만드는지 세밀하게 짚어보려고 한다. 어떤 구조 속에서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가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결과 국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4회에 걸쳐 연속기고를 시작한다.[기자말]
2019년 보건복지부가 전국 15세 이상 가구원 1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경험조사'를 한 결과, 한방·치과를 포함해 병·의원을 찾은 사람은 외래 71.3%, 입원 4.6%였다. 보건의료제도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67%이었으며, 간호사 서비스의 경우 담당 간호사의 태도 및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비율은 89.2%로, 2018년 83.9%보다 높았다. 
   
의료진에 대한 서비스가 점차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지금, 혹시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을까? 의료서비스 제공자로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회사와 관공서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못지 않은 것이 병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위한 것으로 포장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은 '복종'을 가르쳤다 
 
태움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언어적 폭력'이었다.
 태움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언어적 폭력"이었다.
ⓒ 박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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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문화의 대표적 예시로 일컬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고, 겪고 있는 많은 간호사들이 이를 알고 있다. 아직 취업하지 않은 간호 대학생들 역시 실습 중에 미래 직장의 현실을 목격하고, 병원에 근무하는 이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불안감에 시달린다.

신규간호사가 병원에 입사하면 프리셉터(선배 간호사)로부터 평균 6~8주의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업무를 배우게 된다. 가장 실수가 잦은 시기이기도 한데, 타인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는 이유로 다소 엄격하게 배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생명을 다루는 데 위계문화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 엄격함의 정도는 사람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지 않나? 가르침이 폭력이 될 때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가? 이는 짧은 교육 시간에서 기인한 잘못된 문화이다.

시발점은 '대학 교육'에서부터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군대 문화는 대학에서도 유효한데, 신입생이 입학하는 3월의 기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는 간호학과에서도 다르지 않다. 필자 또한 '1학년은 치마를 입을 수 없다'는 이유조차 알 수 없는 황당한 규칙을 지켜야 했다. 

2018년 논란이 되기도 했던 '관장 실습'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동급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관장을 당해야 하는 불필요한 실습이 환자를 위한다는 말로 정당화되어 학생들에게 요구됐다. 게다가 보통 3학년부터 시작되는 실습 기간이 되면 협조를 요구하는 교수님들의 설교가 이어진다. 요컨대 '병원에 가서 밉보이지 말고 잘 실습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에서부터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문화를 학습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지난 20년간 발생한 간호사들의 자살이다. 최근에는 서울아산병원의 고 박선욱 간호사와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가 집단 내 괴롭힘으로 사망했다. 

병원은 침묵하지 말고 낡은 관행을 고쳐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보건의료인력 부족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2030년 총 면허등록 인원 35만9천 명의 44.1%에 달하는 규모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의료인력 중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간호대 정원을 늘렸다고는 하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간호사 A씨는 "위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는 걸 기다리느니 본인이 나가는 게 빠르다"며 바쁜 직장 생활로 방광염에 걸리는 등 고충을 견디다 못해 퇴사했다. 이렇듯 유휴 간호사가 많고 이직률도 높은 시점에서 수직적인 문화 개선이 없다면 결국 더 많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날 것이다. 

[기획 / '우리'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간호사 악습]
①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간호사 '응급오프' http://omn.kr/1mky1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연재를 통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연재를 통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행동하는 간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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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해당 글을 작성한 기자의 요구로 이름을 가명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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