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 젝시> 관련 사진.

영화 <하이, 젝시> 관련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제대로 된 연애는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 남자는 인생을 거의 포기한 듯싶다.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온라인 댓글 관리 직원, 직장 내 친구도 없다.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밥 먹을 때 빼곤 손에서 뗄 수 없는 스마트폰 정도다. 

출근해서 아무 약속 없이 퇴근한 뒤 집에서 야동이나 보는 그의 삶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하이, 젝시>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 도시인의 삶을 코미디 장르에 버무렸다. 

배경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IT 산업의 도시이며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곳이다. 영화 역시 그런 특징을 잘 반영한다. 모태솔로인 필(아담 드바인)이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그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잘 인식하려 하지 않은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는 구성이다.

상상만 가득한 이 남자

사건이라 썼지만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음모 수준은 아니다. 애용하던 스마트폰이 망가져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거기에 탑재된 인공지능 '젝시(목소리: 로즈 번)'와 겪는 소동극 수준이다. 흔히 '시리'로 대표되는 애플사의 아이폰을 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젝시는 건조한 말투를 사용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학습하고 느낄 줄 아는 AI다. 

영화는 AI가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인류를 파괴할 것인가, 같은 현재 과학계의 중요 담론이나 재난 SF 영화 공식을 비껴간다. 대신 일상의 작은 부분을 가져와 한 인물이 이런 딥러닝 AI에 영향받고,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보일 뿐이다. 
 
 영화 <하이, 젝시> 관련 사진.

영화 <하이, 젝시> 관련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하이, 젝시> 관련 사진.

영화 <하이, 젝시> 관련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사회생활 능력 결여, 체중도 급격하게 증가한 '덕후'의 모습을 한 필을 두고 젝시는 "인생을 더 낫게 해주겠다"고 속삭인다. 그러면서도 필에게 생긴 새 여자친구에게 질투를 느낀 나머지 다시 그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려 한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지구 멸망이라는 거대 음모는 아니더라도 감정이 개입된 AI가 한 사람의 불행 정도는 야기할 수 있다고 엿보는 셈이니 말이다.

은둔형 외톨이인 필은 젝시를 떨쳐내려고 애쓰지만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젝시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기기가 있는 곳이면 필에게 나타난다. 존재하진 않지만 늘 곁에 존재하듯 그렇게 AI는 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상상만 하며 행동하지 않던 필은 젝시 덕에 혹은 젝시 때문에 자신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온다. 

굉장히 간단한 아이디어 위에 간결한 사건 전개를 올려놓은 작품이다. AI를 소재로 한 숱한 영화들이 나온 마당에 <하이, 젝시>가 신선하게 다가올 리는 없다. 다만, SF나 때론 로맨스로도 풀었던 AI와 인간의 관계를 코미디 장르로 변주했다는 데에 점수를 줄 수 있다. 영화적 구성 자체도 짜임새가 좋다거나 극적 긴장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사건과 이야기로 90여 분간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엔 충분하다.

한 줄 평: 단순하고 평이한 소재에서 빛난 유머
평점: ★★★☆(3.5/5)

 
영화 <하이, 젝시> 관련 정보

연출: 존 루카스, 스캇 무어
출연: 아담 드바인, 로즈 번, 알렉산드라 쉽 등
수입: 그린나래미디어
배급: 씨나몬(주)초이스
러닝타임: 84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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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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