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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장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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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협(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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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다. 모든 정당이 다가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며 여러 인재를 유권자 앞에 내놓고 있다. 그중에는 새로 영입된 인재도 있지만,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도 있다.

지난 15일 만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도 그중 하나다. 그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곁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정치신인인 그에게 출마의 변을 듣고 싶었다. 인터뷰는 김 상임의장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지역구? 비례?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당 결정 따를 것"  
 
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 취임 축하식장의 모습으로, 만인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는 사람을 고르는 네 가지 조건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골구루 갖춘 인물이다(2017. 12. 19.).
 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 취임 축하식장의 모습으로, 만인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는 사람을 고르는 네 가지 조건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골구루 갖춘 인물이다(2017. 12. 19.).
ⓒ 허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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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나가는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가는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원으로서, 어느 쪽이 당에 이로울지 당에서 결정한 대로 따를 겁니다."(일부 언론에서는 김홍걸 상임의장이 비례대표 후보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 출마하려는 이유는?
"사실 저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 2015년 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제안하면서 입당을 권유했을 때도 사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2016년, 민주당의 핵심 당원들이 아버지(김대중 전 대통령)를 비롯한 선배 정치인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지켜온 당을 떠나 새로운 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는 민주당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 위기감으로 정식 입당하게 됐습니다."

20대 총선 때, 저는 아직 국회에 진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불출마했습니다. 그 뒤 4년 동안 중국·일본·북한 등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 나름 준비한 것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이희호 여사)가 돌아가신 뒤 주변 분들이 '이제는 선동만 하고, 구호만 외치는 정치가 아닌, 실천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정치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또, 제가 막상 민화협을 맡고 보니까 어떤 자리에 앉아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버지가 못 다하신 일, 곧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제가 이어받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해 총선에 나선 겁니다."


남북평화 정착, 민화협에서 국회로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사진은 지난 2018년 11월 3일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모임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사진은 지난 2018년 11월 3일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모임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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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취임 후 한 일은?
"과거 그 자리를 맡으셨던 분들은 사회지도자요, 원로들이셨습니다. 그래서 '능력이나 경험에서 그 어른보다 훨씬 못한 제가 맡기에 적합지 않다'고 생각해 처음엔 사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교적 그분들보다는 젊고 부지런하게 뛸 수 있는 제가 나서는 게 옳다고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 12월 19일,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에 취임했습니다.

당시 민화협은 재정 상태도 열악해 직원들의 급료도 주지 못할 정도로 활동이 위축됐었습니다. 제가 대표 상임의장을 맡은 뒤 우선 재정을 확보하고, 조직을 안정시켰습니다. 이후 남북교류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과 일제강제 동원 희생자들의 유골을 고국에 모셔오는 사업 등 여러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1절에는 민화협 주관 제1차 일제강제동원 희생자 70여 분의 유골을 고국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북측을 설득해 10여 년 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금강산 문도 열어 두 차례나 대규모 민간 방문단이 금강산에서 개방 재개 촉구행사도 치렀습니다. 또한 남측의 물자가 북측에 보내질 수 있도록 대북지원사업의 준비도 끝내놓은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지난 3년간 준비한 대륙철도 연결이벤트(중국에서 출발하여 북을 경유, 우리 땅에 도착하는)를 곧 중국 측과 정식회담을 개최해 본격 추진하기로 서로 양해가 된 상태입니다. 독립유공자 후손지원 사업도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더불어 남북한 상호이해를 위한 학술연구사업도 한창 벌이고 있습니다."


- 통일운동가로서 한반도 통일방안을 들려주시게.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을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남과 북은 대결이 아닌 '상호 공존 관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남과 북은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교류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남과 북이 상생(Win- Win)할 수 있는 북방 개척시대를 열 수 있다면, 그것은 통일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1석3조(一石三鳥) 내지 1석5조에 이르는, 노랫말 그대로 '이 겨레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화약고처럼 불만 붙이면 금방 폭발할 것 같은 한반도의 현재 냉전 상태에서 우리 겨레가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남북간의 긴장 완화, 평화교류, 경제 및 문화 상호교류 협력의 단계를 거쳐 훗날에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보면 아버지가 50년 전인 1971년 대선 때 공약으로 내세우신 '4대국 보장론'과 '남북교류와 평화통일론'과 거의 비슷합니다."


- 국회에 진출한다면 어느 상임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제 전공과 적성에 맞는 외교통일위원회(다른 분에게는 비인기 상임위지만)로 가서 남북관계나 주변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말뿐인 외교가 아니라, 정부 외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나 주변국 관계 개선에 도움되고 싶다"    

- 부모님에게 배운 점, 한 가지씩만 말씀해 주시게.
"아버지한테서는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배웠습니다. 그분은 당신 눈앞의 이익을 쫓지 않고 '대의'에 사셨습니다. 일례로 노태우 정권 때 3당 합당으로 당시 '평민당'이 고립·고사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야당 당수로 그에 개의치 않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지 않았을 뿐더러 국익에 되는 건 적극 협조했습니다.

그래서 개혁에 소극적인 노태우 정권을 설득해서 가족법 개정, 지방자치제 부활 등의 개혁조치를 이끌어냈습니다. 노태우 정부 공적으로 평가되는 '북방정책'도 이런 여건에서 이뤄졌을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에게 불이익을 당해도 화를 내시지 않고 '네가 져주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남에 대한 배려심과 양보심이 체질화한 욕심이 없는 분으로, 당신이 생각한 사회 정의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아버지와 결혼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양보심'을 배웠습니다."

 
대담장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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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협(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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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대표 상임의장은 인터뷰 중 "꼭 성공한 정치인이 돼 불효에 대한 부채감을 씻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따금 새벽잠에서 깨면 베란다로 나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아버지,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한다"라고. 이 말을 마친 그의 눈에는 눈물이 어렸다. 

인터뷰는 2시간을 넘겼다. 그와 헤어지기 직전, 필자는 훈장 티를 버리지 못해고 한 마디했다. "부디 잘하시게"라고. 김 대표 상임의장은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자정 무렵 집에 도착해 휴대전화를 보자 김 대표 상임의장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태그:#김홍걸, #민화협, #더불어민주당, #총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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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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