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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에 참여한 참석자들
▲ 제4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제4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에 참여한 참석자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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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년째, 겨울도 아니고 절기상으로 입춘이 지난 뒤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가 있었다.

2월 중순에 이 행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꽃샘추위가 남아있을 뿐 아니라 연탄에 의지해 난방을 하는 이들에게는 월동 준비한 연탄이 떨어져 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둡듯이, 봄바람이 불어오긴 했으되 아직 끝나지 않는 계절이 서민들에게는 가장 추운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김응교 시인을 중심으로 하여 윤동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4년 전부터 이맘때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연탄 나눔 행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약 2500장의 연탄을 나누었다.
▲ 제4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약 2500장의 연탄을 나누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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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kg이라고 한다. 이 연탄 한 장의 무게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1년 365일, 사람의 체온 36.5도, 건강한 신생아의 무게도 3.65kg 정도라고 하니 연탄의 무게 3.65kg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기승으로 다양한 모임들이 취소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는 일들이 일상화되었다. 이런 중에 치러지는 행사였기에 우려도 있었지만, 60명 예상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모여 연탄 나눔 봉사에 참여했다.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십시일반 연탄구입비를 모으고, 직접 참여하여 좁은 골목길과 언덕을 오르며 연탄 나눔 봉사를 한다. 또한, 참여자들은 지난 일 년 동안 자신의 성과물들도 나눈다. 자신의 저작물을 나누는 이들도 있고,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들도 있고, 따스한 차와 음료를 준비하기도 한다. 4회째를 맞이하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도 환한 웃음으로 만나 안부를 묻고, 내년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고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덕담을 나눈다.
  
윤동주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연탄나눔 행사가 시작된다.
▲ 윤동주의 시 윤동주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연탄나눔 행사가 시작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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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나눔 행사는 윤동주의 시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올해는 윤동주의 시 중에서 '무얼 먹고 사나', '반딧불', '창구멍', '서시' 네 편의 시를 함께 읽고 시작했다. 시를 낭송한 후, 김응교 시인이 간단하게 시를 해석해준다. 윤동주 시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썼다는 '바닷가 사람'이라는 시는 이렇다.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어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김응교 시인은 '별나라 사람'이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과 관련이 있다는 해설을 덧붙인다. 아주 짧은 해설이지만, 참석자들은 윤동주 시인의 마음에 동화되는 경험을 한다. 시에 대해서 심지어는 윤동주에 관심 없던 이들도 '윤동주'를 떠올리며 '별을 노래하는'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들을 한다. 그리고 마음 뜨거운 사람들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음을 기뻐한다. 이 행사에 매년 함께 하는 김병년 목사는 "'우리'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곳"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참석자 중에서 가장 어린 친구
▲ 제4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참석자 중에서 가장 어린 친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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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처럼 따스했던 날, 백사마을의 언덕길과 골목길은 '우리'들의 땀방울과 웃음소리로 북적거린다. 참여자 중에는 연탄을 처음 본 어린 학생들도 있고, 메케한 연탄가스 냄새에 질겁하는 학생도 있다. 연탄 세대인 어른들은 연탄과 관련한 추억을 나누기도 한다. 그들이 흘린 한 방울의 땀은 이 세상을 따스하게 하는 새순에 물을 주고, 혼탁해진 하늘의 별을 깨뜻하게 닦아 빛나게 하는 소중한 보석이 되었을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연탄 나눔 행사를 하는 단체가 줄어들었다. 해도 다양한 단체들이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볐는데, 올해는 내가 참여한 단체 외에는 볼 수 없었다. 날자가 서로 다르기를 바랄 뿐이다.
  
연탄을 나르는 참가자들
▲ 제4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연탄을 나르는 참가자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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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가만히 돌아보면 따스하고 아름다운 일도 많은데, 그런 소식보다는 자극적이고 정신건강에 해로운 소식들만 뉴스데스크에 가득하다. 물론, 그 일도 무관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따스한 소식을 좀 더 많이 전한다면, 이 세상이 그만큼 따스해지지 않을까?

다음 주에 또 '꽃샘추위'가 있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다. 꽃샘추위 녹여줄 만한 훈훈한 소식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태그:#제4회별을노래하는마음으로, #연탄나눔, #연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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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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