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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부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온 오마이뉴스는 오는 2월 22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연쇄 인터뷰] 차기 주자에게 듣는다, 당신이 꿈꾸는 20년 후'를 선보인다. 여야 차기 주자들에게 현안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앞으로의 꿈을 묻는다. 개인의 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꿀수록 그들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두 번째 순서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편집자말]
 
ⓒ 홍성민
 
"할 말을 참으면 암이 생겨. 스트레스도 쌓이고... (웃음) 그래서 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를 볼 줄 뻔히 알면서도 할 말은 합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특유의 스타일이 이 답변 하나로 드러난다. 지난 2주 간 당이 반대하는 '고향(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 문제를 돌파하는 방식도 그러했다.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사지로 보내느냐", "나는 손바닥 위 공깃돌이 아니다", "지난 25년 간 당을 지켜온 사람을 효수(梟首)하겠다고 모욕한다" 등 직설적 화법으로 공방에 나섰다. 그러던 그가 돌연,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을 'PK(부산·경남)의 험지'로 규정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그의 승부수는 통한걸까? 경남 양산시는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때 한국당 후보가 모두 패했던 곳이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전직 경남도지사 간의 '양산 대전'이란 타이틀을 따내고 언론의 주목을 얻었다. 앞서 그에게 '서울 강북 험지' 출마를 거듭 요구하던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수용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지만, "절반의 수확"이라고 평했다.

명분으로 승부... 그가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 이희훈
 
홍 전 대표는 12일 오후 경남 밀양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정치는 명분이다, 이제 명분은 나한테 있다"면서 당 공관위에서 자신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엔 "그건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것이다, 나는 공관위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답하지 않았다. 이제 선택은 '공관위의 몫'이다. 
 
- 만약 공관위에서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거꾸로 내가 명분을 갖는 거다. 그죠? 정치는 명분이거든. 그 정도로만 얘기하겠다."
 
- 공관위가 늦어도 언제까진 답해줘야 한다고 보나.
"나는 명분으로 정치를 한다. 여태 중진들이 전부 험지 가는데 나 혼자 양지 간다는 모양이 됐는데, '나도 험지 가겠다, 험지가 서울·수도권에만 있는 게 아니고 경남에도 있으니 대표적인 험지에 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는 공관위가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적 명분을 얻었다. 내가 할 역할은 다 한 거다."
 
그는 자신에게 '서울 강북 험지' 출마를 요구한 당에 대한 서운함도 숨기지 않았다.
 
홍 전 대표는 "이사하면서 살림살이를 다 싸들고 왔고 사무실도 보다시피 다 차렸다, 무엇보다 선거를 도와주겠다는 고향 분들이 뭉쳤는데 (당에서) 느닷없이 서울로 올라오라고 한다"면서 "(당이) 미리 얘기해줬으면 (고향에) 안 내려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를 이유로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야속하다"고 표현했다.
 
"25년 동안 우리 당의 험지(서울 동대문을)에서 정치를 해왔고 저격수도 하고 궂은 일을 다 했다. 지난 탄핵 이후 대선도 당의 소멸을 방지하려고 나갔다. 희생과 헌신을 다 했다. 지금 황 대표야, 입당한 지 1년 밖에 안 됐고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게 아무 것도 없다. 종로 출마는 당 대표로서 총선 전체를 견인하기 위해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명분으로 다른 사람들도 모두 험지에 오라는 건 저로서는 야속하다."
 
- 지난 2017년 KBS에 출연했을 땐 "당대표가 두 번째인데 이놈의 당이 잘 나갈 땐 날 대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그랬었나? 허허... 잘 나갈 땐 하겠다는 사람이 많고, 당이 어려울 땐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뜻이다."
 
- 당이 계속 본인을 비주류로 취급하고 변방으로 내몬다고 생각하나.
"태생이 변방이고 태생이 비주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거기에 대해서 전혀 (당에 할) 요구가 없다."
 
홍준표의 보수통합론... "지분공천 필요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 이희훈

한국당은 1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로운보수당·전진당 등과의 합당을 결의했다. 또 박형준 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통합신당준비위(통준위)를 통해 다른 세력과도 합쳐 오는 16일께 신당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는 "오늘은 보수정당 역사에서 보기 드문 성공적 통합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지금 시민단체(통준위) 주관으로 통합을 하긴 하더라도 대통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지사의 자유통일당이나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 등은 포괄하지 못한 소통합이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각자의 지분을 인정하는 총선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 TV홍카콜라 >를 통해 "중도보수 대통합 신당을 만들어서 '지역별 연합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지역별 연합공천'은 곧 각 정파의 지분 나누기처럼 보일 수 있다.
"나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소 간의 견해 차이는 있어도 보수 우파라면 그 세력의 몫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 그것이 보다 확실한 결합(통합) 방법이란 이야기로 들린다.
"YS·DJ 시절엔 지분공천 안 했나? 야당일 때도 (공천 땐) 비주류 몫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 혼자 독식하려 하면 통합이 안 된다. 상대방을 인정해서 (같은 당에) 들어왔고, 모든 세력이 다 모이는 데 어떻게 한 세력만이 대표 선수로 나갈 수 있겠나. 그건 통합정신이 아니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상대 계파 학살공천이 분열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 당내 다른 세력을 인정 안 할 때 분열되고 당이 무력화 된다. 2007년 경선 이후 친이·친박이 학살공천을 해온 게 결국 보수우파 진영이 무너지는 배경이 됐다."
 
- 이번 '고향 출마' 논란 때 "황교안 백댄서 하라는 거냐"고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황 대표의 백댄서를 하라는 것, 그것이 서울 강북 출마 요구의 본질이라고 봤다. 그래서 나는 그거는 싫다고 했다. 차라리 정치를 안 했으면 안 했지, 나는 누구의 백댄서를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홍준표가 꿈꾸는 나라... "난 여전히 공정한 사회 추구"

결국 황교안 대표 측이 자신을 차기 대권경쟁의 경쟁자로 인식해 고향 출마를 막고 '서울 강북 험지' 출마를 요구했단 이야기다.

홍 전 대표는 고향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 고향을 '풍패지향(風沛之鄕)'을 만들겠다"고 차기 대권도전의 꿈을 숨기지 않았다. 풍패지향은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고향을 일컫는 말로 제왕의 고향을 의미한다.
 
- 황교안 대표를 향해 '이렇게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수차례 비판했다. 황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그리고 보수의 리더십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황 대표의 리더십 문제는 내가 거론하지 않겠다. 어떻게 보면 당내 차기 (대선) 경쟁자이기 때문에 리더십 운운은 적절치 않다. 지도자의 덕목을 얘기할 때 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혜안이 없는 지도자를 만나면 나라도 불행해지고, 당도 불행해진다. 그 정도로 리더십 문제는 정리하는 게 옳겠다."
 
- 국회의원 홍준표는 '반값아파트법'과 '원정출산방지법(국적법)' 등을 발의하면서 개혁보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파의 스트롱맨' 이미지가 강하다. 변한 이유가 있나.
"나는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공평한 사회를 추구하다. 반값아파트법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서민정신을 잊은 적이 없다. 모든 정무·정책 판단의 중점은 국익이다. 스트롱맨은 나라가 위중하니까 조금 추진력 있는 사람이 나서는 게 좋겠다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극좌 인물 중에서도 스트롱맨은 있다. 그건 스타일의 문제다. 때가 되면 다 바로잡힐 수 있다고 본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건가.  
"이번 선거를 치러봐야 되겠죠. 이번 선거가 예선 아닌가. 정치를 하다 보면 누구나 다 나라를 한 번 경영해보는 게 꿈이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 지금 예선을 뛰고 있는 거다.(웃음)"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말 한 언론사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보수 진영 대권주자 2위를 차지했다. 대안신당은 '윤 총장을 정치검사로 호명하는 조사'라고 비판했는데.
"그건, 국민들이 윤석열 총장을 정치인으로 본 게 아니라 잘못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로잡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 아니냐. 우리 야당에선 뚜렷한 인물이 부각 안 되고, 윤 총장이 지금 정권과 사실상 싸우고 있는 형국이니 그렇게 판단한 건데 그걸 두고 '정치검사'라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여론조사 하는 사람들 좀 이상하다. 무슨 탤런트 경연대회도 아니고. 국회의원 나올 때도 얼굴 좀 멀끔하게 생기면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찍어주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 이미지 정치는 밑천이 드러나면 무참히 무너진다. 내가 보건대, 윤 총장은 (정치 행위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자기 권한을 행사하는 거다."
 
20년 동안 가장 큰 뉴스는? "대통령 탄핵... 죽을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풀어주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 이희훈
 
홍 전 대표는 선거 결과에 철저히 승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서 창당하는 한국당의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대한 질문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가 된다면 지금과 같은 여야의 극한 대치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전진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리 보지 않는다, 과반수 정당이 되면 국회 상임위원회를 전부 독점하는 미국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상임위원장을 서로 나눠먹는 기형적인 제도는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히 의원 정수 축소와 비례대표 폐지도 주장했다. 그는 "내가 국회의원을 20년 이상 했는데 비례대표가 들어와서 제 역할을 하는 걸 본 일이 없다, 전문가가 국회에 들어오면 바보가 돼 버린다"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그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제기된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평했다. 어렸을 때부터 정치적인 훈련을 받는 미국·유럽 등과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그런 사회적인 훈련이 안 돼 있다, 정치문화가 다르다"며 "시스템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바뀌지 않고 선거할 때마다 청년들을 선발한다는데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와서 국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세대교체론이 이미지 정치에 가깝다고 보는 건가.
"그렇죠. 속이 꽉 찬 사람이 들어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풍토나 문화가 그런 사람을 어릴 때부터 키우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부터 갖추고 정치문화가 정착될 때 세대교체가 가능하다. 세대교체는 국민들 선택으로 되는거다. 요즘 뭐 '586 의원 물러나라' 얘기하는데 그거 쳐다보면서 '물러나면 지는 잘할 수 있나' 생각했다. 이미지 정치 말고 공부를 좀 해서 자기 역량을 좀 쌓았으면 좋겠다."
 
- 정치권이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하는 거 아닌가.  
"정당에 정치학교가 좀 일찍이 운영되어서 인재들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에는 '마쓰시타 정경의숙'이라고 있다. '마쓰시타 정경의숙' 출신들이 다 총리가 된다. 거기서 키운 정치 인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도 된다. 우리도 그런 게 좀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20년 간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뉴스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꼽았다. 그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기에 꼽았나"는 질문에 "그것도 그렇지만 탄핵의 부당성 논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 풀어주자는 게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가 꿈꾸는 앞으로 20년 후의 대한민국을 묻는 질문에는 "물질적 선진국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의식 모두가 선진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보복이 반복되는 현실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은 남북문제를 전제하지 않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며 북한이 20년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독재 체제 붕괴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개방사회로 변하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개방사회로 안 가고 폐쇄체제를 유지할 수 있겠나. 그래서 20년 안에 북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거다. 그 때 어떻게 (북한을) 흡수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독일은 동·서독의 경제규모가 1:4일 때 통일이 됐다. 통독 이후 동독 재건에 들어간 돈이 1년에 120조 원에 달한다. 지금 남북 경제규모 차이는 50배가 넘는다. 통일 이후 남북한 생활수준을 같게 만들려면 남쪽이 부자여야 한다. 그걸 사람들은 생각도 않고 있다.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 다음은 홍준표 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 전문] "난 손해볼 줄 알면서도 할 말 한다"
 
글 : 이경태, 곽우신
사진 : 이희훈
영상 : 홍성민
태그:#홍준표, #황교안, #경남 양산을, #자유한국당,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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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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