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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군 선관위가 발행한 주민투표 공보 4~5쪽. 반대와 찬성단체의 의견이 각각 실렸는데, 두 내용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의성군 선관위가 발행한 주민투표 공보 4~5쪽. 반대와 찬성단체의 의견이 각각 실렸는데, 두 내용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크다.
ⓒ 의성군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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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 경상북도 의성군과 군위군에서 각각 시행한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 결과를 전해 듣고 나는 잠깐 헷갈렸다. 투표 결과,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투표율 88.69%, 찬성률 90.36%)가 '군위군 우보 단독후보지'(투표율 80.61%, 찬성률 76.27%)를 앞질렀다.
  
주민투표까지 마쳤지만 신공항 이전, 갈 길이 멀다

이튿날 새벽, 군위군은 투표 결과를 뒤집고 국방부에 단독 후보지로 유치 신청을 감행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공동후보지인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을 대구 신공항 이전지로 정해 선정위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후보지별 주민투표 찬성률(50%)과 투표율(50%)을 합산해 점수가 높은 곳을 선정하기로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군위군이 투표 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한 근거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8조 3항에 나온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부지를 선정한다"는 규정이다.

군위의 단독후보지 유치 신청은 군위·의성 공동후보지 신청을 안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양 단체장의 신청이 필요한 공동후보지가 탈락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내가 헷갈린 것은 의성에 사는 친구에게 미칠 영향이 잘 가늠이 되지 않아서였다. 그가 사는 곳이 단독후보지와 공동후보지 가운데 어느 쪽과 더 가까운지 잘 짚어지지 않았다.
  
내 친구가 명예퇴직하고 의성군 금성면 어느 산비탈 조그만 복숭아밭을 사들여 거기 집을 짓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농사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친구인지라 농부가 된다는 게 전혀 미덥지 않았는데, 그는 눅진하게 땅을 일구면서 어느새 초보 농사꾼티를 말끔히 벗었다.
   
2017년에 국방부가 위 두 곳을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하면서부터 지역 분위기가 들썩이기 시작하자, 그는 뜻밖의 개발 소식에 마뜩잖았던지 "아주 붙박이로 눌러앉으려 했더니… 수틀리면 여기서도 떠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하며 황당해했다. 그가 짓는 농사는 얼마든지 털어도 그뿐인 소규모고, 농사는 그의 생계 수단이 아니다. 그를 귀농인이 아니라 '귀촌인'으로 부르는 이유다.

군수와 군청이 앞장서 '유치 찬성' 홍보를 했으니 투표 결과야 뻔하겠지만, 막상 80~90%를 넘는 찬성률은 좀 뜻밖이다. 친구가 주민투표 며칠 후 올린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토박이가 아닌 귀촌인인 그에게 신공항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만만찮다'는 걸 깨달았다.

신공항 반대, 귀촌인이 겪는 '정체성' 위기
  
 의성으로 귀촌한 지 9년, 친구가 자신의 복숭아 꽃눈을 살피고 있다.
 의성으로 귀촌한 지 9년, 친구가 자신의 복숭아 꽃눈을 살피고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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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성군민인가? 별로 마땅치는 않지만, 경상도 사람이라는 데에는 끄덕이면서 의성군민인지는 늘 아득하다. 이번 군 공항 이전 문제로 고심하면서 더 그래졌다. '참 의성군민'이 나오고, '진정한 금성인'이 현수막에 걸리니 내 정체성은 더 안타깝다.

형님 아우 하는 분이 몇 있고, 갑장이라고 반기는 이 몇 있지만, 천생 나는 참 의성인은 못 될 듯하다. 선거철이면 가장 가까운 이들부터 '○○당' 누구를 부탁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그런 양반하고 인척간이고, 그런 옷 입고 선거운동원이니 내가 커밍아웃해본들 비집고 들어가서 생각 나누고 설득할 틈새도 없다. 

여기의 '○○당' 신념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심지어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한다고 할 정도이니 죽어야만 고칠 병이다. 설명하고 근거를 이해시키고 한들, 아 맞구나 하면서 새로이 생각을 바꾸고 돌아설 사람은 없다. 그냥, 그 생각의 마당에서 콱 들어박혀서 지록위마를 본능적으로 받아들여야만 참 의성인이다. 

이번 군 공항 문제도 그렇다. 공항이 오면 세상이 달라질 듯 주절대는 새소리가 온통 군내를 싸돌아다녔다. 소음이야 아랑곳없이 공항 들어오면 인구가 팍팍 늘고, 일자리 늘고, 돈도 많이 벌 듯 호도하는 소리에 아무 의심 없이 찬성하는 광기가 가득했다." 
   
국외자인 내가 이런 저간의 사정을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록 타관에서 들어온 사람이지만 친구에게는 제 동네일을 평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 외지인으로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온 그는 지금, 정치적 성향과 공항 이전에 대한 의견 등에서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나는 전자우편으로 신공항 이전과 관련한 일련의 흐름에 관해서 물어 그의 답을 들은 뒤, 의성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새로 들었다. 비록, 개인의 주관적 견해지만, 그의 답으로 적어도 이전에 반대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거기 찬성하는 지역 주민들의 생각과 여론을 살펴볼 수 있을 듯했다.  
  
뜻밖에 찬성률이 높다, 사람들이 그렇게들 찬성하는 이유와 그들 속내는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티케이(TK) 땅은 박정희나 박근혜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많은 곳, 게다가 전시대에 대한 반성이나 거부와 투쟁의 기억이 3·1운동 이후 전무한 곳"이라는 전제부터 했다. 

"지난 18대 대선 때도 박근혜 찬성률이 가장 높았던 두 곳이며 총선(2016)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니, 본능적 생태적으로 권력이나 관에서 시키는 일에 우선이지. 관으로서도 저출산 때문에 인구가 줄고 있으니 자리 걱정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니 공무원들이 앞장서고 연임 뒤에 한 번 더 하고 싶은 군수는 '공항 유치'를 업적으로 내세워서 연임 공천을 따려 한다는 소리가 많다네." 

의성은 1960년대 후반에 20만이 넘었던 대읍(大邑)이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65살 이상 인구가 2만567명(38.7%)에 이르러 고령화 지수는 전국 1위, 20~39살 가임여성 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안 되는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소멸 대상 지자체 1순위'로 꼽힌다. 

소멸 대상 지자체 1순위 고민, 공항 유치로 풀자?
  
 대구 쪽에서 군위로 들어가는 길목에 게시한 공항 유치 신청 펼침막. 군위가 단독 유치를 신청하면서 공항 이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구 쪽에서 군위로 들어가는 길목에 게시한 공항 유치 신청 펼침막. 군위가 단독 유치를 신청하면서 공항 이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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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성에서 '공항 유치하면 상주인구가 늘고, 또 공항 이용객도 늘어서 의성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지자체가 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소멸 지자체'를 걱정하는 이들이야 단연 이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공항 유치 찬성 여론을 이끄는 건 군수고, 공무원이 그 뒤를 받치고, 농업기술센터나 박물관, 심지어 문화원까지 앞장을 서고 있는 이유다. 

"인구 소멸지구라는 홍보는 언론이 얼마나 잘해 주는가? 의성도 없어지고 또 군위도 없어진다니 걱정과 실없는 공포가 어찌하면 인구 늘릴까 하는 고민으로 바뀔 수밖에. 그런 상황이니 공항이 오기만 하면 이런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리라는 환상이 있지. 

게다가 지자체는 공항으로 늘어나는 세금 수입에 침을 흘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또 유치지역에 대한 장밋빛 지원책을 던지니 촌사람이 거기 혹하지 않을 수 있나? 

지자체가 홍보하는 경제적 효과, '생산 유발 7조 5천, 부가가치 유발 2조 7천, 일자리 창출 5만3천'이란 얼마나 그럴듯한가? 거기다 사회적 파급효과, '농축산물 공급, 인구증가, 교통 중심, 세수 확대' 또한 환상적이지 않은가?"

나는 찬성을 하는 이들의 생각과 동시에 반대하는 이들의 생각도 듣고 싶어졌다.

"농민회와 민중당이 앞장서 반대 활동을 했지. 공식적으로는 반대단체 대표로 '푸른 의성 21'인가가 선정되었는데, 이 단체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의성군이 들러리 반대 단체를 주민투표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야. 강성 반대단체인 농민회를 반대단체 대표에서 배제하고자 선점을 해 버린 거지. 

이들은 '보상 몇 푼으로 우리 고향 망치겠습니까?', '소음으로부터 청정지역 우리 고향 의성을 지킵시다' 등을 내세우면서 반대했는데 시늉만 낸 거나 다름없지. 농민회 등이 힘을 썼지만 결과는 보는 대로고.

가장 큰 건 소음 문제야. 군 공항이니 군용기가 밤낮으로 뜨고, 대구 도심이라 못 한 야간훈련이나 기동훈련을 하게 되면 소음은 절망적인 수준일 거야. 기본 생활은 물론 가축사육에 결정적으로 피해를 줄 게 뻔하고." 

친구는 그처럼 이득이 많은 시설이라면 대구가 왜 경상도 땅에 버리듯 내려 주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이전지 투표 뒤에 대구의 언론들은 '이제 대구는 골치 아픈 소음 문제를 처리하고 동구 쪽에 새로운 개발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친구는 통합 신공항이 민간공항 이전이 아니라 '군 공항 이전'이 중심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대구에서 그랬듯이 이전해도 결국은 군 공항에 민간공항이 더부살이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의 면적은 1530만㎡ 규모인데 이중 민간공항 면적은 30만∼40만㎡(2~2.6%)에 불과하다. 

"대구에서 민간공항이 전체 면적의 5%를 이용했다면 이전지는 한 10% 정도 이용하겠지. 게다가 군사 요새 K2를 대신할 군 공항이니 혹시라도 있을 군사적 충돌, 사드가 가까우니 중국 쪽도 그렇고, 전후방이 없는 최전선 아닌가? 의성 땅이 최전선이 되는 셈일세."
   
그는 유치 반대 주장의 핵심은 "공항 유치로 '돈돈'하지만, 그 돈이 내 보따리로 오는 건 아니고 결국은 땅 부자나 고물 떨어질 만한 곳 갈 테니, 실제 소소한 개인의 삶에는 이득은 전혀 없고 소음만 가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 찬반은 군이 개입하면서 추가 기울었다. 투표 공고 이후에 공식적으로 공무원들이 나설 수 없으니 이장 앞세워서 투표율 높이고 포상이라는 당근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누가 안 했는가가 훤하게 나오는데 안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마을별로 현수막 달고 마을 경비로 계산하고, 이게 수백 개였으니 경비도 만만찮을 게고. 그래서 끝나서 돈 나오면 잔치하듯 포상하자는 것이네."

그는 '의성사람'이 될 수 있을까
  
 투표 이후, 군위군이 우보공항 유치를 신청하면서 일은 다시 꼬였다. 군위 지역에 붙은 노골적인 내용의 펼침막
 투표 이후, 군위군이 우보공항 유치를 신청하면서 일은 다시 꼬였다. 군위 지역에 붙은 노골적인 내용의 펼침막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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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지역을 달군 유치 경쟁을 일단락시킨 투표 결과에 대한 소회를 물으니 친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혹'을 경북에 떠넘긴 대구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한 경상북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잊지 않았다.

"투표 끝나고 군위가 우보 유치를 단독 신청한 뒤 두 군이 팽팽하게 긴장하고, 또 주민들도 덩달아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갈등하고 있다네. 그런데 국방부가 가장 나쁜 놈 아닌가? 군 공항이라면 안보를 위해서라도 가장 적지를 선정하고, 해당 지자체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의성과 군위 사람들 앞에 떡 돌리듯 폭탄 돌리기를 했으니 기가 찰 일일세. 

대구시는 은근히 우보를 지지(대구와 가장 근거리)하다가 지금 눈치만 보고 있다네. 이전지 선정위를 열어도 법으로는 단독 신청한 우보로 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투표율 높게 나온 의성 주민의 뜻을 배신하게 되는 셈이니 그 비난을 덮어쓰기는 싫을 테니 말일세. 

경상북도는 조정자처럼 하고 있는데 역시 난감하고, 국방부 역시 비안·소보로 하고는 싶은데 이어질 소송전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그렇다네. 군위는 혹시 우보로 지정이 안 되더라도 대신 내어줄 '선물 보따리'를 생각하는 듯하이. 결국 포기하는 대신 실리를 따서 군민한테 '군수인 내가 이렇게 이득을 따왔소' 하고 업적으로 만들 셈이지."
   
투표 이후, 발 빠른 부동산은 움직이고 있단다. 우보 땅값이 오르고, 도리원(의성군 봉양면)도 요지 땅값은 수백만 원으로 뛰었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을 그는 '가관'이라고 개탄했다. "아마 도청 신도시(안동시 풍천면)처럼 거품 빠지고 나면 엎어질 사람 많겠지만"하고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찬성 쪽에서 내세운 '장밋빛 전망'이 온전히 현실화하리라고 예측할 수 없듯이 반대쪽의 의견이 타당하고 그들의 우려가 현실화한다고 내다보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수혜자가 되든, 피해자가 되든 이 곤혹스러운 이해의 당사자는 현지 주민들이라는 사실이다. 

친구가 블로그에 올린 글의 마지막 문단을 곰 삭여 읽은 나는 그에게 어쩔 거냐, 의성을 뜰 거냐고는 묻지 않았다. 그를 비롯하여 반대 운동에 나섰던 농민회나 민중당 사람들이 자기 삶의 터전인 의성에 대한 애정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일 뿐더러 그는 어쨌든 의성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소음 쓰레기 공항 말고, 의성을 다 같이 더 행복한 살 만할 곳으로 만들 길은 없을까? 자랑거리 딱 하나 '한지 마늘'로 살려내고, 새로 지정된 의성 금성면 고분군으로 살려내고, 아직 시설 남아있는 성광성냥 공장으로 살려내어, 의성이 도시 사람의 넉넉한 배경이나 고향으로 남을 수는 없을까? 내가 그중 하나라도 살려내는 데 도움이 되어야만 의성사람 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s://qq9447.tistory.com/)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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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 포함, 모두 1천여 편의 글을 썼다. 2019년 5월,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에 연재한 '친일문학 이야기'를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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