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글로우

에버글로우 ⓒ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올해 2월은 유독 걸그룹 컴백이 몰려 있는 달이다. 여자친구, 아이즈원 처럼 확실한 인지도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인기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인 부터 데뷔한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예들을 중심으로 새 음반 혹은 신곡(디지털 싱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계단씩 착실히 성장하는 이들 팀들의 신작에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상당수가 "걸크러쉬" 성향의 음악과 콘셉트로 치장하고 흥미로운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데뷔작부터 꾸준히 걸크러쉬 노선을 유지했던 에버글로우와 달리 이달의 소녀, 로켓펀치, 체리블렛 등은 힘있고 강렬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 팬들의 눈도장    
 
 이달의 소녀

이달의 소녀 ⓒ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해외 팬 및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달의 소녀는 두번째 미니 음반 < [#] >로 180도 달라진 음악을 들고 나왔다. 2년여에 걸친 솔로+유닛 프로젝트를 거치는 동안 작곡팀 모노트리 중심으로 짜여진 곡들은 청순 혹은 몽환성을 강조했지만 SM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한 신작에선 이와 같은 분위기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인트로 연주곡 부터 머릿곡 'So What'에 이르는 음반의 전반부만 하더라도 기존 걸그룹 음악에선 접하기 힘든 노이즈 가득찬 베이스를 바탕에 둔 공격적인 사운드로 가득 채워나간다. 

조회수 1억뷰를 목전에 둔 'Adios'를 비롯해서 '봉봉쇼콜라' 등은 칼군무로 대표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우며 해외 케이팝 팬들에겐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에버글로우는 기존 노선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지난주 나온 첫번째 미니 음반 < reminiscence >의 'DUN DUN' 만 하더라도 트와이스, 레드벨벳, f(x)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던 Olof Lindskog, Hayley Aitken 등 외국 작곡가들의 손을 거쳐 해외 팝 시장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선배들과는 다른 콘셉트 구축
 
 로켓펀치

로켓펀치 ⓒ 울림엔터테인먼트

 
통통 튀는 팝 댄스곡 '빔밤붐'으로 지난해 데뷔한 로켓펀치는 회사 선배 그룹(인피니트, 러블리즈, 골든차일드) 등과는 다른 결의 음악으로 관심을 모았다. 6개월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미니 음반 < Red Punch >의 'Bouncy'는 청량감과 호쾌한 타격감을 동시에 담으면서 살짝 변화를 도모한다. 잠시도 쉴틈을 주지 않는 스피디한 진행을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맞물려 보고 듣는 2가지 재미를 선사한다. 

도전 과제(퀘스트)를 하나 둘씩 깨고 나가는 온라인 게임 OS 속 세계관을 내세웠던 체리블렛은 록밴드에서 섹시 콘셉트의 극단적 변화로 성공을 거뒀던 회사 선배 AOA와는 다른 선택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3명의 멤버 탈퇴라는 악재는 이들에게 또다른 과제였고 신곡 '무릎을 탁치고'를 통해 기존 청순+발랄함 대신 탁하고 무게감있는 이미지를 대거 채용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으로 활용해 트랩 비트 중심 악곡의 이질감의 희석시키고 친근함을 부각시키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수동적 이미지는 예전 이야기
      
 체리블렛

체리블렛 ⓒ FNC엔터테인먼트

 
일부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팀들도 없지 않았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청순, 귀여움(큐티) 등은 걸그룹의 대표적인 이미지 구축 방법 중 하나였다. 특히 멜로디 선명한 경쾌한 음악들과 교복 형식의 의상이 기본 공식처럼 통용되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블랙핑크(2016년 데뷔)의 대성공 이후 많은 팀들은 점차 '걸크러쉬'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공격적이면서 박력있는 사운드로 채운 음악을 수용하고 나섰다.  

지난해 Mnet 경연 프로그램 <퀸덤>을 계기로 요즘엔 기존 그룹들조차도 해당 콘셉트를 더욱 굳건히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걸그룹 = 남성팬 중심'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여성 팬+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졌고 당당함과 능동적인 이미지가 요즘 걸그룹들에겐 새로운 가치관으로 부각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후발 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직 일반 팬들에게 결정적 한방을 각인시키지 못한 신예들 입장에서 걸크러쉬 등으로 대표되는 강한 이미지로의 변신은 당연시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의 한계로 인해 해외 진출이 당면 과제가 된 요즘엔 현지 팬 공략에 있어서 강렬함이 가미된 음악은 필수 조건이 되었다.  

또한 전통적인 가요 화법의 곡보다 최신 팝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진 음악을 선호하는 케이팝 및 아이돌 팬들의 경향도 요즘 걸그룹 콘셉트 변화를 더욱 부추긴다. 성공 여부는 여전히 낙관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변신에 나섰다는 점에서 신예 걸그룹들의 변화는 2020년 가요계를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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