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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열린 금융노조 정기 전국대의원대회 모습.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오로지 금융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일념으로 또다시 직무성과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열린 금융노조 정기 전국대의원대회 모습.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오로지 금융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일념으로 또다시 직무성과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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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과 모피아 세력의 불순한 카르텔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금융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오로지 금융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일념으로 또다시 직무성과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노동계와 정부 당국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뜨거워지고 있는 감자는 직무성과급제(아래 직무급제)다. 호봉제 대신 노동자가 맡은 일과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월 13일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라는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 안에는 직무급제의 필요성과 적용 방식 등이 담겨 있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정규직 근로자 임금도 깎기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역시 입장문에서 "사용자 주도의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지난 5일 열린 금융노조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를 통해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 날 박 위원장이 천명한 향후 투쟁 방향은 모두 네 가지, 그 중 첫 번째가 직무급제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밥통이란 프레임... "오해가 있다"

그 충돌은 공공기관에서 먼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정부 기조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이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경영 평가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관련 기사에는 "세금 축내는 세금쟁이들", "과감히 쳐내야 할 적폐"와 같은 댓글이 많이 보인다. '철밥통'이란 프레임이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오해가 있다"고 했다.

11일 인터뷰에서 김재범 금융노조 민주평등연대 의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었다. 그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매년 오르는 호봉제로만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직무급제가 공공업무 영역을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경고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직무 가치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었다.

김 의장은 먼저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12년부터 이미 공공기관은 성과에 따라 차별적인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예산 집행 지침 등에 따라 각 공공기관은 직원들을 최소 5등급 이상으로 구분해 성과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관마다 급여 수준이 다르지만, 금융 공기업은 상위 직급의 경우 연간 수 천만 원, 하위 직급 역시 최소 수 백 만원의 임금이 이미 차등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밥통도 아니라고 했다. 김 의장은 "직무가 태만한 공공기관 직원이 많고, 이들에 대한 퇴출도 어렵다는 것 역시 오해"라고 했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서 "이런 직원들에 대한 내부적 인사 관리 시스템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직무급제, 국민 이익과 상충될 수 있어"

특히 김 의장은 "공공기관 개혁의 방법으로서도 직무급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직무, 역할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얼핏 상식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는 더욱 그래요.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들 입장에서 업무 난이도의 높고 낮음, 그 차이가 크게 의미가 있을까요? 중요한 건 만족도잖아요. 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양한 역할을 어떤 기준을 적용해서 각각 다르게 임금을 정하나요?

공공기관 성격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제도란 것입니다. 민간 기업이라면 기획을 한다거나 예산을 다루는 직무 가치를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죠. 실제 채용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고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다르잖아요. 현장에서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직무 가치 차이를 둔다? 그 구분도 어려울 뿐 아니라 공공기관 정체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내가 돈을 더 받기 위해 평가를 위한 일을 한다, 그러면 국민 이익과 상충될 수 있어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죠."


그리고 김 의장은 공공기관장 인사권 남용이란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경영권의 핵심 중 하나가 인사권 아니냐"면서 "내부적으로 어떤 보직을 받느냐가 곧 그 사람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관료화된 조직, 경직된 조직에서 인사권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어 "그렇게 되면 안 해도 될 일, 해서 별로 도움되지 않는 일까지 하게 된다"면서 "그것이 곧 세금 낭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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