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힘과 영향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숨은 맛집들을 찾아주고 침체된 골목 상권을 살리고 있는 백종원이 최근 <맛남의 광장>을 통해 농수산물 소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림수산부가 힘들게 펴낸 정책들보다 백종원의 말 한마디와 요리 하나가 농어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맛남의 광장>은 단순히 방송에서 식재료와 이로 만든 요리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형마트와 호텔 식음료부, 포털사이트 등과 제휴해 농수산물 소비로 이어지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백종원의 인맥을 통해 연결된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못난이 감자 30톤은 몇 일 만에 완판의 기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어려운 농가를 돕고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먹거리를 소개해주는 방송의 순기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0회까지 방송된 <맛남의 광장>에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다. 바로 김희철, 양세형, 김동준으로 구성된 고정 멤버에게 부여된 과도한 노동이다. 연예인 출연자들의 노동 강도를 줄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길 게스트가 필요하던 시점에서 드디어 첫 게스트가 등장했다. 뛰어난 미각과 성실한 근무태도로 <맛남의 광장> 농벤저스의 한 축을 담당한 걸그룹 에이프릴의 이나은이 그 주인공이다.

지역 농수산물 살리고 새 먹거리 알리는 신개념 예능
 
 김희철은 고된 노동량에 <맛남의 광장>의 장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김희철은 고된 노동량에 <맛남의 광장>의 장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 SBS 화면캡처

 
작년 추석 연휴 때 2부에 걸쳐 파일럿으로 방송된 <맛남의 광장>은 백종원을 중심으로 양세형, 백진희, 박재범이 충북 영동군의 특산물 표고버섯과 복숭아, 옥수수로 만든 음식을 황간휴게소에서 판매했다. 파일럿 방송에서는 표고버섯을 활용한 덮밥과 국밥, 복숭아를 이용한 파이,멕시칸 스타일로 조리한 옥수수를 판매해 손님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진 <맛남의 광장>은 석 달 후 정규편성에 성공했다.

<만남의 광장> 메인 연출자인 이관원PD는 <백종원의 3대천왕> 조연출을 시작으로 <백종원의 푸드트럭>과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연출한 바 있다. 이관원 PD는 일찌감치 <맛남의 광장>을 백종원의 차기 푸드시리즈로 기획했다고 한다. 파일럿 멤버 중에서는 <집밥 백선생3>를 통해 백종원과 인연이 있는 양세형이 잔류했고 백종원과 <미스터리 키친>을 함께 했던 김희철과 제국의 아이들 출신 연기자 김동준이 새로 합류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전면에 나서서 로컬 푸드의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은 정규 편성 후에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양미리를 활용한 조림과 튀김, 홍게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라면은 목요일 밤 심야 시간대에 시청자들의 군침을 돌게 하기 충분했다. <맛남의 광장>은 전북 장수군의 한우와 사과, 경북 영천시의 돼지고기와 마늘, 전남 여수시의 갓과 멸치 등을 소개하며 '맛있는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해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예인 출연자들의 과도한 노동량이었다.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휴게소나 공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몰려드는 손님을 받아야 하는 <맛남의 광장>에서는 끊임 없이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응대해야 한다. 반평생을 요식업에 몸 바친 백종원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무대에서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살아온 연예인들에게 장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김희철과 양세형은 "<맛남의 광장>은 한 명씩 포기해서 하차하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에게 식당을 차려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일지 모른다"며 많은 노동량에 한탄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대하는 '홍보봇' 김동준마저 "우리 일 도와주실 분 딱 한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설연휴가 지난 1월30일 9회 방송에서 멤버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첫 게스트 나은이 등장했다.

개인이나 그룹 홍보 없이 오직 일에만 집중한 나은의 모범사례
 
 나은은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소속그룹 에이프릴이나 개인 활동에 대한 홍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은은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소속그룹 에이프릴이나 개인 활동에 대한 홍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 SBS 화면캡처

 
사실 예능프로그램에서 고정 멤버를 제외한 게스트가 출연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특히 새 앨범이 나온 가수나 새 작품에 들어가는 배우들의 경우 자신의 신작을 홍보할 곳이 필요한데 이를 자연스럽게 알리기에 예능 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하지만 걸그룹 에이프릴의 멤버이면서 드라마 <에이틴1,2>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한 나은은 이렇다 할 홍보 없이 순수하게 '일꾼'으로 <맛남의 광장>에 출연했다. 

김희철, 양세형, 김동준 등 <맛남의 광장> 고정 멤버들과 인연이 없었던 나은은 오전 장사를 앞두고 고정 멤버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막내 김동준은 거의 입을 떼지 못했고 예능 경험이 풍부한 김희철과 양세형도 쉽게 나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고교 급식왕>으로 나은과 인연을 맺었던 백종원이 나서 '전업 연예인'들인 고정 멤버들과 나은이 어울릴 수 있게 도왔을 정도. 나은은 백종원의 지시에 따라 카운터와 손님 응대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생애 첫 장사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던 나은은 막상 장사가 시작되자 적극적인 자세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본격적인 장사 시작 전 동준과 함께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준 나은은 순조롭게 주문을 받아 주방에 전달했고 처음 다룬다는 포스기 역시 어렵지 않게 다뤘다. 특히 손님이 없을 때마다 틈틈이 테이블을 돌며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세심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장사 분량이 나간 6일 10회 방송분에서 나은의 장사수완은 더욱 노련(?)해졌다. 나은은 본격적인 장사 시작 전, 양세형이 만든 김밥에 참기름을 너무 많이 바른 것과 김동준이 만든 당근 귤주스에 당근이 많이 들어 갔다는 사실을 정확히 캐치했다. 나은은 카운터에서 손님들의 반응을 경청하다가 적절한 보충설명을 통해 손님들의 이해를 도왔다. 

나은은 걸그룹 멤버임에도 개인이나 그룹,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오직 <맛남의 광장> 취지에 부응하는 일꾼으로서 역할을 다한 게스트였다. 그리고 나은의 이런 활약은 <맛남의 광장> 게스트가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됐다.
 
 나은은 음식의 부족한 부분들을 발견하는 예민한 미각으로 '농벤저스의 절대미각'으로 등극했다.

나은은 음식의 부족한 부분들을 발견하는 예민한 미각으로 '농벤저스의 절대미각'으로 등극했다. ⓒ SBS 화면캡처

 
맛남의 광장 백종원 게스트 이나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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