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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그내·용수골 매년 두레싸움 펼쳐
"놀이·농악 통해 마을 단합 이뤄"

 
서그내두레농악보존회 황은수 이두이 김문향 회장(왼쪽부터)
 서그내두레농악보존회 황은수 이두이 김문향 회장(왼쪽부터)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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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는 조상들에게 놀이를 위한 문화이기에 앞서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사는 마을 사람들끼리 모임을 구성해 서로 품앗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마을 단위 품앗이 모임은 '두레'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 운영됐다. 

두레 안에는 농악과 놀이가 늘 함께했다.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흥을 돋우고 협동과 단합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옛 두레가 행했던 농악과 놀이를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전승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서그내두레농악보존회(회장 김문향)다. 보존회는 서그내마을에서 벌어졌던 농악과 용인두레싸움을 잇기 위해 1980년 11월 35명의 회원으로 창단돼 각종 대회에 참가하고 공연을 이어왔다. 보존회를 이끄는 김문향 회장은 신갈고와 신갈중, 태성중 등 학교는 물론 포곡농협, 신갈동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농악을 지도해왔다. 황은수씨와 이두이씨 등 대부분 보존회 회원은 서그내마을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토박이들이다.       

기흥읍 서천리(현재 명칭은 기흥구 서천동) 서그내마을은 예부터 땅이 비옥하고 지하수가 풍부해 벼농사가 풍년을 이뤘던 지역으로, 어느 지역보다 두레가 활발히 구성됐다. 특징으로는 농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 바쁜 시기가 끝날 무렵인 칠월칠석이나 백중 무렵 인근 용수골마을 두레와 매년 두레싸움 벌여 서로 의를 다지고 일손을 보태곤 했다는 점이다. 
  
놀이가 진행됐던 때는 허기진 배를 참으며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기고 보리, 밀 타작을 마칠 즈음이다. 두 마을 두레가 농사일을 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들로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 인사를 주고받다가 해묵은 감정이나 텃세로 실제 싸움이 벌어지곤 했는데 이를 아예 매년 전통 행사로 승화해 진행한 것이다. 

용인두레싸움은 여섯 마당으로 구성되는데 조우, 두레싸움, 형제의 결의, 기배, 합굿, 뒤풀이가 이어진다. 각 두레가 커다란 깃발을 온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꽂아놓고 징이나 북을 울리면서 싸움은 시작된다. 

김문향 회장은 보존회를 조직한 이후 조부의 조부 때부터 이어왔던 두레싸움을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서그내두레농악과 두레싸움이 용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향토문화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두레싸움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알 수 있다"면서 "예부터 다툼이나 의견충돌 후에는 자기의 약함과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승자는 아량을 베풀고 패자는 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레싸움이 한바탕 벌어진 후 사람들은 서로 승패를 인정하고 막걸리와 새참을 나눠 먹으며 놀이판을 한마당 질펀하게 벌였다. 놀이 중 부러지고 찢어진 물건들은 손해를 보상해주고 뺏어온 기장목은 반드시 돌려줬다. 김 회장은 "용인 두레싸움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장유유서 정신, 협동·소통의 정신, 돈독한 의로 화합·단결하는 조상의 지혜가 모두 담겨있다"며 "우리가 이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그내두레농악과 용인두레싸움은 2017년 향토문화재 지정 신청에서 아쉽게 통과되지 못했다. 전통적 의미와 역사성은 인정되지만 아직 연습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회장은 "시의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했다. 40여 명 남짓한 회원을 모아 운영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에서 지원을 통해 연습을 늘리고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보존회는 올해 다시 한번 향토문화재 지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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