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다저스가 겨울 이적시장을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FA 시장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비롯한 대어들을 차례로 놓치며 팬들의 우려를 샀던 LA다저스가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보강을 단행했다. 다저스는 5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올스타 외야수 무키 베츠와 좌완 선발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영입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와 최근 4년 연속 올스타에 선발된 베츠는 매 시즌 최소 20-20클럽, 최대 30-30클럽을 기대할 수 있는 검증된 호타준족의 외야수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 베츠와 작년 내서널리그 MVP 코디 벨린저로 구성된 다저스의 중심타선은 작년보다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과 5번의 올스타 출전에 빛나는 프라이스 역시 투수들에게 유리한 내셔널리그로 이적했기 때문에 반등을 노리기 충분하다.

다저스에서는 작년 106경기에서 타율 .294 12홈런 44타점을 기록했던 좌타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가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지난 4년 동안 47승을 올렸던 일본인 투수도 4년 만에 다저스를 떠났다. 2016년 다저스와 맺은 8년 계약 중 4년을 다저스에서 보냈고 8년 계약의 후반기를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시작하게 된 마에다 켄타가 그 주인공이다. 

다저스와 8년 1억3000만 달러 계약 맺었지만 보장액은 2500만 달러
 
 마에다 겐타

마에다 겐타 ⓒ EPA/연합뉴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 메이저리그에는 일본인 스타들이 수두룩하다. 저마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 리그를 지배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다가 엄청난 관심과 몸값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 비하면 마에다는 메이저리그 내에서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 마에다의 활약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른 일본인 투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마에다는 2010년과 2015년 두 번이나 센트럴리그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중 사와무라상을 두 차례 받은 선수는 우에하라 고지와 다나카 그리고 마에다 뿐이다. 마에다는 일본에서 활약한 8년 동안 218경기에서 97승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 마에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185cm 83kg으로 체격도 평범한 편이고 체격이 작은 많은 동양인 투수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같은 시기 마에다보다 훨씬 높은 관심을 받고 있던 '이도류'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마에다가 아닌 오타니 쪽으로 집중돼 있었다.

다저스 역시 오타니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오타니는 결국 다저스가 아닌 에인절스를 선택했고 다저스는 차선책으로 마에다를 영입했다. 8년 총액 1억30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으로 겉보기엔 마에다가 성공적인 장기 계약을 따낸 거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보장액은 8년 총액 2500만 달러에 불과하고 옵션이 무려 1억620만 달러에 달하는, 다저스가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단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에다는 루키 시즌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6승 11패 ERA 3.48의 성적으로 12승의 클레이튼 커쇼를 능가하는 다저스의 최다승 투수로 등극했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3위에 오른 마에다는 많은 종류의 옵션을 채우면서 2016년 1040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했다. 보장액 300만 달러 짜리 계약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1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았으니 마에다에게도 다저스에게도 성공적인 계약이 되는 듯 했다.

NL 서부지구 떠나 AL 중부지구에서 새 출발하는 마에다

문제는 마에다의 계약서에 붙은 복잡한 옵션들은 구단이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29경기에서 13승을 거둔 마에다는 선발 보너스가 300만 달러, 이닝 보너스가 100만 달러나 하락하며 실수령액(740만 달러)이 2016년에 비해 400만 달러나 줄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마에다 활용법'을 간파한 다저스 구단은 2018년 시즌부터 마에다의 옵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에다는 2018년 39경기에 등판했지만 선발 등판은 단 20회에 불과했다.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지 못하고 불펜 외도가 19경기나 됐으니 당연히 이닝(125.1이닝)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에다는 2018 시즌 3.81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연봉 수령액이 615만 달러로 더욱 줄어 들었다. 해마다 최대 1325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마에다가 이렇다 할 부상이 없었음에도 옵션의 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마에다는 작년 시즌에도 26번의 선발 등판과 11번의 불펜 등판으로 153.2이닝을 던졌고 10승 8패 ERA 4.04를 기록하며 852만 달러의 연봉만을 수령했다. 마에다가 다저스에서의 4년 동안 47승을 기록하며 받은 연봉은 총 3247만 달러였는데 같은 기간 26승을 기록한 류현진이 지난 4년 동안 다저스 구단에서 받은 연봉은 총 4139만 달러였다. 물론 같은 기간 승리 기여도(WAR,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는 류현진이 8.8로 5.2의 마에다를 훨씬 능가한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류현진이 팀을 떠나면서 마에다가 2020년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확률은 다시 높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마에다를 4년 동안 알차게(?) 활용한 다저스는 마에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이제 마에다는 올해부터 LA의 다저 스타디움이 아닌 미니애폴리스의 타깃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마에다는 통산 아메리칸 리그 팀을 상대로 19경기에서 6승 7패 ERA 4.63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미네소타에도 호세 베리오스, 제이크 오도리지, 마이클 피네다, 호머 베일리, 리치 힐 등 선발 요원이 풍부한 편이지만 다저스 시절에 비하면 선발 경쟁은 한층 수월해졌다. 하지만 마에다가 올 시즌 미네소타에서 선발 투수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은 4년도 꽤나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다저스와 맺었던 계약을 그대로 이어 받은 미네소타가 '구단 친화적인' 마에다의 계약 내용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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