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 20:03최종 업데이트 20.02.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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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 링컨고등학교에서 유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첫 경선은 한마디로 '망했다.'

현지 시각 2월 3일 월요일, 아이오와에서 민주당 대선주자의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시작됐다. 저녁 8시 투표를 시작해 예정대로라면 자정 전에 그 결과가 나와야 했다. 결과에 따른 연설을 마친 후보들은 바로 다음 격전지인 뉴햄프셔 주로 날아가야 한다. 여세를 몰아 수요일 발표될 트럼프 대통령 탄핵 상원 투표 결과를 공격하면서.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화요일 밤 10시까지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 동부에 저녁 뉴스가 시작되는 오후 5시쯤,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은 피곤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개표 지연을 깊이 사과했다. 원인은 '코딩 에러'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도 62%밖에 개표되지 않은 결과를 발표했다.

부티지지 27%, 샌더스 25%, 워렌 18%, 바이든 16%... 절반을 조금 넘은 개표지만 어느 누구도 예측 못한 결과였다. 정상대로라면 모든 여론은 1위, 2위 후보에게 쏠려야 했다. 하지만 언론과 당원과 유권자의 관심은 미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과 '문제'에 쏠렸다.

카오스, 재난, 난장판... 
 

미국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 결과 발표 지연 트로이 프라이스 미국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이 4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전날 치러진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개표 결과 발표 지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언론은 이번 미 민주당의 첫 번째 코커스를 "카오스", "재난", "난장판"이라고 지칭했다.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의장은 "코커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앱(App)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앱이 데이터의 일부 자료만 내보냈다"라고 밝혔다. 이 '코딩 오류'는 거금을 들여 구입한 아이오와 데모크라시 파티(IOWA Democracy Party)라는 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월요일 저녁 1678곳 기초 선거구에서 첫 투표를 실시했다. 그 후 15% 미만의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은 상위 후보에게 재투표하게 한다. 그래서 나온 최종 득표수만큼 아이오와의 대의원 49명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하지만 앱은 세 항목 간의 불일치를 나타냈고 24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아이오와의 참사는 예고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오와 선거구 대표들 중 4분의 1만이 이 앱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중의 인증 과정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전화로 투표 결과를 송부해야 했는데 민주당은 결과를 총합할 충분한 인원을 준비하지 못했다. 앱을 너무 믿었던 탓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진으로 결과를 찍어 전송하는 이도 있었지만 계산은 틀렸고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화가 난 언론은 실리콘밸리가 지지하는 미국 민주당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취재해 보도하고 나섰다. 그래서 이 앱이 새도우(Shadow Inc.)라는 회사가 만들었다는 걸 밝혀냈다.

이 회사는 민주당 디지털 비영리 단체 에크로놈(Acronym)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 주요 구성원은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페인 팀에서 일하던 이들로 전해졌다. 그러니까 클린턴이 아직도 민주당 지도부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그녀의 파워가 이번처럼 검증되지 않은 앱 구입으로 이어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 완전하지 않은 앱을 위해 각 주의 민주당에서 지불한 금액도 찾아냈다. 주 정부 기록에 의하면, 아이오와 민주당은 이 앱을 개발한 새도우 사에 총 6만3183 달러(약 7500만 원)를 냈다. 오는 22일에 네바다주 민주당도 이 앱을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8월에 이 회사에 5만8000달러(약 6885만 원)를 지불했다. 가장 최근의 선거 신고서에 따르면, 새도우 사는 지난해 한 해에만 네바다와 위스콘신 주 민주당에서 약 15만 달러(약 1억7800만 원)를 벌었다. 

더군다나 이런 앱 사용을 위해 수천만 달러의 민주당 기부금이 들어가고 있고 민주당 선거를 뛰는 이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문제는 이 앱이 투표와 관련한 에러를 줄일 만한 충분한 테스트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애플 매장 승인을 받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개발 후 사용자 훈련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게 이번 오류의 원인이 됐다고 신문은 적었다. 

어이없는 실패... 트럼프 "재앙" 조롱
 

트럼프 미 대통령. ⓒ 연합뉴스

 
아이오와 코커스는 말 그대로 '컨벤션 효과'로, 오는 11월 대선까지 민주당의 시간을 만들 수 있었던 첫 기회였다. 이를 미국 민주당은 어이없이 놓쳐 버렸다.

이 실수에 가장 기뻐하는 것은 역시 공화당 트럼프 진영이다. 같은 날 치러진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는 97.2%의 공화당 유권자에게 선택받았다. 투표에서 개표까지 정확히 25분이 걸렸다.

그는 화요일 아침 트윗을 통해 민주당 코커스를 "역사상 가장 엉성"했다며 "재앙"이라고 했다. 어젯밤 아이오와에서의 유일한 승자는 97.2%를 얻은 "자신"이라는 말과 함께. 트럼프의 장남도 역시 트위터에서 민주당을 조롱했다. "4년 준비한 코커스 하나 운영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 수 있겠나"라고.   

15% 이하의 득표를 얻었지만 미래 비전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는 민주당의 앤드류 양도 이번 아이오와 사태에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라고. 

스마트폰 앱 하나로 촉발된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사태에 대해 한 칼럼의 분석이 와 닿는다. <커먼드림스(CommonDreams)>의 카리 에르난데스(Cari Hernandez)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망친 앱>이라는 제목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위협에 집중한다. 하지만 더 흔하고 덜 사악한 악당들이 그 현장에 들어온 것 같다. 간부, 관리자, 개발자 그리고 그들이 무얼 하는지 모르는 당 간부들이 그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오와 코커스는 끝났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작부터 큰 허점을 드러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분위기다. 후보들과 민주당원 그리고 국민들의 신뢰를 이들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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