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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태안반도에 기름유출사고가 났을 때 헌 옷가지를 들고 자갈밭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자갈에 묻은 시커먼 기름을 닦아내며 나는 진심으로 돌맹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기름유출로 바디를 오염시킨 건 인간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에 깃들어 자연의 음택을 받으며 생존해 왔음에도 어느 순간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마구 파괴해 심각한 자연의 역습을 받고 있다.

영광에서 생명평화공동체를 일구고 사는 <야생초 편지> 의 저자 황대권 선생이 얼마전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나비 날다
난방도 안한 온실에 나비가 날아다닌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나.
하긴 해가 비치는 낮에 온실이 덮기는 하지만 밤엔 몹시 춥다.
아마도 온실 안에서 부화한 것이리라.
나비때문일까, 심어놓은 딸기가 꽃을 다 피워낸다. 겨울같지 않은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이상 기후로 딸기가  일찍 꽃을 피웠다.
▲ 자연적으로 꽃을 피운 딸기  이상 기후로 딸기가 일찍 꽃을 피웠다.
ⓒ 황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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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 튤립이 가득 올라오고 있고 눈도 별로 오지 않았다'는 지인의  댓글에 황대권 선생의 답글은 이랬다.
 
"얘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해충들도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병충해가 걱정됩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병충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저같이 무투입 농사하는 사람에게는 기후온난화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기후온난화는 온전히 인간의 욕망과 편이 추구가 부른 재앙이다. 기후 온난화에 대한 대책으로  UN은 파리협정을 통해 탄소세,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을 결의했는데 미국은 자국 부담률이 높다며 협약에서 탈퇴한 상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인류의 시초에는 6종의 인류가 공존하다가 사피엔스가 유일한 승자로 살아남는다. 비극적인 것은 사피엔스는 다른 인류를 멸종시켰을 뿐 아니라 지나온 곳마다 자연을 완전히 파괴했으며 거의 대부분의 생명들을 멸종시켰다는 부끄러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풀꽃세상 환경 특강
▲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풀꽃세상 환경 특강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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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 환경특강인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철수와 영희)는 풀꽃세상 창립 20주년을 맞아 환경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인류세 살아남기, 석탄과 핵 그리고 에너지 전환, 공정한 밥상 생명 살림 먹을거리 이야기, 군사, 정치, 생태로 바라본 비무장 지대,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등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강의의 첫머리는 '인류세 살아남기'다.

'인류세'란 현세를 지칭하는 용어란다. '세'는 지질로 시대를 구분하는 개념이다. 고생대, 중생대 등으로 나누고 세분화해서 필리오세, 에오세, 올리고세, 마이오세라는 식으로 나눈단다. 그런 기준으로 현세는 '홀로세'에 해당한단다. 그러면 왜 '인류세'라는 또다른 명칭을 갖게 된 걸까.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아남은 역사가 지층에 오롯이 남아있고 인간이 지구환경을 좌우하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는 총 다섯 번의 멸종 시기를 거쳐 '인류세'라 불리는 현세에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 .인간은 지나친 욕심으로 땅, 물, 공기를 오염시켜 빠르게 파괴했다. 대가는 실로 커서 전염병 창궐, 생명이 먹고 마실 수 없는 물, 오염된 동식물, 기후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사막화 등의 역습을 당하고 있다.

자연 파괴의 주범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가와 자본주의,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다. 다국적 기업의 끝없는 이윤 추구는 자연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망가트린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청정 지역이라고 믿었던 곳의 생태가 인간의 추악한 욕심으로 망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부 영화의 단골 주인공이던 존 웨인은 폐암, 위암 등 암으로 시달리다가 사망했고 존 웨인과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배우외 스태프 다수가 암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들은 1950년 대 중반 미국의 서부 지역인 유타, 네바다, 애리조나에서 영화 작업을 했다.

문제는 1951년부터 1958년 사이 네바다 사막 지상과 지하에서 97회에 걸친 핵실험을 진행했고, 그때 발생한 방시능이 존 웨인과 다른 영화인들 죽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5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미리 경고한 반핵 언론인 히로세 다카시의 주장이다.

저런 오싹함이 미국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군사, 정치, 생태로 바라본 비무장 지대 이야기를 들려준 이시우 작가에 의하면 미국은 1967년에  비무장 지대에 고엽제를 살포하고 제초제 실험을 병행했다고 한다.
 
"미군이 1967년에 비무장 지대에 와서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듬해인 1968년 5월에 비무장 지대에 대규모로 고엽제를 살포하죠. 제가 지금 드리는 말씀은 공식 기록에 나와 있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고엽제 뿌리면서 제초제 실험도 같이 합니다. 고엽제와 제초제가 비슷하긴 한데 약간 달라요. 고엽제는 식물들을 종류 안 가리고 바로 죽이는데 제초제는 선택적으로 죽입니다. 이건 군사 목적이 아니지요. 냉전을 핑계로 자기들 상품 개발하는 데 한국 땅을 이용한 겁니다. 비무장 지대를 미군의 점령 지역으로 공식화하고 있던 그런 조건이 아니면 어느 나라가 그걸 허락하겠어요. 그래서 미군도 비밀리에 한 거잖아요.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 고엽제가 뿌려지고 제초제 실험 데이터는 미국의 민간 회사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얼마 전에 독일의 바이엘 사로 합병된 몬산토예요. 여러분도 이름을 들어보셨겠지만 몬산토는 굴지의 종자 회사가 되기 전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로 큰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만든 유전자 조작 작물과 제초제는 전 세계적으로 쓰여요." - 본문 105쪽
 
제초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비무장 지대에 제초제가 뿌려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베트남에 고엽제가 뿌려지기 전 한국의 비무장 지대에 먼저 고엽제가 뿌려졌다는 사실도 대부분 알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이익을 위해 끔찍한 범죄를 남의 땅에서 저지른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하나, 풀뿌리 하나. 돌맹이 하나도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없다.  단지 더 많은 토지와 더 많은 생산물을 얻기 위한 인간의 잣대가 자연에 적용되었을 뿐이다.

5강은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풀꽃상 이야기'다. 풀꽃상은 풀, 돌, 골목길, 백합조개, 자전거 등 지구에 깃들어 있는 모든 것 중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것들을 골라 주어졌다.

생명을 생명 자체로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잡초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쓸모없는 돌맹이나 벌레, 미생물도 없다. 모든 것은 자연의 순환고리 속에서 그들은 각자의 몫을 감당하며 깃들어 존재할 뿐인 것이다.

이제 인간은 오만함과 욕망을 버리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바라봐야만 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라 자연에 깃들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만이 대재앙을 늦추고 인류가 살아남아 자연에 깃드는 방법이기에.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 풀꽃세상 환경 특강

박병상, 이상수, 심재훈, 이시우, 정상명 (지은이), 풀꽃세상 (기획), 철수와영희(2020)


태그:#환경과 생태, #죽음의 제초제 , #인류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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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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