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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어 가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 외벽에 감염 예방수칙과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청사 외벽에 감염 예방수칙과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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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로 세상이 난리인데, 한가한 소리를 하자니 뒤통수가 미리부터 따끔한 기분이다.

2월 중순 귀국 예정이던 미국에 사는 자식으로부터 며칠 전 연락이 왔다. 신종 코로나가 불안해서 귀국을 3월쯤으로 늦추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해줬다.

27개월가량 된 손자가 너무도 보고 싶은 마음에 제 날짜에 들어오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차분히 대응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적다는 판단과 함께, 시골에 산다는,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서울이 2020년이라면, 내가 사는 이곳 시골은 1990년 혹은 그 이전쯤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최소한 타인들과 접촉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신종 코로나는 공기 중이 아닌 비말을 통해 옮겨지는 까닭에 타인과 접촉만 없다면 감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2월 4일 하루만 해도 아이 엄마 빼고는 단 한 사람과도 대면 대화가 없었다.

바이러스는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 있을까?
  
 정부의 2차 특별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인 탑승객이 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하고 있다.
 정부의 2차 특별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인 탑승객이 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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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25년 전 그 시절의 '충격'이 되살아나고 있다. 당시 미국의 한 대학에서 '글로벌 체인지'(global change)라는 주제로 1년 동안 이런저런 논문을 수십 편 넘게 들여다본 적이 있다.
  
글로벌 체인지 연구란, 기후 변화를 중심축 삼아 지구촌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변해갈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때 컴퓨터로 기후 변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했는데, 지구촌의 기상 이변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인류의 일상을 위협할 정도로 빈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를 이뤘다.

또 기후 변화와 함께 각종 감염병이 창궐하고, 지구적인 확산, 즉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감염병 숙주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항공편을 포함한 교통 발달로 여행객의 폭증이 불 보듯 뻔해서 감염병이 그 어느 때보다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때 처음 본격적으로 접해 본 기후 변화나 감염병 확산 등에 대한 전망은 한결같이 놀랄만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주로 제기한 미국도 당시 한가했고, 한국 역시 평온했다.

물론 내 마음의 평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서울을 떠나 시골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굳히는 일들이 귀국 후 끊이지 않았다.

먹고 살기 바빠 일일이 기록에 남기지는 못했지만, 기후 재앙은 대략 2000년대 들어서 '마각'을 분명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 사스, 메르스, AI 같은 과거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감염병들이 언론매체에 주기적으로 오르내리곤 했다.

시골 농부의 일천한 지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할 말은 별로 없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바이러스는 이른바 숙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중간 매개체도 물론 넓은 의미에서 숙주다. 메르스는 사람으로 건너오기 직전 매개체가 낙타였고, 사스와 신종 코로나의 유력한 초기 숙주는 박쥐이다.

바이러스는 잠잠해진 거 같다가 불현듯 나타나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걸 보면 야속하고 고약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지구촌에 영영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일망타진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바이러스는 인류 종말을 초래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런 일 또한 생길 확률은 극히 낮을 것이다. 바이러스에게 숙주의 절멸이란 공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종 특성'(species-specific)이 강한 바이러스에게 특정 숙주의 절멸은 바이러스 자신도 더는 증식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변이를 거쳐 다른 종의 동물 등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바이러스로서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생존을 위한 전략과 전술을 바꿔야 하는 등 바이러스로서는 '위험 부담'이 크다.
  
바이러스의 주된 매개체 가운데 하나인 박쥐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학자들에 따르면 박쥐는 일반 포유류보다 체온이 훨씬 높아 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숙주에 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박쥐는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활동 반경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바이러스로서는 공간적으로 너른 범위에 걸쳐 감염(증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나름 매력적인 매개체이다.
  
바이러스의 지구 출현은 어쩌면 동물을 앞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바꿔 말하면, 바이러스는 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진화 과정을 거쳐 왔고 나름의 생존전략을 가다듬어 왔다.

예컨대 500년 전에도 틀림없이 바이러스는 존재했으며, 감염 사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륙을 건너뛰어 지구촌 전체를 위협에 빠뜨린 적은 단언컨대 한 차례도 없다. 왜일까?
  
단적인 예를 들자면 그 옛날에 이른바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바이러스가 증식력을 유지한 채 건너가기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헌을 충분히 검토해 보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500년 전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조선의 시골에까지 동시 창궐을 유발했으리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난 100~200년 사이 가속화 한 도시화와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앞세운 현대화는 세상을 크게 바꿔놓고 말았다. 지구촌이란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세계 구석구석은 촘촘히 연결돼 있다.
   
비행기는 감염 확산 차원에서 보면 박쥐와 다를 게 없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탑승자들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탑승자들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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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의 창궐로 이제 인류는 박쥐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매개체'를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을 것 같다. 지금도 지구 상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을 수많은 여객기가 한 예이다. 한 번에 수백 명을 태우고 길어야 십수 시간이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비행기는 감염 확산 차원에서 보면 '슈퍼 킹 왕 짱 울트라' 박쥐나 결과적으로 다를 게 없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일수록 감염병의 전파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는 건 뻔한 이치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광역 대도시가 즐비한 중국이 주요 바이러스 창궐의 진원지로 종종 지목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인구밀도가 세계 최상위권인 한국으로서는 중국 우한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중국보다 방역의 수준이 높고, 중국과 문화가 다르다고 안심할 일도 전혀 아니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도시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국가이다. 인구의 절반이 시쳇말로 좁아터진 수도권에 몰려 산다. 게다가 아파트 공화국이란 달갑지 않은 별칭이 말해주듯, 집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살인적인 아파트 가격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자연재해를 인력으로 막는 건 한계가 있다. 최근 정부가 감염자들에 대한 1대1 대응까지도 고려하겠다고 하자, 감염자에 앞서 과로로 의료인력이 먼저 쓰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감염병의 창궐도 어찌 보면 대처가 쉽지 않은 자연재해의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대처하기 힘든 자연재해에 인재까지 보태는 일은 가능한 막아야 한다. 이보다 어리석을 수는 없는 까닭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친구로부터 얼마 전 '대천명 진인사'가 필요한 시대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이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의 순서가 뒤집혀야 한다는 게 친구의 주장이었다.
   
세상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사람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신종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곱씹게 된다. 바이러스의 창궐은 일찍이 예고된 오늘날 세상의 흐름 가운데 하나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고. 그러나 장이 온통 구더기로 사람이 건져 먹을 게 없을 판이라면 아예 장을 담그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휴대폰, 비닐, 플라스틱, 자동차, 나아가 비행기가 세상을 얼마나 편리하게 바꿔놓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 창궐이 무섭다고, 기후 변화가 두렵다고 '문명의 이기' 개발과 확산을 멈추면 되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도시가 얼마나 편리한데, 서울이 시골보다 살기가 얼마나 좋은데, 그까짓 미물 바이러스 때문에 도시화와 첨단화와 경제 발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느냐고.

소심한 시골 농부는 25년 전의 충격이 '증폭된 트라우마'의 형태로 거듭해 밀려오는 요즘 세상이 두렵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살 만큼 살았으니 내 한 몸 안위가 그리 겁나는 건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27개월짜리 손자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저 속이 답답하고 눈앞의 세상이 암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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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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