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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은 이번이 9번째이다. 2019.9.24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9월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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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2월 중에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달 열릴 제11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제7회 회의를 계기로 이 문제를 매듭지을 생각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여전하고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론도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9일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4월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고 공표하는 일이 있었다.

또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워싱턴 포스트> 기자인 필립 러커(Philip Rucker)와 캐럴 레오닝(Carol Leonning)이 1월 21일 펴낸 <매우 안정적인 천재(A Very Stable Genius)>에도 이 문제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담겨 있다. '주한미군이나 한국에 배치한 미사일 방어체계가 미국인을 안전하게 해주지 않는다'라거나 '한국이 우리 병사들을 위한 돈을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들이 소개돼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미국을 안전하게 해주지 않으므로, 한국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방위비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미군 철수 혹은 감축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그의 위협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위한 존재이므로 한국이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미국이 더 이상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런 논리는 백악관뿐 아니라 펜타곤에서도 나오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 2019년 11월 19일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회담 때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그로부터 8일 전에는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비슷한 발언을 해서 파장을 일으켰다.

한편, 균형을 잡기 위한 발언도 미 행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1월 24일에는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현 시점에서 일본이나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거나 빼내는 것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어떠한 고려도 전혀 없다는 것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펜타곤의 강경 발언이 낳는 파장을 국무부가 이렇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떠나면 한국은 망한다?

해외 미군이 미국을 위해 존재한다는 상식을 트럼프가 모를 리 만무하다. 마크 에스퍼나 마크 밀리 역시 마찬가지다. 주한미군이든 주일미군이든 태평양사령부 미군은 미국의 태평양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원칙상으로는 '미군을 주둔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이 호소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에 미군이 주둔 비용을 내고 필리핀에 있었던 것처럼, 미국이 한국에 간절히 호소하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런데도 미국이 도리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일부 한국인들의 잘못된 불안감을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떠나면 당장에라도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일부 한국인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명확한 사실은, 설령 트럼프의 말대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한국 안보에는 별다른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한동안은 어수선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에 무슨 일이 생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은 만만치 않은 경제강국이다. 전통적 잣대인 수출 순위를 놓고 볼 때도 그렇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K-stat에 따르면, 2018년에 한국의 수출액은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프랑스에 이어 세계 7위였다. 2017년에는 프랑스를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2016년에도 그랬다. 한국 노동자들이 제조한 상품이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소득을 국내에서 공정하게 분배한다면, 한국 국민들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언제라도 누릴 수 있다.
 
 본문에 인용된 세계 무역통계.
 본문에 인용된 세계 무역통계.
ⓒ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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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들은 한국을 둘러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군사력을 우려하지만, 이 나라들 역시 한국 군사력을 만만히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도 군사 강국의 반열에 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군사력 평가 사이트가 있다. '세계 화력' 혹은 '세계 군사력' 등으로 번역되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 닷컴(globalfirepower.com)이란 사이트다. 이 사이트가 50개 요소를 종합해 각국 군사력을 비교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한국의 잠재력 군사력은 미국·러시아·중국·인도·일본에 이어 세계 6위다. 한국 뒤를 프랑스·영국·이집트·브라질이 잇고 있다. 지금 미국과 대결 중인 이란은 14위이고, 북한은 25위다. 이 사이트는 2019년에는 한국 군사력을 세계 7위로 평가했다.
 
 본문에 인용된 세계 군사력 순위.
 본문에 인용된 세계 군사력 순위.
ⓒ globalfirepo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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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에는 남한의 군사력 증강을 비판하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한미동맹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도 그렇게 하지만, 남한 군사력을 실제로 경계하기에 그런 보도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이 볼 때도 남한은 만만치 않은 군사강국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다. 다섯 손가락 내에는 꼽히지 않지만, 열 손가락 안에는 꼽힌다. 이 정도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나라라면, 미군이 없어도 얼마든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이런 한국을 상대로 미 행정부가 툭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운운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일부 한국인들이 자국 군사력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관철시키려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에는 시간이 걸리는 이유


그런데 한국 군사력이 그 정도라면, 왜 전시작전통제권을 얼른 환수하지 못하는 것인가? 한국군의 전작권 환수가 지연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군에 뭔가 결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의 한미동맹 하에서 한국군은 감청을 비롯한 정보수집 능력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핵심 시설에 대한 영상 및 사진 정보의 확보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이 이런 능력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세계 6위나 7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이 자국 군대의 정보수집 능력도 구축하지 못할 리는 없다.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일 뿐,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전작권 회수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지금 한·미 양국의 전작권 환수 작업은,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군이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도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가 발행한 <2018 국방백서> '제2장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의 첫 대목은 이렇다.
 
"한·미는 북한의 침략과 도발에 대비하여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 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를 내실 있게 추진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공통 인식을 담고 있는 이 문장은 전작권 전환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드러낸다. 지금 진행 중인 전작권 전환 작업의 목표는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의 구축이다.

이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군이 한국군을 지휘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해야 전작권이 반환되는 게 아니라 '한국군이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해야 전작권이 반환된다. 한국군이 스스로를 지휘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 최강 미군까지 지휘할 수 있어야 넘겨받게 되는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 말하면, 한국군의 지휘를 미군이 만족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넘겨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작권 반환 조건이 은근히 꽤 까다로운 것이다.

지금 한국군의 처지는, 스승으로부터 '네 수준이 나를 넘어섰다'며 '이제는 하산해도 좋다'는 하명을 기다리는 무술 수련자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군의 입에서 '한국군은 이제 하산해도 좋다'는 말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기약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북한 핵무기가 버티고 있으므로 전작권 환수는 시기상조다'라고 주장하는 안보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의 말대로 핵보유국을 바로 앞에 뒀다고 해서 독자적인 전작권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핵보유국인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옆에 있는 나라들도 한결 같이 전작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위협적인 국가와 맞닿아 있을수록 자기 군에 대한 통제권을 굳건히 하는 게 상식인데도. 일부 군사 전문가들이 상식에 벗어나는 논리를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세계의 핵무기는 전쟁 억지용이다. 북한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남북 공멸로 가는 길이다. 남한에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북한 핵무기가 두려워 한국군이 전작권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트럼프의 말대로 주한미군이 정말로 철수하게 되면, 처음 한동안은 국군이 정보 수집이나 주변지역 감시에서 애로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외국의 침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이 한국·일본·괌 등의 동아시아 지역에 있기 때문에 북한·중국·러시아가 군사행동을 쉽게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아시아 미군이 전쟁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군이 방위비 분담금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미군이 동아시아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미군은 여전히 일본 본토, 오키나와, 괌 등에 남아 있게 된다. 부산과 일본령 대마도의 거리는 불과 49km다. 미군이 한국을 떠난다 해도, 미군은 여전히 한국과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동아시아와 호주에 배치된 미군은 태평양사령부에 속해 있다. 어느 나라에 배치됐든지 간에 태평양사령부 소속 미군의 임무는 태평양을 경유한 서쪽 세력의 미국 침투를 막는 것이다. 태평양이 뚫리면 미국 서해안이 곧바로 위협을 받기 때문에, 미국이 동아시아 전 지역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시키기는 쉽지 않다. 여력이 있는 한, 미국은 태평양 방위를 위해서라도 동아시아에 군대를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한미군 철수 뒤에도 동아시아 미군의 전쟁 억지력은 다소 약해지기는 해도 계속해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철수한다 해도 '미군이 동아시아를 떠났다'고 생각할 나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감소하겠지만, 주한미군 철수를 지켜보며 한국 침략에 곧바로 착수할 나라는 나오기 힘들다. 주한미군이 떠나도 여전히 세계 6, 7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한국에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력으로 보나 군사력으로 보나 또 전작권 전환 작업의 실상으로 보나 동아시아 전략 구도로 보나,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된다 해도 한국 안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걸핏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운운하며 분담금을 인상하려 애쓰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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