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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 함께 프라하(Prague) 카를교 건너편, 옛 귀족들의 저택들이 모여 있는 블타바(Vltava) 강변을 걸었다. 잔잔한 강물 위에서는 백조들이 한가로이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우리는 체코가 낳은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소설가, 카프카(Kafka)의 작품들을 만나보기 위해 카를교 북쪽에 있는 카프카 박물관(Kafka Museum)을 찾아갔다.
 
체르니의 조각상 ‘오줌 누는 사람들'이라는 조각상이 서서 오줌을 싸고 있다.
▲ 체르니의 조각상 ‘오줌 누는 사람들"이라는 조각상이 서서 오줌을 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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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려고 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한 곳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웃고 있다. 박물관 정원에 아주 이색적인 조각상이 서 있기 때문이다. 체코의 설치미술가인 다비드 체르니(David Cerny)가 만든 '오줌 누는 사람들'이라는 조각상인데, 체코 영토 모양의 웅덩이 위에 남자 2명이 서서 소변을 보고 있다. 엉덩이 부분이 좌우로 움직여 더 웃기는데, 남녀 가리지 않고 즐겁게 웃는 모습에 나도 괜히 웃음이 나온다.
 
카프카 박물관 카프카의 일생과 그가 남긴 작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 카프카 박물관 카프카의 일생과 그가 남긴 작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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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에는 그의 연인 등 주변인물뿐만 아니라 그의 일생,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검은색을 배경으로 하는 박물관 내부는 조명이 약해서 온통 어두웠다. 그의 복잡한 심리가 묘사된 놀라운 작품들만큼이나 박물관 내부는 신비하게 꾸며져 있었다. 마치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박물관 내부는 그의 어두운 작품만큼이나 어둡고 깊었다.
 
카프카의 소설 그의 복잡한 심리가 묘사된 놀라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카프카의 소설 그의 복잡한 심리가 묘사된 놀라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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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운 유대인이었던 그의 작품들은 약간 괴기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신비함이 녹아 들어 있다. 프라하 서민 지구의 골목길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었던 그의 삶은 프라하의 신비함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전시관 안에 적힌 그의 소설 문구들을 잠시 읽어보면, 고독함이 실존주의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그의 정신적 내면이 느껴진다.
 
신호등이 있는 골목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의 작은 골목길이다.
▲ 신호등이 있는 골목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의 작은 골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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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박물관에서 나와 카를교 쪽으로 다시 걸어 나오다 보니 한 골목길 앞에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일명 신호등이 있는 골목인데, 강변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길이다.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의 골목길이라 반대편에서 사람이 걸어오면 지나갈 수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이 좁디 좁은 골목에는 신기하게도 신호등이 걸려 있다. 신호등에 초록 불이 들어오면 골목길을 지나가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맞춰 걸어 내려간다. 이 골목길을 일부러 경험해보려는 외국 여행자들끼리 줄을 서서 걸으며 서로 재미 있다며 눈인사를 하는, 아주 유쾌한 곳이다.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프라하 시내 관광 중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프라하 시내 관광 중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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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덕길인 네루도바(Nerudova) 거리를 구경하며 더 걸어갔다.  나와 아내는 말로스트란스케 광장(Malostranske Square)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프라하 시내 관광 중 잠시 쉬어가기 좋은 이곳은 내가 생각해 왔던, 프라하의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다.

광장 주변 거리의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에는 여행객들로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광장을 둘러싼 리흐텐슈타인 궁전(Liechtenstein Palace) 등 다양한 건축물들에는 매력적인 건축양식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리흐텐슈타인 궁전 앞에는 1621년에 황제에게 대항하여 반기를 들었다가 사형당한 주동자 27명의 철제두상 27개가 인도 끝에 나란히 서 있다. 마치 현대 입체파의 조각상을 보는 듯한 이 현대적인 두상은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일제히 광장을 쳐다보고 있다.

광장 한쪽에는 중세시대의 페스트 퇴치를 기념하는 역병 기둥이 서 있다. 당시 유럽을 휩쓴 페스트 전염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는 프라하에 페스트가 들지 말라고 빌었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페스트 기념비에는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성 삼위일체상이 모셔져 있다.
 
레논 벽 프라하 젊은이들의 자유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 레논 벽 프라하 젊은이들의 자유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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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도바 거리 남쪽, 아름다운 중세 거리의 뒤편에는 현재 체코의 평화와 자유의 상징이 되어버린 존 레논 벽(John Lennon Wall)이 있다. 이곳은 현재 프라하 젊은이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원래 몰타 대사관의 평범한 담이었던 이곳은 1980년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피살 이후 그를 그린 그래피티와 가사로 채워지게 됐다. 그후 이곳은 세계인들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는 명소가 됐다. 실제로 존 레논이 이곳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자유를 염원하던 체코 젊은이들에게 그의 노래 가사는 자유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 벽 앞에 모델같이 서서 예쁜 사진을 남기고 있지만, 이 레논의 벽은 체코의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큰 곳이다. 자유가 억압되던 공산주의 시절, 이 벽은 소위 '프라하의 봄'을 갈구하던 체코인들에게 해방의 공간 같은 곳이었다. 외세에 시달리던 체코인들에게 '자유'의 의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염원하던 자유만큼이나 절실했던 자유였을 것이다.

이 레논 벽의 그림들은 현재도 새로운 그림 덧칠하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누군가가 그림 위에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자유를 상징하는 낙서를 계속 남기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되는 이 벽면은 마치 자유의 역사가 진보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레논 벽 앞에서 사진을 남기지만 언제 사진을 찍었느냐에 따라서 배경 그림은 항상 달라지게 된다. 현대와 같은 SNS 세상이 열리기 전 자유 욕망의 분출구였던 이곳은 현재도 역사적 상징성으로 인해 계속 자유의 욕망이 분출되고 있다.

이 자유의 벽에 그려진 낙서들은 그대로 보존되는 낙서들이 아니기에, 다양한 그림들은 며칠이 지나면 다른 그림들로 가득 메워지게 된다. 가장 편한 형태로 그려진 이 그림들은 인간의 본성인, 자유를 향한 의지를 가득 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고 상상해 보라는 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Imagine)'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나와 아내는 블타바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더 걸어갔다. 카를교 남쪽 강변에는 프라하에서 가장 풍부한 미술품들을 담고 있는 캄파 미술관(Museum Kampa)이 있었다. 우리는 체코 근현대미술의 정수가 있다는 미술관 안으로 설렘 속에 들어섰다.

14세기 방앗간을 리모델링한 미술관 건물은 놀랍게도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술관 안 마당에는 누가 보아도 친근하게 느낄 설치 미술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체코 현대 조각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 작품들 하나하나는 입가에 웃음을 띠게 할 정도로 쾌활하다. 특히 다비드 체르니의 '기어가는 아기' 청동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기는 눈, 코, 입이 없지만 튼실한 엉덩이가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특별 전시회 입장권까지 사서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 내부에는, 체코의 미술을 사랑하고 후원했던 한 부부에 의해 1960년대에 수집된 체코의 미술품들이 가득하다. 체코만의 뼈 아픈 근현대적 정치적 경험들로 가득 차 있는 작품들은 당시 소련의 미술품들과는 다른 체코 미술만의 개성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 미술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로 상설전시되고 있는 미술품들은 체코의 대표적인 미술가인 프란티셰크 쿠프카(František Kupka)의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들은 입체파의 성향을 다분히 간직하고 있지만, 색채가 화려하고 따뜻하고 독특하다. 역시 미술작품들은 독특하고 개성적이어야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는 모양이다.
 
블타바 강의 전경 미술관의 강변 테라스에서 보는 전경이 아름답다.
▲ 블타바 강의 전경 미술관의 강변 테라스에서 보는 전경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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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창 밖으로는 블타바 강과 카를교(Charles Bridge)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미술관 내부 구경을 마친 후에 1층 강변의 테라스로 나와 보았다. 강변 테라스 난간에는 설치미술품인 노란 펭귄 여러 마리가 일렬로 서서 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물 캐릭터를 너무나 좋아하는 딸과 함께 왔으면 참으로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강 위의 휴식 화창한 날씨 속에 강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 강 위의 휴식 화창한 날씨 속에 강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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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마저 화창해서 강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 위로 들어가 보트를 타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발로 페달을 돌려 이동하는 보트에는 젊은 연인들이 앉아 그들의 젊음을 만끽하고 있다. 한가롭다는 말은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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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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