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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청앞 농성장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미추홀구청앞 농성장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 주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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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 앞에는 농성장이 하나 있다. 농성장에 모인 이들은 1962년 인천항의 이전에 따라 숭의동 부근에 터를 잡은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의 여성들이다. 한때 33개 업소의 700여 명의 사람이 근로하던 옐로하우스는 속칭 4호집에서 농성 중인 몇 명만을 남기고 철거됐다. 
  
농성자들은 얼마 전 철거 현장에서 비산먼지에 섞인 석면이 검출되자 관계기관에 신고해 현장작업중단을 포함한 구청의 겨울철 강제철거 중단을 요청했다. 현재 철거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들은 왜 구청 앞에서 이주대책 농성을 하게 됐을까?
 
지난 29일 미추홀구청 앞 농성장에서 만난 대표 A(45)씨는 몇몇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농성장 안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시위중인 농성장 인원들과 활동가
 시위중인 농성장 인원들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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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이들과 숭의1구역 주택조합 간 협상이 예정되어 있었다.

A씨는 아무 지원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일반적인 재개발과 다르게 이주비 지원 등의 절차가 없는 것이 덧붙는 설명이다.

당시 포주와 포주 겸 건물주, 건물주들은 자기 이익을 챙긴 후 그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떠났다. A씨는 철거된 건물들 사이로 버려진 온갖 생활쓰레기와 건축 폐기물로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 국가가 공창제(성매매를 국가가 합법 또는 묵인하고, 여성의 등록 및 성병 검진 제도를 통해 법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를 해왔다고도 밝혔다.

과거 기지촌 시절 영어교육을 담당한 미추홀구청은 옐로하우스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5공화국 시절에는 일본에서 오는 원정 관광객을 상대로 엔화를 벌었다. 이 과정에서 필로폰과 같은 마약에 노출되는 '노동착취'를 당하기도 했다.
 
협박으로 깨진 옐로하우스내 농성장 창문
 협박으로 깨진 옐로하우스내 농성장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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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중 아픈 현실이었다. 그들은 함께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여기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협상이 진행되고 기자는 주택조합장과 미추홀구 도시재생국장과 면담하였다.

주택조합장은 기자에게 "현 법률상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 농성자들에게는 법률상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나 최선의 지원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도시재생국장은 "주택조합과 농성자 간 대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여러 번의 대화와 협상으로 최선의 타협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탈성매매에 대해 묻자 A씨는 언론에서 발표되었던 성매매 여성 지원금은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이며, 사실상 받기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지내라는 것일까.
 
농성중인 옐로하우스 지역 내 '4호집'
 농성중인 옐로하우스 지역 내 "4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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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기자를 농성자들이 지내는 옐로하우스 내 농성장으로 초대했다. 주변에는 철거된 건물과 잔해들이 어지럽게 뒤덮여있고 먼지만이 휘날리고 있어 기관지가 아플 정도였다.

비산먼지 석면 신고 이후 주택조합 측 사람이 찾아와 망치로 유리창을 부수는 등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A씨는 전했다.

현재 농성장에는 15명 미만의 직원들이 남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몇 명의 농성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의 주 이야기는 여기에 오고 싶어서 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부모의 사채, 집안을 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 등 여러 상황으로 어찌어찌 흘러들어와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했다. A씨도 마찬가지였다. 30년 다 되도록 이곳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한낮이였는데도 4호집 내부는 어두운 편이였다.
 한낮이였는데도 4호집 내부는 어두운 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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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이 상황과 함께 더불어 강제집행으로 인한 피해를 주택조합 측에 배상하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철거와 함께 이들의 건강은 많이 망가진 상태다. A씨는 백내장을 앓고 있었으며 몇몇 농성자들도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옐로하우스에서 만난 농성자들은 기자에게 건너편 건물의 검은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택조합에서 감시를 위해 설치했다는 게 주목적"이라 전한 검은 창문 아래에는 방범용 CCTV 가동 중이라는 안내판만이 붙어있었다.

옐로하우스의 노란 불빛은 오늘도 꺼지지 못하고 밝혀져 있었다.
  
주택조합 측에서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하는 부분
 주택조합 측에서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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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옐로하우스, #인천미추홀구,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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