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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있었던 자유한국당의 영입 인재 기자회견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렵사리 데려온 영입 인재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자신에 대한 논란을 해명하던 과정에서 군인권센터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했으나 이와는 별개로 박찬주 전 대장은 충남 천안을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삼청교육대 논란은 아직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군사독재 시기의 위협적인 통치가 올바른 국가정책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누군가에겐 역사의 오욕으로 남은 군사독재가 누군가에겐 국가의 귀감으로 남은 것이다.

위협과 선전으로 나라를 이끄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선전물이 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기 일본의 프로파간다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한 묘사
 
 신국일본의어처구니없는결전생활
 신국일본의어처구니없는결전생활
ⓒ 하야카와타다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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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생활>은 전시에 나온 잡지 등의 매체를 수집하고 연구해 온 하야카와 타다노리라는 일본인이 쓴 책이다. 책에 따르면 그는 저술을 통해서 일본의 전시 프로파간다를 비판, 지금의 일본인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우경화와 아베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에는 아름답고 선하고 의지로 충만한 일본인의 모습을 기록한 선전물이 가득하다. 일본인은 아주 훌륭한 민족이고 아름다운 이들로 묘사된다. 일본 정부와 엘리트는 이런 훌륭한 일본인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옳다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죽도록 고통을 받으면서 견딜 것을 요구한다. 적령기 비혼자를 '일소'해서 국가를 위한 황군 장병의 수를 늘릴 것도 권유한다.

저자는 해학적인 어조로 2차 세계대전 무렵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판한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은 아시아 각 지역에 진출해서 식민지의 자원을 약탈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남방의 자원에 대한 글을 써서 정리하고 관련된 연구도 장려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우수한 나라라며 대외적으로 좋은 점만을 선전했다. 저자는 이런 일본의 이중적인 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러나 일본의 국력으로는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겉으로는 '결전'을 온갖 문구에 붙이고 정신력을 강조하는 있는 일본이었지만, 물자와 인력이 부족해져가고 있었다. 당시의 권장 사항이나 홍보 내용을 보면 일본인의 생활이 처참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엿보인다. 물론 지시되는 해결책은 늘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일본에 영양 부족은 절대 없다"고 해서, 어쩌면 새로운 식량원이라도 찾아낸 건가 했더니, 그런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래로 적게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한 길이고 근로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수신'은 먼저 식사를 억제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213P
 
책에는 이렇듯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는 글이 매우 많다. 책에 따르면 잡지 '주부지우' 1944년 12월호 특집은 '야수 민족 미국' 편이었다. 이 잡지의 기사에는 미국인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고, 권투나 자동차 경주를 좋아하며 사망자나 중상을 입은 사람을 보고 즐거워하는 이들로 묘사되어 있다.

또 같은 잡지의 기사는 미국이 일할 수 있는 일본인 남성은 노예로 삼아서 개척에 보내고, 여자는 흑인의 아내로 삼고 일본인 아이는 불구로 만들기 위해 눈을 파낼 것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정말 여러 가지 요소를 극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을 썼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더욱 심한 것이 두 번째 서명 없는(또야!) 기사 '적이 뇌까리는 전후 일본 처분안'이다. 일할 수 있는 남자는 노예로서 전부 뉴기니, 보르네오 등의 개척에 쓴다. 여자는 흑인의 아내로 삼는다. 아이는 거세한다. 이리하여 일본인의 핏줄을 끊어라. 일본인의 아이는 불구로 만드는 게 제일이다. -371~372P

글의 뉘앙스를 보면 일본이 미국에 선전포고한 것인지 미국이 일본에 선전포고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저자는 일본 군대가 하던 잔학한 행동들을 생각하면 당시에는 이런 글도 현실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겠냐며 기막힌 일침을 가한다.

한편, 전쟁이 이렇게 위중한데 치장이나 하고 다닌다며 유한계급의 일본 여성을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선전 구호들은 대내적으로는 일본 여성들을 미군에 맞서서 생산을 담당하는 주부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매국노 같은 유한 여성 둘로 나누고, 대외적으로는 흑인에 맞서 보호해야 할 존재로 그려냈다. 왜곡된 여성상 묘사가 매우 기이하다.

책에 나오는 모든 선전물의 저자가 전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책은 전후에 선전물을 미군에 대비해 없앤 이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선전물을 쓴 사람 중 몇몇은 전후에 잘 살고 GHQ 시대 이후에도 넉넉한 사회 지도층으로 살다 죽었다. 전후에 정치를 한 인물도 언급된다. 미군에게 가학 행위를 당할까봐 자결한 이들만 허망한 죽음을 당했다.

책에는 정말 광기가 넘치다 못해 지금 시대의 감각으로는 조롱인가 싶을 정도의 선전물이 많다. 모든 인간을 군국주의 체제 동원의 요소로 전락시키고,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도록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 일본 선전물의 요체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배격될 것이 요청되었다.

번역자인 송태욱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증오를 증명해서 자신을 세워야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이 1970년대에 학교를 다닌 자신에게 낯설지만은 않다고 썼다. 군대 문화가 인간에게 증오를 가르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한국에도 있다고도 썼다. 황당한 묘사에 웃음이 나오다가 웃음이 그쳤다.

신국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결전생활

하야카와 타다노리 (지은이), 송태욱 (옮긴이),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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