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을 오르는 길은 힘들었다. 오수자굴을 지나 끝이 안나오는 오르막길에 지쳐 앞서간 벗들과 점점 멀어져갔다. 중봉쯤 올랐으려나. 이제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이 제법 키가 작아지고 파란 햇살이 머리 위에 떠 있을 즈음, 앞서간 두 명이 저 언덕 봉우리에 걸터앉아 나를 불렀다. '다왔나?' 그때 한 명이 나에게 '무슨 작은새가 여기에 계속 돌아다녀요!' 하는 것이다. '뭐야? 뭔데? 새?' 나는 새가 떠나가지 않길 바라며 눈길을 뛰쳐 올라갔다. 정말 작은새가 엄청 가까이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있었다. '아! 얘는 동고비!' 도감 책을 너무 뒤적여서 기억이 바로 났다. 이 아이는 동고비다! 파란 하늘빛이 머리에서 날개 그리고 꼬리까지 이어지고, 닌자를 연상하게 하는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띠, 배 안쪽에 감빛. 참새처럼 작고 빠른 동그란 새. 나무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 했다. 아쉽게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다음에는 들려주려나? 파란빛깔이 물까치 다음으로 맑고 예뻤던 아이. 만나서 반가웠어!
[사진출처]
https://threepark.tistory.com/entry/동고비70-WoodNuthatchcResSittaeuropaea-30068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