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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는 일이 바빠 자주 얼굴을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갈 것 없이 충남 예산 지역으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여기 주민들이 직접 뽑은 마을 명소들이 있다.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는 지난해 6월과 12월 마을명소 50곳을 책으로 묶었다. 센터 활동가들이 이를 아끼며 보전해온 주민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와 사진 등이 실렸다.

김영서 사무국장은 "예산 지명 1100주년을 기념해 각 읍면에서 추천을 받아 주민들의 추억과 의미 있는 장소들을 담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겨울철에 가족 또는 혼자서도 방문하기 좋은 3곳을 소개한다. 

힘자랑 도깨비가 가져온
신양 차동리 힘겨루기돌

 
두 명이 들기도 버겁다. 용쓰는 외지인들을 보며 웃고 있는 차동리 주민.
 두 명이 들기도 버겁다. 용쓰는 외지인들을 보며 웃고 있는 차동리 주민.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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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명소라니, 갸우뚱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에 있는 '힘겨루기돌'은 지름이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둥근 돌이다. 크기에 비해 100㎏이 훌쩍 넘을 만큼 무거워 옛적부터 '내기'의 대상이 됐다.

어찌나 많은 이들의 손을 탔는지 모난 데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이 돌은 재미난 추억들을 품고 있다.

"옛날에 마을 초입에 주막집이 있었어요. 술 한 잔 걸친 사람들이 여기 느티나무 밑으로 와서 돌 드는 내기를 했지요. 그걸 가슴팍 높이까지 들어 올린 사람은 우리마을 역사상 딱 5명뿐이에요."

박성림 이장의 설명이다.
 
힘겨루기돌의 모습.
 힘겨루기돌의 모습.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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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돌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걸까? 소문엔 힘자랑 하기 좋아하던 도깨비가 더 이상 씨름으로 자기를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자, 어떻게든 힘을 겨뤄보려고 이 돌을 가져다놓은 것이란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상상하기 나름이겠다.

돌은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준 불모동 느티나무 정자 밑에 있다. 대촌에도 하나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설날, 따뜻한 떡국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차동리에서 '힘겨루기 한 판' 벌여보면 어떨까.

■ 찾아가는 길-신양면 차동불무길 113-5


하늘 아래 첫 동네
예산읍 수철리공소

 
아담한 수철리공소 전경(위). 목조건물로 지어진 내부가 정갈하다.
 아담한 수철리공소 전경(위). 목조건물로 지어진 내부가 정갈하다.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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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박해 때 탄압받던 천주교 신부와 신도들이 모여 미사를 드렸던 충남 예산군 예산읍 수철리공소.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릴 만큼 마을 끝자락 산중턱에 자리해 있다. 하얀 벽에 파란 함석을 머리에 인 평범한 주택의 모습이지만, 지붕 위로 높게 세워진 십자가가 이곳이 공소임을 알린다.

"여기가 옛날에 천주교 신도들이 박해를 피해 이룬 새터마을이에요. 외진 데서 7~8가구가 살았죠. 그러다 1960년에 이 공소를 지었어요. 당시 주민들이 읍내에 있는 성당을 다녔는데, 본당이 그걸 알고 가까운 곳에서 미사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해준 거에요. 한 차례 폐허가 됐지만, 계속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복원했죠."

곽노균 이장이 공소에 얽힌 지난날을 담담히 전한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떠나고 신도수가 많지 않아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만 신례원성당 신부가 신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린다고 한다.

'수철리 성지'로 기념하는 이곳엔 작은 정원이 딸린 성모동산 등이 조성돼 있다. 곽 이장은 "한적하니 다녀가기 좋아 전국 각지 신도들이 방문한다"며 한 번 들러 보란 말을 건넨다.

마을 안엔 아담한 저수지도 있다. 공소를 둘러보고 내려와 산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흔들리는 물결을 감상하는 것도 겨울을 보내는 멋진 방법이겠다.

■ 찾아가는 길-예산읍 수철길 630.

"코끼리산이 있어요"
오가 신장리 국사봉

 
산 끝자락이 양옆으로 길게 뻗은 국사봉.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 그림을 연상시킨다.
 산 끝자락이 양옆으로 길게 뻗은 국사봉.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 그림을 연상시킨다.
ⓒ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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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보아뱀' 그림을 아시는가. 챙 넓은 카우보이모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코끼리를 잡아먹어 배가 부른 뱀이다.

소풍을 왔던 한 어린아이가 산 끝자락이 양옆으로 길게 뻗은 국사봉을 보곤 "선생님, 저거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 같아요"라고 말한 뒤로 국사봉은 코끼리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장리 '복산'에 위치한 이곳은 야트막하고 경치가 좋아 주민들의 추억이 많다.

신장2리 서순원 이장은 "정상에 올라가면 예산읍내가 다 보여요. 그 앞에 무한천도 흐르고 있고요. 어렸을 땐 거기서 수영하고, 어죽 끓여먹고, 산에 올라 놀고 그랬죠. 그땐 나무들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자랐어요"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믿거나 말거나, 재밌는 유래도 있다. 옛날 옛적 홍수가 나 물이 파도처럼 일렁이던 중, 빨래를 하던 노파가 산이 떠내려오자 귀찮다는 듯 빨래방망이로 떠밀어버린 게 지금의 국사봉이 됐다고 한다.

2015년 기우제를 올렸을 때는 3일 뒤부터 비가 풍족히 내린 사실로도 유명하다. 기록에 따르면 군내에서 가장 큰 물줄기인 무한천과 접해 물을 끌어오기 가장 좋아, 조선시대 때부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또 내포문화숲길 가운데 '백제부흥군길' 주요 구간으로 지정돼있다. 예산대교부터 무한천을 따라 대흥동헌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기름진 명절음식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면, 잠시 시간을 내 건강한 산책을 하는 것은 어떨까?

■  찾아가는 길-예산읍~오가 신장2리 국사봉등산로 입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도깨비돌, #수철리공소, #코끼리산, #예산명소,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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