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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만 18세로 낮아졌다. 일부 청소년들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2019년 12월 27일 통과시켰다. 선거를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된 것이다.

총선 선거일에 만 18세가 되는 충남 예산지역 고등학교 3학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 이은수, 한서희, 훈제란(학생 요청으로 별명을 기재합니다)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이제껏 청소년들을 정치에서 배제해온 점을 공통으로 지적하며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투표권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첫 선거를 치르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새내기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으며, 지난 14일 학생들의 답변을 받았다.
 
 이은수(왼쪽), 한서희(오른쪽)
 이은수(왼쪽), 한서희(오른쪽)
ⓒ 이은수, 한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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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첫 투표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누구를 뽑을 것인지 많은 생각이 교차할 텐데, 선거권을 갖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서희 "첫 투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내 한 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기에 충분히 고려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신중함과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훈제란 "뉴스 등을 통해서만 접할 뿐, 나이제한 때문에 선거에 직접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선거법이 개정된 덕분에 사회일원으로서 도움을 주는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은수 "선거권을 갖게 돼 마냥 기쁘기보단 걱정이 앞선다. 제대로 된 정치에 대한 견해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심코 한 표를 던지게 된다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청소년들이 많이 접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선거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직접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선거연령 하향'을 두고 찬성과 반대, 무관심 등 주변의 또래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와 분위기를 전해주세요.
훈제란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다. 만18세는 확실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세우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연령 하향은 청소년들이 훗날 디딜 사회모습의 올바른 발판이 될 것이다."

은수 "찬성과 반대 둘 다 있다. 반대의 경우 만18세는 한창 입시에 집중할 나이라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든다. 물론 정치에 관심 있는 학생도 많겠지만 이들은 절대다수가 아니다. 그밖에 학생들은 정치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찬성하는 의견은 만18세라면 자신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투표를 할 때도 공약에 따라 판단할 수 있으며, 유권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육정책 대상은 청소년인데, 하지만 교육감 선거 등을 어른들이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서희 "생일이 지나 선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몇 되지 않아, 얘기를 자주 나누거나 관련된 주제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되진 않는 편이다."

-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와 '청소년은 투표를 하기엔 정치나 선거를 잘 모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서희 "설사 학교가 정치판이 돼도 문제는 없다고 본다. 서로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면 정치적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충돌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또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말은, 전제 자체가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은수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됐다. 특히 이번 총선 때 투표할 수 있는 건 일부 고등학교 3학년들 뿐이다. 만18세는 면학 분위기를 해칠 만큼 어린 나이가 아니기도 하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절한 상황에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정치나 선거를 잘 모른다는 건 맞다. 하지만 20세가 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청소년들을 정치에서 아예 배제시켰으니 선거권이 없고, 선거권이 없으니 당연히 그에 따른 교육도 없는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제란 "물론 정치판이라는 부정적인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은 너무 어리니 선거를 잘 모를 것이라는 편견을 기반으로 애초부터 투표할 수 없게 배제함으로써, 기성세대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잡은 것 같다. 청소년들도 선거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면 정치의 장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 이유가 있나요.
은수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없다.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뉴스를 보고 기사도 읽으며 정치를 둘러보고 나서 선택하고 싶다. 기준으로 삼는 두 가지는 첫째,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을 둘러싼 교육환경 등이 좋아진다면 그만큼 좋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둘째, 피해자 입장에서 법을 만들어갈 국회의원 후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성남유치원에서 6세 남자아이가 또래아동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 있는데, 이를 두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연스런 발달과정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건 가해사실을 축소시키는 전형적인 2차 가해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일들을 방지할 수 있도록 피해자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법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후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제란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지 않으며, 모든 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에게 투표하고 싶다. 특히 나이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시선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주변엔 아직도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당과 후보가 필요하다."

서희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등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후보를 지지한다. 또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발생률을 낮출 방안을 고민하고, 좀 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바라는 청소년 공약


훈제란 △예체능 과목시간 추가-다른 과목에 비해 배정된 시간이 너무 적을 뿐더러, 고3때는 아예 시간표에서 없어지기도 한다. 이건 미술, 음악 등 예체능 관련 진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배움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다. △발표수업 확대-자리에 앉아 이론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또래친구들과 함께 수업내용을 공부하고 발표하며 협동심 등을 키우는 게 살아가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청소년법 폐지-성인과 청소년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낮게 받는 부분이 문제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까지 있다. 이 부분을 개선한다면 청소년범죄가 줄고 올바른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한 문화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진로체험 제공-청소년들이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야간자율학습(야자) 시간조정-청소년기가 밥을 잘 먹고 잠도 많이 자야하는 성장기라고 하지만, 야자 때문에 평균수면시간이 매우 적다.

서희 △학교밖청소년들을 지원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알바를 구할 때 자퇴생이라고 하면 안 좋게 보는 경우들이 있어,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제약이 생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농어촌지역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학업 외에 진로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여기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활동이면 원치 않아도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돼있어 부담감이 무척 크다.

은수 △두발규제 폐지-학생다운 것은 머리모양으로 구분할 수 없다. 학교가 현재 길이에 제한을 두진 않지만 파마나 염색은 여전히 규제를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이는 엄연히 인권의 일부기 때문에 규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제시행 야간자율학습 폐지-이름은 자율학습이지만 학교는 생활기록부를 빌미삼아 강제로 야자를 시킨다. 건강마저 해칠 수 있어 야자가 자율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등교시간 9시로 변경-강제 야자 후 늦은 시간에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나 학교를 오게 되면 학생들은 건강을 챙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강제적으로 야자를 한다면 등교시간이라도 늦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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