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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외부를 향해 나아가는 동기가 된다. 역사적으로도, 다른 세계를 찾는다는 목표 자체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경우가 많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도중 발견과 탐험에 성공하고, 새로운 땅이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이렇게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은 사람들의 세계를 조금씩 넓히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세계를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다. 유리 가가린과 닐 암스트롱의 우주 여행은 우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배를 타고 나아가 새로운 교역로를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양 각국의 항로 개척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사람들에게 탐험의 동기가 되었던 이야기들 중에는 가짜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여행기는 여행기도 아니고, 저자가 여행을 한 것 같지 않은데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탐험과 교역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 여행과는 거리가 있던 책이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다. 가짜 여행기가 진짜 여행의 동기를 불러 일으켰다니 신기한 일이다.
 
 맨더빌여행기
 맨더빌여행기
ⓒ 존맨더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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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더빌 여행기'는 중세 유럽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책이다. 책에 따르면 콜럼버스도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사실 이름은 여행기지만 실제 여행에 따라 쓰이지 않은, 매우 독특한 책이다. 이 책 옮긴이의 해설에 따르면, 학자들은 이 책의 저자는 유럽인이고, 여행을 가보지 않고 다른 책의 내용을 짜깁기하여 여행기를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이 책은 성지로 가는 길과 성지 너머의 세계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기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성지로 가는 길의 내용은 꽤 그럴 듯하다. 현실의 지명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해야 기독교의 성지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방법을 통해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딱히 이상하지 않은 내용이다. 저자가 기독교인이라는 점이 이해될 뿐이다.
 
그런데 저자가 전하는 성지 너머 이야기는 매우 신비롭다. 성지 너머의 이야기는 누가 봐도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를 숭배하는 개머리 부족 이야기, 몸통에 얼굴이 달린 인간, 외눈박이 거인 종족 등 누가 보아도 허황된 상상 속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성지 너머의 국가로는 대칸의 나라, 사제왕 요한의 나라가 언급된다.
 
'다른 섬에는 정말 놀랍게도 언제나 무릎으로만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걸을 때마다 마치 넘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발 모두 8개의 발가락이 달려 있다. 그 밖에 다리가 하나인 인간이 살고 있는 섬도 있다. 그 외발은 몹시 커서 거꾸로 들면 햇볕으로부터 몸 전체를 가릴 만한 그늘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외발로 빠르게 달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매우 놀랍다.' - 244P
 
저자는 인도에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제왕 요한'이 산다고 하고, 그의 나라는 매우 풍요로워 부가 넘쳐난다고 말한다. 사제왕 요한은 이집트의 어느 교회에 들렀다가 예배의식을 보고 국왕이나 황제가 아닌 사제라고 불리고 싶다고 마음 먹게 된 인물이다. 책은 그의 나라에는 좋은 그리스도교인이 많으며 그들은 미사곡을 부르며 성체성사를 거행한다고 전하고 있다.
 
사제왕 요한의 나라 안에는 선거로 왕을 뽑는 섬, 과거에 가짜 낙원이었던 섬, 선량한 주민들이 사는 섬 등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저자는 중세인이면서 그리스도를 믿는 교인이면서도 다른 교리를 가진 선량한 주민들이 사는 섬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곳 주민들은 우리의 것과 같은 교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내 생각에 그들의 타고난 진솔함과 선의 때문에 신은 그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의 경배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이교도인 욥을 그분의 충실한 하인으로 받아들이신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보기에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종교가 존재하지만 신은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순종하고 받드는, 다시 말해 이 섬 주민들이나 욥이 그러한 것처럼 세속의 헛된 영예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신다. - 327P
 
책에는 가공된 상상력을 동원하여 중세 그리스도교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 만든 사례가 아닌가 싶은 이야기도 종종 보인다. 저자 자신이 직접 봤다는 이야기도 뭔가 딱 봐도 사실이 아닌 것 같은 허황된 이야기의 냄새가 난다. 여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다루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기가 아니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는 재밌는 책이다. 저자는 각국의 설화나 민담, 상상속의 이야기, 전해지는 다른 책의 내용을 합쳐서 이 책만이 가지는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책이 보여주는 성지 너머 인간의 모습은 상상과 허구가 섞여서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옮긴이의 해설에 따르면 저자에 의해 짜깁기된 맨더빌 여행기의 독특한 구성은 당대 유럽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한다.
 
수백 년 전 유럽에 살았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독특한 태도를 전달했다. 그는 숨겨진 미지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관습, 생활에 대해 관용적인 시선을 말한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유쾌하고 느긋한 시간이 되었다.

맨더빌 여행기 - 세계의 지리를 뒤흔든 중세 여행기

존 맨더빌 (지은이), 주나미 (옮긴이), 오롯(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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