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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7일 오후 중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건물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이해찬 대표 규탄 및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7일 오후 중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건물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이해찬 대표 규탄 및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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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에 대해 규탄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이해찬 대표를 인권위에 진정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5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올라온 영상에서, 민주당 총선 1호 영입 인재였던 여성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언급하며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관련기사: 이해찬, 또 장애인 비하 발언..."선천적 장애인은 의지 약해").

이전에도 이 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8년 2월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말했다가 바로 실수를 바로잡았으나 이후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 장애인이 많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전장연은 성명을 통해 "계속되는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차별 발언은 탄식을 자아낸다"라며 "의지가 무지 강한 선천적 장애인을 만나면 무슨 말로 교언영색 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250만 장애인에게 즉각 사과하기를 촉구하며 형식적인 장애인 인권 교육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해명과 사과에 대해서도 전장연은 "'상처를 받았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죄송하다는 말이라면 명백한 우롱이다"라며 "영입1호 장애인에 대한 감성팔이에 도취된 반인권적인 장애인 차별 발언"이라며 규탄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이번에도 의도를 갖고 한 말은 아니고 무심결에 심리학자가 한 이야기를 들어 한 것이다," "무의식중에 한 것이라 더 말씀드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꾸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말 안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7일 오후 중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건물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이해찬 대표 규탄 및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7일 오후 중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건물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이해찬 대표 규탄 및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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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가들, 이해찬 대표와 인권위에 분노

이해찬 대표에 대한 인권위 진정의 당사자(진정인)로 나선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내가 이해찬 대표가 '의지가 없다'고 말한 선천적 장애인"이라며 "이것(이 대표의 발언)은 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저는 이해찬 대표가 말한 '의지 없는' 선천적 장애인입니다. 한 번도 비장애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고,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를 가지 못했고, 제도권 교육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살에 집을 나와서 시설에 있다가 스무살에 자립을 했습니다 (...) 장애인 야학에 들어가서 검정고시를 쳐서 고등학교 학력을 얻고, 지금까지 장애인 운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의지가 없어서 공부를 안 했습니까? 제가 의지가 없어서 일하지 못했습니까?

(...) 제발 장애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장애인 삶에 칼 대지 마십시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의지 없게 살아왔다고 생각 안 합니다. 저는 오늘 진정인입니다. 그런데 진정이 아니라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고 싶습니다. 특정이 안 돼서(고발을 못하지만)... 이것은 저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서울지부 대표는 "장애인이라는 말을 언제까지 멸칭으로 사용할 것인지 이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의 발언은 물론 자유한국당의 이 대표 비판 논평에서 나온 "삐뚤어진 마음 가진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장애인은 학교 가면 철 없는 친구들에게 '애자'라는 말을 듣습니다. 사회가 제대로 되려면 장애인이라는 말이 멸칭과 비칭이 되면 안 됩니다. 제 아이가 열 살 되던 날,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그것은 네가 가진 여러 가지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네가 살아가기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장애로 겪을 수많은 어려움을 생각하니 그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분노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어쩜 이 나라는 이렇게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합니까. 저는 무의식중에 나왔다는 그 변명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편견이 속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의식 있는 상태에서 제어되지 않고 불쑥불쑥 나오는 그 정도의 인격인가, 그런 사람이 집권정당 당 대표라니요."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성토했다. 최 회장은 이날 2시 반부터 진행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기자회견에서 밝히며 "장애인들이 반복적으로 진정을 했는데, 인권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가진 제도적인 한계"만 말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이번 진정은 빠르게 조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바라는 것 없다. 다시는 (정치인들이) 차별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뿐만 아니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의원 등에 대한 진정을 각하한 바 있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7일 오후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면담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등은 최근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 성명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조속한 진정 처리를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7일 오후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면담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등은 최근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 성명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조속한 진정 처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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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우리는 여기 장애인 비하·혐오·차별이라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왔다. 전염병 때문에 장애인은 삶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고, 이건 역사적으로 국가가 우리에게 저지른 폭력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한 명 한 명씩 인권위에 진정을 계속 넣을 것"이라며 "22일에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이해찬 대표에게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기자회견을 열 것이며,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23일 오후 2시에 서울역에서 장애인 비하차별 발언 퇴치 서명운동을 펼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태그:#이해찬, #장애인 비하, #장애인혐오,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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