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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동물피해 포스터
 가습기살균제 동물피해 포스터
ⓒ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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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향의 피톤치드 성분에 의한 상쾌한 기분과 산림욕 효과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웰빙(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 대세였던 2000년대, 열풍처럼 불었던 가습기 살균제 광고에 실제 삽입된 문구다.

가습기는 우리 호흡기 건강에 보편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가전제품이다. 이제는 여느 가정집이나 사무실 등 없는 곳을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공기를 보고 있자면, 건조한 우리의 몸과 실내의 공기까지 케어해주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살균효과까지 더한 가습기 청소제품이 출시하자 사람들은 질세라 너도 나도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서,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장악한 웰빙이 주는 메시지의 효과는 강력했다. 마치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사람인양, 너나 할 것 없이 웰빙을 외쳐댔다. 인간의 의식주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웰빙이 집어 삼켰다. 당연하게도 기업에서는 수 없이 웰빙 관련 마케팅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웰빙'이 붙은 제품과 '웰빙'이 붙지 않은 제품들로 시장은 양분됐다. 선량한 소비자들을 현혹됐고, 그 마케팅의 결과는 이미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참혹했다.

웰빙의 역설

'안방의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한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다. 지난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책임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이에 세월호 특조위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특조위가 꾸려져 진일보한 모양새를 보였다.

가습기살균제참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0일 기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신청자는 6715명, 사망자는 1518명에 이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9일 국회를 찾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통과를 위해서 무릎까지 꿇었지만, 최종적으로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가습기살균제 과연 사람만이 피해자인가?

'가습기살균제 사태 해결됐나' 물었더니… 74% "아니다"

지난 12월 한국보건시민센터가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고 대답했다. 특조위가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는 43.1%,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2.1%였으며, 잘못했다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응답자가 '가해기업 피해자 배보상 대책을 끌어내지 못한 일'(32.2%)을 꼽았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가습기살균제와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명백하게 가려져야 배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질병과 가습기살균제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은 지난한 시간과 노력, 인력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반려동물 피해사실이다.

 동물이 입증할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과관계

2000년대 중반, 전국 동물병원에서 원인 미상 급성 폐질환 반려동물 환자가 수십 건 발생한 이후, 뒤 이어 사람에게도 유사한 폐질환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신체 장기가 유사한 고등 동물로, 신체 대사가 빠르게 진행되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가 사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반려동물 보호자를 통해 역추적한 결과(한국수의사임상포럼KVBP),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확인되었으며, 결국 보호자들에게도 반려동물과 유사한 건강피해가 발생했음이 밝혀졌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판매금지 조치 이후 반려동물의 급성 폐 손상 사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그 연관성을 더욱 입증하고 있다. 

참사 당시 이미 반려동물 인구는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였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당시 개와 고양이의 숫자는 약 200만 마리로 추정되었다. 반려동물은 사람에 비해 수명이 짧기 때문에 신체 나이의 흐름이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 사람에게서 만성 질환을 조사하는데 20~3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피해를 인지하고 있지 못해 피해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추후 증상 발현 예측자료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웰빙이 광풍처럼 휩쓸고 지나간 2020년, 어느 누구도 지금의 시대를 웰빙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오히려 그 상대개념인 웰다잉(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 새롭게 대두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건강한 사람이 맞이하고 준비할 수 있는 존엄한 결과일 것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법도 통과 되지 못하고 표류중인 상황에서 가습기살균제 동물피해 사례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본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 접수제보 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11월부터 시작된 접수제보 상황이 여의치 않은게 현실이라고 한다.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제보는 미비하다. 혹시 놓치고 있었던 작은 실마리라도 가습기살균제 피해 입증에 있어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제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들어온 제보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었던 한 고양이는 폐에 문제가 생겨 투병 중인 상황이었고, 제보 후에 곧바로 특조위 협력병원에 신속하게 내원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그러나 고양이의 사체는 보존 후 조직검사가 행해졌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이용했던 가정 중에서 반려동물의 피해가 의심되는 가구는 대표전화 1666-9820 또는 대표 이메일(info@ekara.org)로 제보할 수 있으며, 1차 접수를 거쳐 심층적인 조사가 이루어 진다.
 

태그:#가습기살균제, #동물피해,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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