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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산 가포초등학교 5학년 박지호 학생이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폐상자에 "지속적인 탄소 배출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경남도청 정문 앞에 서 있다.
 창원마산 가포초등학교 5학년 박지호 학생이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폐상자에 "지속적인 탄소 배출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경남도청 정문 앞에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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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이 법이 되고, 교육을 해서 더 잘 알려질 것이다. 지금은 알리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활동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고, 다 같이 해결해야 한다."

창원마산 가포초등학교 5학년 박지호(12) 학생이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모두의 관심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박지호군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모아내기 위해 '등교거부'도 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크레타 툰베리(16)가 등교거부를 통한 활동으로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탄소배출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

창원‧김해지역 초‧중학생들이 지난 13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후위기'를 고발하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박지호군은 이날 "지속적인 탄소배출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박군은 어머니와 함께 경남도청 앞으로 왔다. 창원마산 가포에서 시내버스를 갈아타면서 온 것이다. 집에 승용차도 있지만 이용하지 않았다.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오는 과정에서 엄마가 좀 불편해 하셨다. 저는 그렇지는 않았다.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행동하러 가는데, 정작 기후위기를 가속화 시키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제가 자가용을 타고 가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직접 실천하자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갔다."

이날 박군은 폐상자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와서 들고 있었다. 다른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로 선전도구로 폐자원을 재활용했다. 박군은 재활용품 사용이 대중교통 이용과 마찬가지였다.

"빈 상자는 어디서 물건을 사면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것도 깨끗한 상자가 아닌, 폐상자를 이용했다. 글자를 조금 쓸 수 있는 부분을 찢어서 사용했다. 새 도화지를 사서 사용할 수 있도 있지만, 기후위기를 고발하러 가는데 그것을 더 가속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폐상자를 잘라서 펜으로 글씨를 직접 썼다."

박군은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 육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을 읽고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육식의 종말>을 지난해 읽고 육식의 나쁜 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남저수지에서 열린 생태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더 알게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육식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육식이 우리 문화에 깊이 박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육식이 왜 나쁜지를 물었더니 박군은 책 내용을 파악해 설명을 이어갔다.

"육고기를 생산하려면 많은 물과 사료가 들어간다. 우선 소고기는 많은 풀을 먹여야 하고 곡물을 먹여야 한다. 1kg의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곡물 7kg이 필요하고, 물은 1만 5000리터가 들어간다. 쌀 1kg 생산에 들어가는 물은 340리터인데 소고기는 44배다. 소나 돼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살장이나 그 안에 있는 컨베이어 밸트를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소고기를 운송하는 과정에 배나 비행기가 이용되고, 그것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집에서도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한 그는 학교에서도 '채식 선택 급식'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집에서는 육식을 하지 않는다. 학교급식에서도 고기가 나오면 먹지 않을 수 없다. 채식 선택급식이 상용화 되어야 한다. 육식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채식하는 사람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지호군은 육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건강 유지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생선 등 다른 음식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육고기를 먹지 않아도 다른 음식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가령 달걀이나 생선, 우유 등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육고기를 먹지 못해서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자기 몸 상태를 보고 하면 된다."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알리는 글자를 적어와 경남도청 정문 바닥에 붙여 놓았다.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알리는 글자를 적어와 경남도청 정문 바닥에 붙여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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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 군은 친구들한테도 '육고기를 먹지 않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친구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친구들은 고기를 안 먹고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어릴 때 키 성장을 위해서도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육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키 성장에는 지장이 없다고 본다. 친구들을 비롯한 사람들 한테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깊게 박혀 있다.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지만 잘 안된다. 친구들한테는 '나는 육식을 안한다. 육식은 이래서 좋지 않다'는 말을 사실에 근거해 말해 준다."

박군의 친구들도 아직 '기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박군은 "반에서 친구들한테 기후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다 호응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 최근 발생한 호주 산불을 사례로 든다는 것이다.

"반 친구들한테 기후위기를 말하는데 잘 이해를 못한다. 친구 중에 한 명은 이해를 하고 있더라. 최근에 생긴 호주 산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호주 산불의 원인은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하니까, 한 친구가 맞다고 했다. 야생동물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기후위기와 상관 없고, 우리가 신경 쓸 거 없다는 말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한테 우리는 늘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있다. 우리가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지구위기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실천을 해야 한다."

박지호 군은 크레타 툰베리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크레타 툰베리의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등교거부를 하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크레타 툰베리가 했던 여러 말들에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기술낙관론자들이 있다. 지구를 구할 방법은 우리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과학자가 되고, 그래서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지구위기는 개인들의 노력으로 하는 게 중요하고, 기술발전 만큼이나 중요하다."

'무관심'에 대해 그는 "우리는 기후위기를 알면서도 아니라고 부정하고, 또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기후위기에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기후위기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면 그것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여러 규제를 해야 하는데, 기후위기가 아니기에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해야 한다. 규제로 인해 손해가 된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해 교육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실과> 책에서 미세먼지 정도로 이야기 한다. 미세먼지 예방 방법 정도 알려 준다. 사람들은 미세먼지에는 예민하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기후위기도 미세먼지처럼 예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파라든지 폭염 등 이상기온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그것을 막기 위해 개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교육해야 한다."


박지호군은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한 행동의 하나로 '등교 거부'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신학기가 되면 등교거부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는 학교 등교거부보다 다른 쪽으로 먼저 해보고 하는 게 낫다고 하셨다. 저하고 의견이 조금 다른데, 그래서 우선 등교거부보다는 다른 활동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활동을 해서 주변의 관심이 커졌을 때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신학기가 되면 학교 앞에서 등교시간에 손팻말을 들고 서 있을 생각이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주변부터 관심을 갖도록 할 생각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모여서 같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그:#기후위기, #박지호, #가포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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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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