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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정문
 서울시립대 정문
ⓒ 오마이뉴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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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가 지난 11월 학교 기숙사 식당을 폐점하겠다고 결정했다. 연간 9천만 원의 적자가 이유였다.

서울시립대는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등록금 부담이 없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타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들보다는 빚을 지거나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여건에 대한 불만도 높다. 예컨대 다른 대학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기숙사 수용률은 큰 불만 요인이다.

서울시립대의 기숙사 식당은 기숙사생뿐 아니라 다른 학내 구성원, 시민들까지 저렴한 가격에 식사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 학내 식당들 중 유일하게 조식과 주말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옆 건물인 중앙도서관에서 밤을 새어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기숙사 식당의 조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기숙사 식당을 운영하는 민간위탁 업체의 수익성 때문에 식사의 질이 나빠져 왔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이를 탓하며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함께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기숙사 식당이 '가까워서(42.80%)', '주말에 여는 다른 식당이 없어서(23.97%)' 이용한다고 했다. 반면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맛이 없어서'를 꼽은 학생이 42.43%였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식사의 질을 높이는 것이지 기숙사 식당을 폐점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은 당장 기숙사 식당이 폐점되면 주말 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학교 주변에는 방학이나 주말에 닫는 식당도 많다. 학교 밖으로 나가면 밥값이 기본 2, 3천원씩은 더 든다. 아무리 '반값 등록금'이라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감당하는 학생들에게 한 끼 3천 원의 추가 부담은 굉장히 크다.

학교는 기숙사 내 냉장고 반입 '허용'을 대안으로 내놨다.(각 호실에는 냉장고가 없고, 1층의 냉장고 공간을 쪼개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배분했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50L 이하의 냉장고를 사 와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 학교는 편의점 시설 확충을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식사를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대체하라는 뜻인가?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이라도 해 봤는지 의심스럽다.

기숙사 식당 폐점에 대한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언론 보도 이후 학부모들의 민원까지 제기되자 이제 학교 측은 대안을 논의하는 듯하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여전히 '수익성'이라는 논리를 앞세우며 적자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9년 서울시립대 전체 예산은 전년대비 70억 원 줄었다. 이 감소분 중 서울시가 지원했던 예산이 47억 원이다. 예산을 이렇게 큰 폭으로 줄이고는 적자 9천만 원 때문에 기숙사 식당을 폐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나 서울시의 지원을 받으며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시립대라면 서울시에 예산을 요구하고 받아 내어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데 말이다. 적자 운운하며 기숙사 식당을 폐점하는 것은 이런 책임을 회피하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일이다.

서울시립대 이사장이기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6년 졸업식 축사에서 "반값등록금에서 멈추지 않고 청년의 주거비 및 생활비까지 실질 대학 교육비를 낮추는 고민을 서울이 먼저 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울시립대 지원금을 늘려 학생들을 위해 돈을 투자하고 질 좋은 공공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립대는 질 좋은 공공교육으로 다른 대학들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더는 수익성 논리로 인해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서울시립대, #서울시, #교육, #교육환경, #학생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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