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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균 박사
 유상균 박사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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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과학자가 살고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물리학 박사가 말이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마티 맥플라이의 든든한 이웃 브라운 박사가 생각나는데 경남 함양에 살고 있는 물리학 박사는 타임머신 대신 물리학으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고민한다.

갑자기 과학 이야기를 하니 이 글에서 벗어나려는 독자가 있는가. 그건 너무 이르다. 이웃집 물리학 박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이미 코앞에 닥쳐 있는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을 테니 기대해도 좋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도시로 가는 대신 농촌이라는 이유로 함양을 선택한 물리학자 유상균 박사. 유상균 박사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동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같은 해 서남대학교 교수가 되었지만 사직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어마나-샴페인) 앤소니 레겟(200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그룹에서 3년간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큰 배움을 얻고자 미국으로 갔지만 유 박사는 고민에 빠졌다. 연구실에서 삶을 보내며 논문을 쓰는 것보다 물리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실천적인 삶을 살수는 없을까. 그 즈음 함양에 녹색대라는 대안학교가 문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이곳에 있겠구나 생각하고 귀국한다. 그때가 2005년이다.

녹색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유 박사는 과학의 기초가 없는 학생들에게 과학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강의한다. 이렇게 10여년간 쌓인 노하우를 정리하여 물리학을 중심내용으로 펴낸 책이 '시민의 물리학'이다. 과학이라면 도망부터 다녔던 과거가 있는 기자에겐 안타까운 대목이다. 유상균 박사를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미적분 때문에 '수포자'가 되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달콤한 상상 속에 있던 기자에게 유상균 박사는 단호히 말했다. "과학이 쉽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특히 물리학은 어렵다" 그 이유에 대해 "물리학은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기본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깊은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하고 기존에 나의 상식을 뒤집어야 된다. 그래서 물리학은 진입장벽이 높다."
 
 함양교육지원청에서 물리학 강의를 하고 있는 유상균 박사.
 함양교육지원청에서 물리학 강의를 하고 있는 유상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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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확실한 명제와 대등할 만한 '물리학은 어렵다'는 것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유 박사는 어려운 과학을 재미있는 과학으로 풀어내며 시민들을 끌어들인다. 책 '시민의 물리학'을 바탕으로 처음 위림초등학교에서 시작된 강의는 시즌2를 맞아 현재 함양교육지원청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7시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은 물리학의 인문학 강의다. 유 박사는 학문을 통해 우리의 삶과 정신적, 문화적 영역이 융합되는 것이 필요하고 삶과 인문학적 요소를 결합하여 강의해 왔다. 과학자도 인간이고 사회적 동물이니 유 박사도 사회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 속에 우리나라 현대사의 정서가 남아있는 유 박사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학교 안 강의를 풀어놓았으며 고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시민들은 물리학의 매력에 빠져 매주 강의실 문을 연다.
 
 유상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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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는 과학자 유 박사는 3000여평의 농사도 짓지만 2015년 서울에 개교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지순협 대안대학)에 강의도 나간다. 과학과 생태, 현실의 문제, 자본주의, 페미니즘 등을 과학과 연결시키면서 기존의 강의내용을 업데이트하려니 강의준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런 바쁜 일상이지만 함양군민들과 만나는 이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처음 유 박사는 농촌이기 때문에 함양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자로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명을 꼽을 때 생명이란 즉 살아있다는 것, 외부의 것을 잘 받아들여 잘 순환시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라 했다. 도시의 삶은 편리하지만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차단돼 결국 쓰레기 밖에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도시는 지구의 순환을 막고 있으니 생태계를 위해선 도시적인 삶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리학 강의를 하고 있는 유상균 박사.
 물리학 강의를 하고 있는 유상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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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함양은 그런 면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지역이지만 이곳도 농촌이라는 가치가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농업의 중요성, 고유 공동체적 가치 등이 약화되는 모습을 봐왔다"며 농촌만이 갖는 장점이 사라져가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유 박사는 "과학자는 여러 데이터를 볼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미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우리 미래는 단지 걱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위기가 코앞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삶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이 바뀌어야 되며 우리 사회는 어떤 위기에 처해있고 지구 생태계에는 어떤 재앙이 닥칠까. 이웃집 과학자는 과학의 질서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준비하는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공부하면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작은 실천의 시작으로 그는 올해부터 본지에 '과학으로 세상읽기'라는 글로 독자와 만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시민의 물리학 - 그리스 자연철학에서 복잡계 과학까지, 세상 보는 눈이 바뀌는 물리학 이야기

유상균 지음, 플루토(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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