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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 한 잔을 하고 헤어질 시간에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상냥한 안내원은 1만 원이라며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사는 곳이 핫한 곳이 아니다 보니 밤 12시를 넘은 시간 과연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한참이 지나도 전화벨은 침묵을 지켰다. 결국 다시 전화해서 1만 5000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전동 킥보드를 탄 대리운전기사가 나타났다.

주차된 곳으로 대리운전기사와 걷는 길 뻘쭘해서 괜히 말을 붙였다.

"전동 킥보드 덕분에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니 일이 좀 수월해지셨겠어요?"
"아, 네 편해졌지요."

난 전동 킥보드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전기 충전 방식인지? 등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해 물었다. 

"속도도 꽤 빠르긴 한데 문제는 사고 났다면 완전 죽음이죠. 겁나서 살살 다닙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늘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늘고 있다.
ⓒ mbc뉴스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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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가 대리운전 업계에 바꿔 놓은 풍경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지원 차량'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리운전기사들이 손님을 목적지에 데려다주고 나면 다시 돌아 나올 방법이 없어서 그 대리운전기사들을 위한 '지원 차량'이 있었는데 전동 킥보드가 나오면서 수요가 줄어 지원 차량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또 다른 생계를 위협하기도 한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본격화되면 대리운전기사라는 직업은 또 어찌 변하게 될지? 

한 번 말문이 트이니 기사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다.

"요즘은 경기가 좀 어떻습니까?"
"아이고, 요즘 손님 없어요. 경기가 완전 바닥이에요."
"그런데 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나요? 매번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진짜 어려운 건지? 그냥 어렵다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윤창호법 생긴 다음부터는 진짜 술 드시는 손님들이 확 줄었어요. 아침에도 음주단속하는 것을 눈으로 보니까 아예 술을 2차, 3차 마시지를 않아요."

그리고는 대리운전기사를 10년 넘게 하셨다는 기사님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처음 김영란법 생기고 접대 문화가 사라져서 줄기 시작하더니, 주 52시간 근무 도입되고 또 줄고, 이번 윤창호법 이후는 확 줄었다니까요."
"그런데 그런 법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법 아닌가요?"
"좋은 법인 것은 맞지요. 그런데 사람들 살기는 더 빡빡해지고 어려워졌다는 것이 문제지요."
"아, 맑은 물에는 고기가 못 사는 것 하고 비슷한가요?"
"맞습니다. 그거. 돈이 쫌 돌아야 활기차고 없는 사람들 먹고살기도 편한데, 그렇게 법으로 죄니 오히려 서민 경제는 힘드네요."

참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수요가 줄어들었으면 대리운전기사 분들도 많이 줄어들었겠네요."
"아니요. 오히려 늘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도 많이 해요. 그냥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더 많이 늘었어요."
"아이고, 그러면 기사님 예전보다 수입이 많이 줄었겠네요?"
"아닙니다. 그냥 뭐 오래 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또 예전보다 일도 좀 길게 하고 그냥저냥 비슷비슷하게 맞춰서 삽니다."

수학적으로는 계산이 맞지 않는데 특별히 다를 바 없이 그냥저냥 산다니 다행이기도 싶고, 또 한 편으로는 맑은 물에는 정말 고기가 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水之淸則無魚(수지청즉무어) 이 한자성어는 동방삭전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떠할까? 더러운 물 4급수와 아주 더러운 물 5급수에는 아예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한다. 약간 더러운 물인 3급수에 우리가 흔히 아는 '잉어, 붕어, 뱀장어, 미꾸리, 미꾸라지, 동자개, 메기'등이 산다.

하지만 약간 깨끗한 물인 2급수에도 '꺽지, 쉬리, 돌고기, 갈겨니, 은어. 퉁가리, 자가사리, 밀어' 등이 산다. 그리고 아주 깨끗한 물인 1급수에는 '버들치, 버들개, 금강모치, 둑중개, 열목어, 산천어' 등이 엄연히 산다.
 
 1급수 깨끗한 물에 사는 민물고기들
 1급수 깨끗한 물에 사는 민물고기들
ⓒ 대청호자연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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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물고기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결국 전동 킥보드,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사람의 삶을 바꿔 놓아 지원 차량, 대리운전기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을 준다. 그 편리가 이전보다 크기 때문에 결국 변화하는 것이다.

그처럼 김영란법, 주 52시간제, 윤창호법 역시 그로 인해 사라지고, 축소되는 부분도 존재하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해지고, 과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사회적 편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런 시대와 사회 흐름의 변화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개개인의 삶은 그 자체가 전부이기에 그 타격은 사회 전체의 편익에 파묻혀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개인에게 사회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잘 준비하라고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가 변화로 희생당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시간과 지원을 주는 일이 병행될 때 그 사회가 더디 가더라도 성숙한 시민사회, 함께 사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잉어, 붕어를 흔히 볼 수 없게 되었다고 깨끗한 물로 바꾸는 것을 반대하기보다는 버들치, 열목어, 산천어를 통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지혜가 있기를 바란다.

김영란법, 주 52시간제, 윤창호법이 가져올 새로운 문화를 통해 그 안에 사는 시민들도 그에 걸맞은 시민들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그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화를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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