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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들어 놓아도 저렇게 섬세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커튼을 접어놓은 듯한 종유석 사람이 만들어 놓아도 저렇게 섬세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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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스트 예술의 보고, '은자암(銀子岩)' 동굴

계림(구이린) 여행의 넷째 날 오후, 양삭 현에 있는 '계림 천고정' 공연을 보고 나서 우리 일행은 양삭에서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포 현에 있는 '은자암(銀子岩)' 동굴을 찾았다. 주변에는 소청산과 조채산이 솟아있다. 입장할 때 나누어 주는 안내 이어폰을 받아 들고 굴 안의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을 연상하게 하는 종유석
▲ 얼음 빙벽 을 연상하게 하는 종유석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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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암은 다층식 종유동에 속하며, 이미 관광구역으로 개발한 2km 구간은 크게 하동(下洞), 대청, 상동(上洞)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지질년대에 발육 생장한 다양한 유형의 종유석이 수십 개의 특색 있는 경치를 자아내고 있다. 잘 접어놓은 허연 커튼을 보는 것과 같은 종유석은 그 어떤 곳의 종유석들보다 압권이었다.

광한삼궁과 설산비폭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종유석은 이곳 은자암에서도 뛰어난 비경을 이루고 있어 '삼절(三節)'이라 불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수십 개의 불상들을 모아놓은 듯한 종유석과 가느다란 종유석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종유석들은 이곳 은자암 종유석 들 중에서도 기이하여 사람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진주우산'이라 불리는 종유석을 포함하여 삼보(三寶)라 불리우고 있다.  

동굴 내부에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다양한 색조의 조명을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그 조명의 색깔이 내가 보기에는 조악해 보여 그 조명 때문에 오히려 기이하게 생긴 종유석들의 진가를 훼손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가고 어두워서 동굴을 둘러보는데 넘어지기도 하는 등 좀 불편하였다. 이렇게 1시간 정도 동굴을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태백산 석회암 지역인 태백, 영월, 단양 지방에는 석회암 동굴들이 여럿 있다. 울진 성류굴도 있다. 라오스 등 외국을 여행하면서도 몇몇 석회암 동굴에 들어가 보았고, 이곳 계림에도 '관암동굴'도 가 보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들어가 본 동굴 중에 이곳 '은자암' 동굴보다 더 화려하고, 섬세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굴의 종유석들을 보진 못했다. 그래서 동굴, 지질 연구가들은 이곳을 '세계 카르스트 예술의 보고'라고 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계림 제1의 산, '요산(堯山)'  

계림 여행 마지막 날인 5일째 되는 날에는 아침 느지막한 시간에 호텔에서 출발하여 계림에서 제일 높다는 '요산(堯山)'을 찾았다. 시내에서 전세버스로 약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 가까이에 가니, 숲 속에는 우리의 공동묘지와 같은 많은 묘지들이 집단으로 설치되어 있는 곳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과거부터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중국의 장묘문화가 궁금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묘지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워낙 많은 인구 때문에 대부분 화장을 하는 장묘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1956년 모택동의 '장묘문화혁명'을 선언하고 화장을 법으로 정하면서 매장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화장을 한 다음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등으로 시신을 처리했는데, 요즘은 납골당에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여행 가이드에 의하면 이곳 광서성에는 많은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종족마다 장묘 풍속이 다 다르다고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매장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곳의 장족과 같은 소수민족의 일부는 우리와 같이 봉분을 만들어 묘를 조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묘 주변에 나무를 제거하지만 이곳의 묘들은 숲 속에 있었다. 묘의 봉분을 돌을 이용하여 둘러놓았고, 시멘트를 바른 묘들이 많이 보였다.
   
형상을 하고 있는 산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연신 눌러댄다.
▲ 요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와불" 형상을 하고 있는 산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연신 눌러댄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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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리프트를 타고 요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12월 11일인 당시 이곳은 1년 중 제일 추운 겨울이다. 그런데 요산은 계림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서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리프트 밑을 보니 일부 상록수들도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도 제법 보였다. 개옻나무와 같은 나무들과 소나무, 억새, 칡넝쿨 등의 식물들은 단풍이 들어 있었다. 동남아 등 열대지방으로 가면 소나무를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곳 요산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단풍이 화려한 것은 아니다. 산 정상에 올라가서 주변 나무들을 살펴보았더니 우리나라의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돈나무, 비파나무, 사철나무, 멀구슬나무, 예덕나무, 발풀고사리, 봉의고사리, 까실쑥부쟁이, 억새 등이 제주도의 가을을 연상하게 하였다.
 
들이 요산 아래 흩뿌려진 듯이 널려있다.
▲ 계림의 만산 들이 요산 아래 흩뿌려진 듯이 널려있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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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올라 해가 비치는 남쪽을 보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석회암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가이드는 우리더러 '와불'을 찾아보란다. '웬 와불?' 하면서 산 아래 펼쳐진 봉우리들을 살펴보니 커다란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산이 정말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곳 요산에서는 경남에서 왔다는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한 무더기 만날 수 있었다. 사진도 찍고, 물도 사서 목을 축이며 산 정상을 자유롭게 1시간가량 둘러본 다음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다.

중국스러운 맛을 느끼기에 좋은 '계림' 야경
 
금탑과 은탑이 야경의 백미를 이루는 계림의 야경이다.
▲ 계림의 이강사호의 야경 금탑과 은탑이 야경의 백미를 이루는 계림의 야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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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사호는 계림의 양강 (이강, 도화강)과 사호 (목룡호, 계호, 용호, 삼호)로 이루어진 인공호수를 뜻한다. 유람선을 타고 양강사호를 누비며 계림의 운치 있는 야경을 즐기는 것 또한 아주 이색적이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헝가리 다뉴브강이나 체코의 프라하, 파리의 세느강, 태국 등에서 야경을 즐겨보았지만 이곳 계림에서의 야경은 나름대로 중국스런 멋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금탑'과 '은탑'이라는 두 개의 높은 탑이 불을 밝혀 야경꾼들의 시선을 끌었다. 강변에서 민속춤을 추는 광경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이곳 이강은 옛날부터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독특한 어로문화가 있다.

우리가 탄 유람선이 지나가다 한 곳에 멈춰 서더니 그 앞에 떠 있는 작은 뗏목 배 위에서는 한 어부가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보여준다. 가마우지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물고 올라오면 그 물고기를 빼내는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는 것이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을 반쯤은 끈으로 조여놓고 작업을 시키는 것이다.   낮에 우리 일행이 찾은 적이 있던 용호를 지나가기도 하는데, 밤이 되니 호수 주변에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 각종 조명을 밝혀 중국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유람선을 타고 많은 다리를 지나다 보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다리들이 다가온다. 미국의 금문교를 옮겨다 놓은 듯한 다리에서부터 파리의 다리를 옮겨 온 듯한 다리 밑을 지나가기도 한다. 높은 건물들에서는 불빛이 환하게 비추는데,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올라 계림 여행의 마지막 밤을 '잘 보내고 가라'는 듯이 반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유람선이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지방은 예로부터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풍습이 있다. 관광객들을 위하여 가마우지가 물고리를 잡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 가마우지의 물고기 사냥 이 지방은 예로부터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풍습이 있다. 관광객들을 위하여 가마우지가 물고리를 잡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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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호텔에서 나올 때, 분실한 물건이 없는지 잘 살피라는 가이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나는 핸드폰 충전기를 호텔에 두고 왔다. 호텔에서 우리 가이드한테 연락이 왔다. 충전기를 찾아가라고. 나는 집에 가면 많이 있으니 그냥 두라고 하였지만 가이드는 마침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 '김치찌개' 식당이 이웃에 있어서 굳이 가서 그걸 찾아다 주는 친절을 베푼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품들 선정에서부터 쇼핑 등 여느 패키지 여행처럼 가이드의 눈치를 보는 일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일행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하는 우리 조선족 출신 중년 여성 가이드는 우리가 공항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따라붙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계림 여행은 비수기라서 큰돈 들이지 않고 잘 다녀왔다는 느낌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중국 계림 여행을 가실 분들은 비수기이면서 비가 잘 오지 않고 선선한 12월 달을 전후하여 다녀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태그:#은자암 동굴, #계림 야경, #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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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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