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5월, 나이키는 전 세계 축구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더 찬스'의 한국 대표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다. 4300여 명이 도전하는 등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특히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직접 유망주들을 선발해, 더더욱 주목을 받았다.

당시 결선까지 진출한 박성호 선수는 이후 울산현대축구단과 고양 Hi FC에서 프로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등학교 엘리트 클럽인 대한FC를 운영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과거 주변의 도움 없이 자신이 뛰고 싶었던 해외 구단에 직접 방문해 테스트를 요청했던 박성호 선수는 이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중단했다. 절망적 순간에도 축구라는 꿈을 멈추지 않고 곧바로 유소년 팀의 감독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음은 지난 12월 28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모처에서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28일, 중앙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박성호 감독

지난 28일, 중앙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박성호 감독 ⓒ 박성호


-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신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선수시절 부상을 입어 K3의 한 구단에서 재기를 준비했었고, 구단 밖에서는 축구 레슨을 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기 준비를 하던 도중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돼서 선수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이전부터 생각했던 지도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 감독님께선 현역 시절에 어떤 선수셨나요?
"저는 2012년에 나이키에서 주관한 더 찬스라는 대회에서 히딩크 감독님을 통해 결선에 진출했었고, 그 기회를 통해 울산 현대 축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윙 포워드로 활동했습니다."
 
 선수 시절의 박성호 감독

선수 시절의 박성호 감독 ⓒ 박성호

 
- 히딩크 감독에 의해 선발 되셨다고 하셨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당시 해외에 진출하는 단계까진 가지 못했지만 히딩크 감독님께서 저를 선택을 해주시면서 최종 3인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히딩크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독님께서 계시던 러시아 팀에 저를 데려가주실 수 있는지 여쭤볼 걸 그랬습니다(웃음). 제가 본 히딩크 감독님은 상당히 인자하시고 사람을 편하게 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히딩크 감독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에 큰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더 찬스는 제가 프로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한 은퇴였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지도자를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십자인대 파열로 더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지도자를 결심했는지 물어보신다면, 선수로 뛸 때는 경기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지만, 지도자는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선수 때부터 그런 선택권을 통해 제가 직접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고, 좋은 선수를 양성해보고 싶었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 운영하고 계시는 구단은 어떤 팀인가요?
"남양주의 에코랜드 축구장을 홈구장으로 지정하고, 코치 3명과 고등학생 선수 35명을 데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구단이 되자는 의미인 대한FC라는 이름의 구단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팀의 전체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이 결국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저희 팀의 교육철학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각자 필요한 부분에 최대한 집중하여 지도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팀을 발전시켜보고 싶습니다."
 
 선수 시절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박 감독

선수 시절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박 감독 ⓒ 박성호

 
- 구단에서 축구외적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 구단에 있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홍보할 수 있는 채널도 개설하고, 실제 프로 구단 아나운서를 초청해서 인터뷰를 하는 등,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이런 활동들을 통해 팀에 있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 대학생 시절 유독 제2외국어 공부에 집중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입학 이전에, J리그 교토 퍼플 상가의 기무라 분지 단장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고, 박지성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해외진출을 꿈꾸게 된 큰 계기이자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었고, 대학에서 축구를 전공했지만 일본어 수업을 더 많이 신청할 정도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관심을 갖고 정말 열심히하다보니 결국 전공생보다도 성적이 잘 나올 정도로 실력이 늘었고 현재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웃음)."
 
 선수 시절 끊임없이 도전했다는 박성호 감독(맨 좌측 상단)

선수 시절 끊임없이 도전했다는 박성호 감독(맨 좌측 상단) ⓒ 박성호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게 되자,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상가의 클럽하우스에 방문했고, 아무런 정식 절차 없이 구단에 테스트를 문의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정말 무모한 행동이었죠(웃음). 물론 곧바로 쫓겨났지만 제게는 정말 큰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그런 경험들을 통해, 제가 이루지 못한 목표를 저의 제자들이 이룰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제자가 J리그 자스파 쿠사츠 군마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는데, 에이전트 한 명 없이 제가 모든 과정을 담당하였습니다.
 
아이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축구선수로써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회이고, 행여나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현재도 제자들이 더 많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감독 생활을 하고 계시는데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처음 감독을 시작할 때는 학부모님들을 대하는 방법이 정말 어려웠고, 연세가 있으신 대학교 감독님을 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학부모님들과도 정말 가까워졌고, 대학교 감독님들께서도 친근하게 봐주셔서 괜찮아졌습니다.

그 외에는 학부모님들께서 제 나이가 상당히 어리기 때문에 경험이 적다고 생각하셔서 아이들이 대학진학을 못하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에도 선수들이 성적에 비해 대학진학을 정말 잘했고, 명문 축구부가 있는 대학으로 많이 진학해서 성공적인 2019년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 축구를 교육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우리 선수들은 축구 선수 이전에 한 명의 학생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축구도 중요하지만 우선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성이 바탕이 돼야 축구를 잘 배울 수 있고, 그렇게 실력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박 감독과 선수들

이제는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박 감독과 선수들 ⓒ 박성호

 
 - 감독님의 최종적인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일단은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제가 지도하게 된 대한FC를 실력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첫 번째 목표입니다. 우선은 그 목표를 이루고 나서 또 다른 전환점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선 당장은 첫 번째 목표만을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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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나이키 더 찬스 대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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