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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조
 낙조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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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의 슬픔 한 덩이
붉게 떨어지면
짐승의 검은 잔등처럼
아무 죄 없이
부끄러운 산
- 이상옥 디카시 <낙조>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미드(Mead, M.)는 일반화된 타자에 대해서 말한다. 사람은 그가 속한 사회의 가치와 문화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기성세대는 기성세대답게 신세대는 신세대답게 행동하는 것도 세대마다 가치와 문화적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드는 '주체로서의 나' 와 '객체, 혹은 대상으로서의 나'라는 두 가지 자아가 있다며 전자는 개인적 신념과 충동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자아이고 후자는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의 요구를 대표하는 자아로 '일반화된 타자'라고 말한다.

미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주체로서의 나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대상으로서의 나로 살아갈 것인가는, 살아가면서 늘 제기되는 문제이다.

인용 디카시는 2004년에 발표한 것을 퇴고하여 월간 <쿨투라> 2019년 12월호에 재수록한 것이다. 붉게 떨어지는 낙조가 하루치의 슬픔 한 덩이로 표상되고 그 슬픔이 검은 짐승처럼 보이는 산에게로 전이된다.

낙조와 검은 산과의 관계성을 그린 작품이다. 낙조는 낙조이고 산은 산이라고 각각 주체적으로 생각하면, 산이 굳이 부끄러울 것이 없을 터이다. 너의 슬픔이 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 너의 슬픔은 나의 슬픔이 되고 나의 부끄러움이 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늘 기성 세대는 일반화된 타자로 살아온 것 같고 신세대는 주체로서의 나로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고 사회적 관습이나 체면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고 산 부모 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개인적 신념과 충동으로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고 하고, 기원전 425년경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라고 말했다 한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라고 말한 이는 조지 오웰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든 양극화도 타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한다. 때로는 주체적 나가 아닌 일반화된 타자로서 상대 진영을 용납하며, 새해는 너의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너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수렴하며 세대와 지역, 정파의 갈등 구조를 넘어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해 보는 것은 여전히 허망한 일일까.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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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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