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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정연대 미지 집행위원장.
 제정연대 미지 집행위원장.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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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에게 선거권을 주면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란 더럽고 위험한 것'이라는 정치혐오를 억지로 부추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아래 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지(26, 유남규)씨는 30일 이렇게 잘라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가 '선거권을 기존 19세에서 18세로 내린 공직선거법'을 통과시킨 지 사흘째 되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다.

"정치에서 청소년 강제 배제... 권력 독점하겠다는 것"
 

'학교 정치판'론을 내세운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의 논리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미지 집행위원장은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오히려 청소년과 학생이 지금보다 더 많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학교가 청소년 정치마당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 분들은 청소년을 정치에서 강제로 배제하고 국민들한테도 정치에서 무관심하도록 유도해왔어요. 이런 분들의 속내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나누기 싫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것이죠."

'미지'란 활동가 이름은 '미소지음'의 준말이다. 미지 집행위원장은 "선거법 통과 현장을 TV에서 볼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삼 일째 되니까 축하인사도 받고 실감이 난다"면서 엷게 웃었다.

미지 집행위원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1년부터 청소년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딱 10년째가 되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 9월 이 단체가 생겨나면서부터 활동하다가 올해 초부터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전국 374개 단체가 모인 제정연대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교육공동체'희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권운동사랑방 등 중도 진보 단체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정연대는 그동안 청소년 참정권 보장,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 학생인권법 제정 등 세 가지 목표를 내걸고 활동해왔다. 특히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연령 하향' 운동을 맨 앞에서 펼쳤다. 이 단체엔 집행위원장이 모두 5명이 있는데, 미지씨의 나이가 가장 적다.

미지 집행위원장 인터뷰는 이날 오후 1시 40분부터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인들, 학생에겐 선거 명함도 안 줬다"
 
 제정연대 소속 회원들이 '18세 선거법' 요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정연대 소속 회원들이 "18세 선거법" 요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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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인 힘으로 끌어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청소년 자체가 참정권이 없다보니 정치인들이 우리를 무시했다."

- 그동안 국회의원들도 많이 만났나?
"2018년 2월에는 우리 단체가 300여 개 국회의원실을 모두 돌았다. 나는 100여 개 실을 돌았다. '선거연령 하향과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범 의원실'이란 현판을 붙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00군데에 현판을 붙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의원이 안에 있어도 '의원님이 안 계신다'고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보좌관들이 대놓고 뭐라 하진 않았지만 귀찮은 표정이 뚜렷했다.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선거권이 없어서 청소년이 홀대 당했다는 것이냐?
"그렇다. 단적인 예로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이 명함을 뿌린다. 그런데 교복 입은 학생이 지나가면 멀쩡히 쳐다만 본다. 선거 여론조사를 해도 청소년은 그 대상이 아니다. 이러니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에겐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

-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요새 대입 정시확대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런 걸 얘기할 때도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 얘기는 듣지 않는다. 청소년 정책도 마찬가지다. 내용을 뜯어보면 청소년복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부모나 어른을 위한 정책이었다."

- 이렇게 된 까닭을 무엇으로 보나?
"청소년보호법도 말로만 청소년을 보호한다고 하고 결국 청소년을 통제하는 법이다.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이 있었다면 이런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말로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했을 뿐 청소년들은 정치적 권리를 주지 않는 이등국민과 같은 존재였다."

- 그렇다면 '18세 선거권'으로 이런 것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나?
"뭐 급격한 변화는 예상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에 선거권을 갖는 청소년이 50만 명 정도 된다. 전체 유권자의 1% 정도다. 이 정도면 선거에서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수치다. 정치인들이 공약에서 청소년을 최소한도라도 살피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 제정연대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다음 목표는 16세 이상 선거권 확보다. 이미 16세 선거권을 준 나라들이 많다. 참정권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민주주의 이상에 맞다고 생각한다. 18세 선거권으로 끝난 게 아니다. 제정연대의 다음 목표는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법도 제정하는 것이다."

"순종적이지 않다더니, 선거는 교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제정연대 미지 집행위원장.
 제정연대 미지 집행위원장.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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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18세 선거법' 만으로도 일부에서는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답답하다. 오히려 학교가 지금보다 정치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게 여러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과정 아닌가. 이 사회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공간은 없다. 학교가 탈 정치공간이었다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이 정치적인 것에서 배제되어 왔다는 것을 뜻한다."      

- '학교 정치판'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판이라는 말 자체가 의도가 있는 것이다. 정치는 위험하고 더러운 것이어서 참여하면 안 된다는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하는 장본인이 정치인들이거나 정치권 주변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이런 것은 정치 무관심을 유도하는 말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을 비롯해서 많은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를 권장해야 한다."

- 그래도 청소년은 기성 정치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도 있다.
"청소년은 선거에서 강제 배제를 당한 것이다. 참정권은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는 권리다.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은 안 된다, 정치는 안 된다'는 사람들의 속내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나누기 싫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만 권력을 가지겠다는 독점의지를 표현한 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선거에 교사의 입김 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되게 흥미로운 말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한테 '말을 안 듣는다, 선생님한테 버릇없고 순종적이지 않다'고 말해오지 않았나. 이런 분들이 유독 투표권 얘기만 나오면 '교사가 시키는 대로 투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건 모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은 본인들의 주관이 있고 생각이 있다. 특정 교사 개인이 청소년들을 세뇌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21세기는 인터넷 시대다. 사실 교사들 정치성향 따지면 보수적인 분들이 더 많다. 교사의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은 학생들의 주체성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들의 사회적 지위가 강화돼야 타인에 의한 간섭 우려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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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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