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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 깎지 않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수염을 깎지 않은 채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겠다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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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겐 종종 두 개의 책임이 요구된다. 하나는 법률적 책임이고, 또 하나는 정치적 책임이다. 후자는 상황과 위치에 따른 책임이다.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국민이 요구하는 책임이다. 그렇게 때문에 '억울한 책임'이기도 하다. 리더에게 정치적 책임은 숙명처럼 따라붙는다.

정치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면 재평가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스스로에겐 재충전의 시간이다. DJ는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정계은퇴 선언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다. 눈물의 회견을 지켜보던 많은 지지자들이 함께 울었다. DJ는 결국 '준비된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 그린 아·태평화 구상은 노벨평화상으로, 김대중재단으로 남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1997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당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장남 병역 의혹 대응이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장남은 소록도에서 잠시 봉사활동에 나섰다. 2002년에도 병역 의혹은 다시 불거졌다. 이 전 총재는 또 낙선했다. 대선 후 이 전 총재 정치적 책임이 미흡했던 탓에 같은 의혹이 먹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황교안의 경우 

그렇다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어떤가? 아직 그에게는 정치적 책임이 남아 있다.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황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인자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렸다. 법률적 책임과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안게 된 것이다. 당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도 친박과 태극기부대의 지원을 받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에도 오랜 장외투쟁, 삭발, 단식까지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맞섰다. 찬성여론이 높은 선거제 개편, 검찰개혁에 반대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종교집회에도 동참하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탄핵 당한 정부의 2인자 경력에 당 대표 행보까지, 정치적 책임은 더 커졌다.

정당은 국민에게 메신저(messenge, 전달자)다. 그 가운데 정당의 대표는 대표 메신저다. 현실을 보면 한국당과 황 대표는 다수 국민에게 외면 받고 있다. 지난 27일 KBS 의뢰로 진행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0% 초반으로 민주당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12월 2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 호감도는 18%에 그쳤다. 비호감도는 67%나 됐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메신저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상황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여론조사 관련 상세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관련기사 : 걱정스러운 황교안 호감도...1위 이낙연·2위 심상정)

한국당 지지율은 1년 전에 비해 조금 올랐다. 그러나 세부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다. 18세∼40대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중 대략 56%이다. 2040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1년간 소폭 반등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은 주로 50대 이상 때문이다. 집토끼가 결집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1년 전보다 되레 올랐다. 보수층이 많은 50대에서도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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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2월 27일 발표된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조사를 통해 실시됐다. (조사기간 12월 18일-22일) 표본크기는 2000명(유선 147명, 무선 1853명)으로 응답률은 17.0%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이다. 2018년 12월 30일 발표된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으로 2018년 12월 28일~29일 조사했으며 유·무선 전화면접으로 응답률은 12.9%다. 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 ±3.1%p이다. 두 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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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로 총선 승리 장담하기 어렵다  

총선까지는 100일 남짓이다. 공천까지 감안하면 황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1월이 마지노선이다. 30일간 정치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곧장 실행에 옮기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책임이라면 시간이 아예 없다고도 보기 힘들다. 

황 대표가 밝힌 총선방향은 대폭 물갈이, 보수통합, 비례정당 창당 세 가지다. 현역의원 50% 이상 물갈이로 당의 면모를 바꾸겠다는 방안이다. 보수통합은 유승민 의원 중심의 새보수당, 조원진·홍문종 의원 중심의 우리공화당과 합치겠다는 것이다. 당명 개정도 추가됐다. 4+1 선거법개정안을 '꼼수'라며 '묘수'로 비례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세 가지 총선방향은 황 대표 정치적 책임과 거리가 있다. 국민은 보다 근본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정부 불행한 결말에 대한 응분의 책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황 대표에게 성찰의 시간일 수도, 당의 근본적인 혁신일 수도 있다. 촛불민심이 요구한 민주주의 발전에 걸맞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포함될 수 있다. 선거제 개편, 검찰개혁, 수사권조정 반대는 곧 촛불민심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 대표와 한국당이 그토록 반대하던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27일과 3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물갈이와 통합, 비례정당으로 총선 승리는 어렵다. 1년간 지속된 한국당의 강경투쟁과 보수정당들의 우경화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새 물을 채우고 다른 물을 더해봤자 그릇 안의 변화일 뿐이다. 국민은 눈속임 변화라며 반발할 수 있다.

보수는 2016년 총선부터 내리 세 번 졌다. 탄핵 이전엔 보수성향이 가장 많았지만 이젠 진보성향이 더 많다. 보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균형과 견제의 약화로 멀리 보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도 상존한다.

황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남은 한 달, 황 대표의 선택에 따라 자신은 물론 한국당과 보수, 나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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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해 선거법이 통과되면 독재로 가는 길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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