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남편 영정사진을 보며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열린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남편 영정사진을 보며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열린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사실 남편을 서울로 데리고 온 것이 너무 미안하다. (김해) 빈소에서 영정을 떼어 가져오는데 남편이 다시 죽는 것 같았다."

8살 딸과 5살 아들을 두고 지난 11월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고 문중원씨의 부인 오은주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7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심경을 털어놨다.

오은주씨는 "(남편이 죽은) 부산(경마) 본부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권한이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다"라면서 "그래서 과천 한국마사회 본부에 갔더니 김낙순 회장의 얼굴을 보는 건 고사하고 폭행만 당했다, 더 이상 마사회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정부에 말하기 위해 서울로 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공기업이다.

오씨의 남편 문중원 기수는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 기수는 유서에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 하겠다"라는 내용과 함께 자필로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마사회에서) 내 유서가 없다 하면 이거 꼭 OO형한테 전해줘"라고 써놨다.

유서를 본 오은주씨 등 유가족은 문중원 기수의 장례 등 일체의 사항을 문씨가 소속됐던 공공운수노조에 위임했다.

문중원 기수가 떠난 지 한 달. 하지만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마사회의 공식 사과와 유가족 위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1일 문제가 발생했다. 오은주씨가 한국마사회 회장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 오씨는 경찰이 여러 차례 발로 차고 머리를 밀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영상 확인 결과, 폭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눈물 흘리는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 출범 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 출범 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005년 창설 이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만 7명"

문중원 기수가 몸담았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2005년 창설 이래 기수와 마필관리사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명화, 박진희, 박용석, 박경근, 이현준, 조성곤 그리고 문중원이다.

오씨는 "남편은 평소에도 조교사(감독) 자격을 취득했음에도 부당한 구조 때문에 힘들어했다"라면서 "남편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남편 유서에 나온 책임자들이 꼭 처벌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문 기수 역시 이 부분을 자신의 유서에 언급했다.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고 한다. 모든 조교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기수들은)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준다."

기수의 주된 수입원은 상금과 기승료, 출전장려금이다. 말을 타야만 돈을 벌 수 있다. 기수들은 말을 타기 위해서라도 조교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마사회는 지난 26일 경기도 과천 기수협회회관에서 한국경마기수협회와 '경쟁성 완화·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부산경마공원 고 문중원 기수의 사망을 계기로 경마산업 경쟁력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경마 관계자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승자독식의 상금구조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1위 순위상금 비중을 조정해 중·하위권 경주마 관계자들에게 상금을 재분배함으로써 상금편중 현상을 완화하겠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경마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은주씨는 "순서가 잘못됐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저 상황을 덮으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회장의 발언에서)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순서가 잘못됐다. 제도개선을 말하기 전에 유가족들이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김낙순 회장은 어디에 있나. 우리에게 연락 한번 한 적이 없다. " 
 
상경투쟁 나선 고 문중원 경마기수 유가족들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고인의 부인 오은주(사진 가운데)씨와 유가족들이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 상경투쟁 나선 고 문중원 경마기수 유가족들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고인의 부인 오은주(사진 가운데)씨와 유가족들이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은 아빠가 말을 타다 사고를 당한 줄 알고 있다"

문중원 기수는 지난 11월 28일, 목숨을 끊기 하루 전날 딸과 아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했다. 

오씨는 "남편은 자신이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만 알던 사람이 그렇게 떠난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아직 아빠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소식을 알려야 하나 고민이 컸다. 큰 애는 아빠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많이 울더라. 작은 애는 아빠가 하늘나라로 갔지만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 119가 지나가면 아빠 돌아오는 거냐 아니냐고 물어본다."
 

오씨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남편이 말을 타다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설명했다.

"큰애가 TV에서 아빠가 나오는 걸 봤다. 죽은 건 아는데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라서... 그냥 보고 싶다고 울기만 했다."
 

오씨는 "아이들도 언젠가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 문중원 기수는 아이들의 선물이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에 배송되도록 주문했다. 딸에게는 화장대 장난감을, 아들에게는 블록조립 장난감을 사줬다.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열린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 부인 오은주씨가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열린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서울'로 상경한 문중원의 가족들

27일 이른 오전, 경남 김해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모인 문중원 기수의 가족들은 그의 영정사진을 품고 버스에 올라탔다.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이 한차례 공식협상을 했지만 의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여정에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동참했다. 김미숙씨는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오씨에게 "아직도 나는 용균이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라면서 "힘을 내서 끝까지 싸워라, 잘 먹고 잘 버텨야 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문 기수의 유족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과 김용균재단 등 56개 시민단체들과 함께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소식을 알리며 청와대 앞에서 한목소리로 외쳤다.

"14년간 반복된 죽음의 경주, 우리가 중단시킨다."

이들은 시민대책위원회 선포 후 효자치안센터 앞으로 이동해 '문중원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면담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기관이 마사회가 대책위와 직접 교섭하도록 청와대가 나서달라"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노력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문중원 기수의 배우자 오은주씨가 문 기수의 시민분향소 안을 지키고 있다.
 고 문중원 기수의 배우자 오은주씨가 문 기수의 시민분향소 안을 지키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제공

관련사진보기

 
한편, 결의대회 후 유족들은 시민대책위와 함께 문중원 기수 분향소 설치를 위해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는 이미 수백 명의 경찰 병력이 자리를 잡은 상황, 대책위는 정부서울청사와 세종로소공원 사이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고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오후 6시께 문중원 기수의 시신 운구차량이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운구차량이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했다"라면서 견인차를 이용해 견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와 경찰의 충돌이 3시간가량 이어졌다. 오후 9시께 문중원 기수의 운구차를 인근 세종로소공원 옆으로 옮기고 나서야 대치는 진정됐다.

오은주씨를 비롯한 유족과 시민들이 함께 시민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댓글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