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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밤에 마실을 나갔을 때는 봄날처럼 포근하다고 했었는데 어제 아침은 날씨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리 일찍 눈을 뜬 것도 아닌데 밖이 어두운 게 좀 얄궂다 싶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렇더군요. 곧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아서 슈룹을 챙겨 들고 나왔는데 배곳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내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앞낮(오전)을 보내며 조금씩 더 추워지는 걸 느꼈는데 낮밥을 먹고 나니 더 그랬습니다. 뒤낮에는 누가 틀었는지 모르게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있었지요.

닷배해 아이들과 토박이말 겨루기를 했습니다. 달달한 열매는 먹고 싶은데 그만큼 힘을 쓰지는 않은 아이들이 내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소리가 귀여웠습니다. 여느 때에도 좀 그러고 놀면서 배우고 익힐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짐한대로 다음 이레에 맛있는 것을 사 줄 일만 남았네요.

뒤낮에 두 가지 일이 겹쳐서 손님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저는 가볼 수는 없었지만 잘 마쳤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더 쌀쌀해진 날씨에 좀 일찍 집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친 일을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챙기다보니 날도 캄캄해지고 저녁때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배곳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고 따뜻한 집에서 나가기 싫은 마음을 누르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옷을 잘 챙겨 입고 나가서 그런지 그리 추운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등지고 걸을 때는 땀도 살짝 났는데 돌아올 때는 바람을 맞으니 얼굴이 시렸지요. 덤으로 손헝겊을 자주 꺼내 눈에 대는 일을 더 많이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 '풀치다'는 '맺혔던 생각을 돌리어 너그럽게 덮어주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용서하다'와 비슷한말이니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요즘 쓸 일이 많은 말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나를 슬프게 했거나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모두 풀치시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풀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요?

태그:#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순우리말, #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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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으뜸 글자인 한글을 낳은 토박이말, 참우리말인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뜻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맡음빛(상임이사)입니다.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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