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 SBS

 
"그럴 리가 없는데..." 

지난 2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긴급점검을 하기 위해 거제도 지세포항을 찾았다. 여러 장소 중에 굳이 왜 그곳이었을까? SNS에 거제도 솔루션 식당들에 대한 불만섞인 후기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선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으리라. 김성주와 정인선은 조심스럽게 후기들을 읽어나갔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코다리찜집의 경우는 밥의 양이 적고, 심지어 덜 익은 코다리가 나왔다는 후기가 있었다. 김밥집은 멍게무침의 가격이 기존 200g에 5천 원에서 500g에 2만 원까지 뛰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깜짝 놀란 백종원은 황급히 전화를 걸어 당시(7~9월) 멍게의 시세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두 식당은 아직 방송에 나오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솔루션을 받았던 당시와는 달라진 건 분명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 SBS

 
그러나 가장 심각했던 건, 백종원의 믿음과는 달리 도시락집이었다. '거미새 라면(거제도 미역 새우 라면)'은 맛이 달라졌고, 거제도 톳이 들어간 'TOT 김밥'은 톳의 양이 제각각이었다. 톳이 적게 들어간 것은 정상적인 김밥에 비해 톳의 양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달라진 건 맛이나 재료의 양뿐만이 아니었다. 손님들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 역시 180도 달라져 있었다. 

도시락집 사장님은 '김밥 한 줄은 카드 판매 힘들어요', '결제 금액 만 원 이하 현금 결제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등 일정 금액 이하의 경우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고(긴급점검 당시에는 해당 안내문은 없었다), '1인 1라면'이라는 원칙을 만들어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백종원은 "말이 돼? 심하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좀 놀라웠다. 

"이게 맞아요? 이 국물 맛이 맞냐고요? 난 이런 라면 가르쳐 준 적이 없어요. 초심을 다 잃어버린 거예요, 지금. 손님이 막 넘쳐 나니까. 난 진심으로 했는데. 제일 실망감을 주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 SBS


긴급점검을 통해 초심을 잃어버린 거제도 솔루션 식당들의 실태를 확인한 백종원은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이를 지켜 본 시청자들은 강한 분노를 터뜨렸다. 공을 들였기에, 그만큼 믿었기에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장님의 변론을 들어봐야 좀더 구체적인 사정을 알 수 있겠지만, 예고편이 '낚시'가 아닌 이상에야 초심을 잃은 사장님의 민낯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같았다. 

반면,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다'라는 모멸적인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지난 1년동안 달라진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한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아들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손님의 소중함을 깨닫고 초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돈가스집 사장님 부부의 이야기도 감동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손님들에게 보답하는 길을 선택했다. 초심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은 홍탁집 아들과 돈가스집 사장님 사이에 거제도 지세포항 긴급점검을 배치시키며 '비교체험 극과 극' 효과를 극대화했다. 조금은 노골적인 처사였다. 게다가 자극적인 예고편을 보여주며 아예 표적을 세워뒀다. 도시락집 사장님은 최소한의 반론권 없이 일주일 동안 온갖 욕을 먹게 됐다. 설령 그가 백번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혹한 일이다. 

알다시피 비난하기는 쉽다. 또, 알다시피 초심을 지키는 건 어렵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홍탁집 아들의 경우에는 백종원과 카톡을 통해 매일 정해진 시각마자 보고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홍탁집 아들의 의지도 큰 요인이었겠만, 이런 시스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돈가스집 사장님은 '예외적 존재'라 할 수 있다. 굉장히 드물기에 박수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 SBS


거제도 지세포항의 식당 사장님들이 초심을 잃은 건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다. 그들의 '연약함'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건 그저 쉬운 일일 뿐이다.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은 비난 국면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긴급점검을 해도 문제가 없을(혹은 적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돈가스집 사장님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만 방심하면 무너질 홍탁집 아들에 가깝다. 

긴급점검은 프로그램의 화제성이나 시청률을 위해서는 좋은 소재일지 모르겠으나 곰곰이 생각하면 도끼로 제 발등 찍는 격일 수 있다. 어차피 변질될 식당들에 솔루션을 하는 게 무슨 의미냐는 허무감이 팽배해지고, 급기야 사람을 믿지 못하고 불신만 난무하게 될 수 있다. 제작진이 신이 아닌 이상 초심을 끝까지 지킬 사장님만 뽑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루빨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령, 솔루션을 받기로 결정한 식당들에게 일정한 조건을 내걸어 관리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홍탁집 아들처럼 일정기간 동안 보고 체계를 만든다든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가게별로 손님들의 후기를 받고 이를 취합해 상시적으로 점검에 나선다든지, 어찌됐든 백종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를 방송을 통해 모두 공개한다는 조항을 넣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고민해봄직 하다.

그리되면 제작진의 노고가 훨씬 더 커지겠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미 사회적 현상이라 할만큼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므로 그 정도의 품은 들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사장님들의 깨지기 쉬운 '선의'에 모든 걸 맡기고서 긴급점검을 통해 약한 인간의 단면을 향해 비난을 쏟아붇는 건 여러모로 무익해 보인다. 백종원의 낙담한 표정이 자꾸만 마음을 때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 S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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