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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주제와 별개로 유심히 살피거나 헤아려 보는 것들이 있다. 새로운 물건이나 음식, 문화 등을 받아들이는 당시 사람들을 표현한 장면이나 이와 같은 것들을 살필 수 있는 배경화면 등이다.

우리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조선 말 혹은 일제강점기는 수많은 문물과 문화들이 물밀듯 몰려온 시기였다. 이제까지 보도듣도 못한 수많은 것들이 밀려와 신풍속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 그에 이러다간 어쩌면 영영 사라지고 말 우리 것들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잘 알려진 역사 속 인물은 아니지만 경성 토박이로 풍류를 좋아하고 미식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구전되던 조선 가요 1400여 편을 집대성한 <악부>를 편찬한 당대 지식인이었으며, 1930년대 후반에 추진된 <조선어큰사전> 편찬 작업에서 속담과 은어 분야 전문어 풀이를 한 사람이기도 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그 이름과 같이 조선에서 하나밖에 없는 신식 요리법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당시 최고의 요리책으로 손꼽히던 방신영이 쓴 <조선요리제법>(1921년, 3판)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 
  
이용기 선생도 그중 한 사람. 우리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나 아마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졌을 존재일 것 같다. 이와 같은 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선생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첫 출간(1924년, 한흥서림) 이후 1943년까지 19년 동안 증보를 거듭해 팔릴 정도로 많이, 그리고 꾸준히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였기 때문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앞 표지와 뒷표지. 직접 그린 후 채색한 그림을 넣은 최초의 책표지이다. 뒷표지 광고 속 <마도의 향불>은 대표적인 근대 소설가 방인근의 장편소설이다. 표지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 책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앞 표지와 뒷표지. 직접 그린 후 채색한 그림을 넣은 최초의 책표지이다. 뒷표지 광고 속 <마도의 향불>은 대표적인 근대 소설가 방인근의 장편소설이다. 표지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 책이다.
ⓒ 라이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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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생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복간됐다.

책이 기록한 일제강점기 당시 음식들은 790가지. 손님 대접하는 법과 상 차리는 법 및 초대받아 갔을 때의 식사예절 등을 서문으로, 여러 가지 장류 담그는 법, 각종 국이나 찌개, 탕 끓이는 법, 각종 김치나 나물, 찜, 구이, 볶음, 조림 등과 같은 각종 반찬, 국수나 팥죽 등과 같은 별미, 젓갈이나 장아찌 같은 저장 음식, 전유어나 부침개, 신선로, 떡이나 다식, 강정 등과 같은 별미, 상당히 많은 종류의 술, 차 등, 음식 전반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잡록'과 '부록'을 배치해 아마도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음식들이나, 음식하는 데 필요한 양념들이나 여러 가지 가루 만드는 방법, 서양 요리, 중국 요리, 일본 요리 만드는 법 등, 당시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음식들을 기록했다.

특히 흥미롭게 읽은 것은 부록과 잡록. 아마도 시원한 커피나 차 만드는 방법으로 보이는 '콜-티 하는 법, 콜-커피 하는 법'을 비롯해 여러 가지 케이크나 파이,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 커리 라이스나 치킨 라이스 등, 지금도 먹고 있는 외국 음식 중 일부 음식들이 언제쯤 들어왔고 도입 초기에는 어떻게 만들어 먹었으며, 당시 사람들은 그런 음식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다.
 
아욱을 이젼에는 여러번 윽개여 끄리나 도리혀 국빗이 푸르고 보기에 죠치못한고로 요사이는 그냥 졍이 씻기만하야 끄리면 빗이 맑고 맛도 죠흐니라. 도쟝에 고쵸쟝 석거 끄리되 홍합이나 왕새우를 짓찌여 너커나 멧치를 배알이를 끄내고 쿵쿵 두다려너코 고기와 곱창을 너어야 하나니라(굴근 새우가 업스면 보리새우라도 늣나니라) 가을에 심어서 서리전에 먹는 아욱이 맛이 대단히 죠흔고로 도미 대가리와 가을 아욱국은 마누라를 내여쫏고 먹는다 하나니라.

온갓 푸성귀가 다 쟝앗지를 만드나 아욱은 못하는고로 사람이 맛이 업게 생긴것을 아욱쟝앗지라 하나니라. 아욱을 말렷다가 겨울에 먹어도 죠흐니라. 시골에서는 메역 대신에 해산 소용이라 하나니라. 가을 아욱이 죠흐나 서리가 맛기젼에 먹나니 서리 마진것은 대기하나니라. 아욱국에 공지란 생선을 너으면 맛이 달고 극히 죠흐니라. (82~83쪽 '아욱국'편 전문. 인용 과정에 이해를 위해 일부 띄어쓰기 및 마침표 붙임)
  
 목차 일부와 본문 일부.
 목차 일부와 본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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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물론 표지까지 그대로 복간했다고 한다. 그래서 1980년대 사라진 세로줄 쓰기인 데다, 지금은 쓰지 않는 용어들이나 표현들이 많다. 게다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지금과 다르다. 이렇다 보니 선뜻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은 부분도 좀 많다. 그래서 좀 더디게 읽힌다. 그럼에도 자꾸 나도 모르게 다른 책을 읽는 틈틈 붙잡게 된다. 이유는 뭘까?

▲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생각할 정도로 정말 많은 우리 음식들이 기록되어 있다. ▲ 지금은 해 먹지 않는 음식들도 많이 기록되어 있는데, 짐작조차 쉽지 않은 생소한 음식들도 많다.
▲ 이름이 같지만 지금과 조리법이 전혀 다른 것들도 많다.
▲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유자채를 이용한 냉면 등, 새로운 음식 개발 힌트가 될 신선한 조리법도 많다.
▲ 다른 나라 음식들도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어 어떤 음식들이 언제 들어왔는지 등을 짐작하게 한다.
▲ 조리법으로 그치지 않고 어떤 음식에 대한 유래나 풍습, 당시 사람들의 인식 등까지 기록했음이 흥미롭다.
▲ 다른 지역의 음식과 비교하거나, 달라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더하고 있다.
▲ 이런 내용을 당시 사람들의 표현이나 용어들로 기록했다.
      
두달 간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은 이렇다. 그래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거나 다양한 것들을 탐구하듯 읽는 재미가 남달랐다. 한마디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까?

1900년대 들어 발달한 인쇄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라고도 한다. 이전에는 필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대량으로 찍어 낼 수 있게됐는데, 이처럼 책 표지에 직접 그려 채색한 그림을 넣기 시작한 것은 1924년. 신선로를 가운데로 여러 가지 음식 재료들이 재미있게 표현된 이 책이 그 최초라고 한다.

뒤표지 광고 속 <마도의 향불>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근대 소설가 방인근(1899~1975년)의 장편소설(533쪽, 영창서관)이다. 동아일보에 연재(1932.11.5~1933. 6.12)한 것을 1934년에 출간했다고 한다. <세계명작 교육동화집>이나 <장한> 등, 아마도 당시 출판된 여러 책 광고들도 흥미롭다.

100년전 사람들은 어떤 음식들을, 어떻게 해먹었을까?를 알수 있는 100년전 레시피북인 동시에 외국 음식들의 도입과 인식 등을 알 수 있는 음식문화사 중요한 자료인 이 책은 또한 여러 분야 두루두루 기념비적인 책인 것이다. 존재 자체로 흥미롭고 가치있는 책이라고 할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 일제강점기 소중히 지켜낸 우리 요리

이용기 (지은이), 라이스트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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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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