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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책을 들추면 다양한 국가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그중에서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제국들은 넓은 강역, 활기찬 경제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인류에 이름을 남긴다. 그렇지만 어떤 제국도 말기의 쇠퇴를 피해서 살아남지는 못했다.

로마 제국은 반으로 나뉘어서 이민족의 침입으로 붕괴했고, 각국이 설립한 식민 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허물어졌다. 어떤 나라도 영원히 세계의 패권울 쥐지는 못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모든 제국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결국엔 패권을 잃는다는 사실이 오늘날의 국가에도 적용될까?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국가다. 그렇다면, 미국도 언젠가는 패권을 잃을 수 있을까?
 
대전환
 대전환
ⓒ 앨프리드맥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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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대학교 역사학자 앨프리드 맥코이가 쓴 <대전환>은 미국 제국의 붕괴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이 주인공이었던 역사 속 사건을 분석하고, 그 사건 속에 비춰지는 제국 붕괴의 징후를 더듬어가면서 미국 붕괴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저자는 역사학자로, 미국이 세계 패권과 패권을 지키기 위해 벌인 공작을 연구하며 살아왔다. 그가 생각하기에, 미국이 제국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과거에 미국은 다른 역사상 제국들과 다른 나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그가 보기에 미국은 현재 엄연히 제국이다. 미국은 막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 군대를 배치하고 패권을 가진 나라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미국의 힘은 순수하게 미국인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은 각국에 존재하는 군부 독재자나 고분고분한 종속국 지도자, 엘리트들을 활용해서 미국에서 먼 나라도 지배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기밀정보, 비자금,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
 
이런 지원을 하기 전에 지원을 받는 국가의 지도자가 악하고 폭력적인지, 독재자인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남미의 군사정권을 지원한 것이 그 예다. 저자는 이런 종속국 지배층 네트워크는 반세기 넘게 미국이 효율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 토대였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 네트워크는 점점 느슨해지고 충성스러운 협조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저자가 보기에 이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각 국의 독재자들은 자신들을 후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워싱턴과 독재자의 동맹에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 애초에 워싱턴은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인물을 종속국 지도자로 선택한다. 종속국 지도자는 정권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강대국의 후원이 필수적이기에 워싱턴과 손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종속국 지도자는 보잘것없는 정치자본을 총동원하여 워싱턴의 요구를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117~118P
 
그런데 종속국 지도자들은 결국 미국의 요구를 최우선시 하느라 대중과 미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지다가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결국 미국이 추구해온, 각 나라를 독립국인 것처럼 대우하는 한편 미국의 힘에 의존하는 처지를 이용하는 정책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 저자가 보는 미국의 약점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가 드는 문제 중 하나는 고문이다. 저자는 폭압적인 고문을 통해서 심문하는 전략은 효율적인 기법도 아니고, 이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비효율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따라서 고문 사용과 그로 인한 도덕성 훼손은 몰락하는 제국의 징후인 동시에 원인이 된다. 그러나 미국 부시 행정부는 고문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중동 정세의 혼란을 가져왔다. 실제로, 중동 테러리스트 상당수가 미군 교도소의 고문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동에서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는 미국 고위급 외교관들은 2006년 쿠웨이트 회담에서 "수감자 심문 및 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관타나모와 아부그라이브의 수감자 처우가 외국 테러리스트와 지하디스트가 이라크로 집결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라고 전했다. -207P
 
그렇다면 제국으로서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는 미국을 가장 위협하는 상대는 누구일까. 저자는 중국을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본다.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서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해서, 동부는 한국, 일본 등과 맺은 양자 동맹을 통해서 패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세월 미국은 중동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이라크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헛걸음을 한 반면,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면서 남중국해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중국이 산업 역량과 천연자원을 결합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세계 제국이 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책의 마지막 장에 중국의 성장에 의해 미국이 가진 주도권이 사라지고 미국 제국의 패권이 붕괴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적어 두었다. 저자는 제국이 무너지는 일은 삽시간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제국이 현재 강해보인다고 해서 앞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양극의 냉전 시기에는 순종한 나라들이 다극의 시기에는 조용히 미국을 떠난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는 역사학자이고, 그의 예측이 모두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일은 누구나 알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언급한 종속국의 엘리트 이탈, 고문 등 종속국에 대한 억압적인 정책으로 인한 반미 감정 자극 등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미국이 내세우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치가 다른 국가에게 허망하게, 혹은 위협적으로 다가온다면, 이는 잠재적인 제국의 적대자를 만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강조하는 책이다.

태그:#미국, #제국, #몰락, #멸망,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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