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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함께 외친 단체 활동가들과 예술가가 함께 제주로 떠났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에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제주의 모습을 목격하고, 제주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제주를 마음에 품고, 한껏 느끼고 왔습니다. 제주에 대한 사랑과 아픔을 나눕니다.[기자말]
크리스마스다. 그리스도교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예수 아기의 탄생 대축일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의미가 큰 날이다. 예수 아기가 이 세상에 오던 날 천문학자들은 별의 안내를 받으며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 들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도 천사의 말을 듣고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하러 왔다. 소와 양도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께 경배한다.

하필이면 이 아기는 인간들의 집에서 태어나지 아니하시고, 짐승들의 먹이 그릇인 말구유에 오셨을까? 바로 이 점이 인간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로 오신 것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존재를 하나같이 자기 몸으로 섬기시는 징표를 보여준다. 우주 일체를 섬기고자 오신 분이다. 구유에 오신 것은 짐승의 먹이로 오신 것이다. 인간 세상만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무한한 우주 공간과 무한한 시간에 걸쳐서 몽땅 해결 하러 오신 것이다. 일체의 것들의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아기 예수가 오신 것이다.

이렇게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해석한 아기 예수의 탄생의 의미를 담아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 특히, 제주 제2공항에 터전을 빼앗기게 생긴 성산 일대의 사람들, 생물들, 미생물들 모두와 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 예수 아기가 가지고 온 평화로 인사를 드린다.

강정마을 이후 10년, 이번엔 성산포

성산 일대는 전라남도 일대에서 이주해 와서 어렵게 터전을 일군 분들이 많은 곳이다. 그 중에는 천주교 신앙을 믿으며 살아온 이들도 있어서 이분들은 자연스럽게 성산포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성산포에는 또 한국전쟁 무렵 이북에서 내려온 분들도 많다. 이분들은 성산포 성당에 다니는 자매들과 결혼을 하면서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성산 일대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왔고 그 중에는 천주교 신자들도 많다. 

60-70년대에는 미국인 양 하워르드 신부님이 양을 키우며 목장을 운영하였고, 80년대에는 아일랜드인 설요한 신부님이 화훼를 하였다. 그 다양성이 있었기 때문에 온평리에서도 가톨릭 사제 세 분이 나왔다. 난산리, 오조리, 성산리 곳곳에서 많은 수녀님이 나왔다. 오랜 기간 성당 하나가 주변에 있는 김녕 마을부터 표선 마을까지 관할하면서 복음을 전한 곳이 바로 성산포 일대다. 

성산포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도 모여 있는 곳이다. 하도리부터 오조리, 광치기 해변부터 신양리, 그리고 온평리부터 표선까지 철새들의 이동경로인 천혜의 자연 생태공원이며, 고래들이 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공동체를 이루는, 말 그대로 세계 자연 유산의 섬에 어울리는 하늘과 땅을 갖춘 최고의 장소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나도 성산포 성당 신부를 2년 하였다. 열혈사제였다. 2009년 강정마을에서 평화순례를 시작한 사람들을 위해 성당 시설과 마당을 내주고, 드럼통을 만들어 불을 지피고,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와 함께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를 하시는 난산리 김형주 이장님 가게에서 속옷과 수건을 구해다가 선물을 하였다. 나는 그분들을 그냥 하룻밤 머물다 가는 길손이 아니라 제주를 지키는 평화의 사도라 생각하며 성의를 표하였다. 

그리고 딱 10년이 지났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이번엔 성산 사람들, 그리고 그 땅이 성산포가 됐다.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성당에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연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이들도 없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느님이 창조한 천국과 이승을 철저히 분리하고, 죄와 은총을 반대로 생각하고, 세속과 교회를 다른 세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인간, 환경영향평가에서 유일하게 배제되어야 할 종

종교적 다양성, 다양한 이웃 종교 간의 대화는 세상을 향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비롭게 감싸 안아 주신 우리가 모셔 온 신의 바람이다. 하느님의 바람이다. 부처님의 바람이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 세상과 교회를 잇는 중개자 그래서 종교의 대상과 관심은 결코 어느 한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의 종교, 인간만을 위해 창조된 자연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창조물들은 어머니 대지와 대양을 잠시 빌려 쓰다 갈 뿐이다. 물고기와 새들, 숲과 오름, 화산석 돌담, 용천수와 숨골, 동굴 모두가 다 창조물로서 친족 관계에 있다. 지구 어머니에게서 나온 생명이다.

지구 어머니는 이 시간, 이곳에서 모든 생명이 같이 살아가도록 자신을 희생해 왔다. 인간이 오기 전 20만 년 이상 이렇게 이 대지는 생명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인심 좋은 곳이었다. 적당히 자기 것을 취하면서도 서로 ᄌᆞ냥 정신(절약정신을 가리키는 제주어)을 실천할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하늘에서 내리 쬐는 빛을 받은 온평 일대의 오름과 땅들에서 발산하는 광합성과, 그 땅 그 동굴, 그 숨골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인간에게 질소를 공급하는 미생물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생명의 터전, '성산에 평화! 일출봉아 사랑해!' 라는 시구로 생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축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가장 늦게 출현한 생명이 인간이다. 그리고 불도저로 대지를 박살내고, 케이슨으로 대양을 박살내고, 아스콘으로 표토와 미생물을 몰살하는 극악무도한 생명청소가 4.3의 아픔처럼 정치인들과 개발업자들과 토건세력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다. 

인간은 자기 성찰을 하고 기억의 능력을 통해 문화를 전달하는 뛰어난 존재이기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을 기대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이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인간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중독성의 유혹이 있다. 개발,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다. 마지막에 등장해서 철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을 하고 있는 인간에게 "모든 것이 다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을 지구 어떤 생명도 동의한 적이 없다.

인간은 새벽을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자연을 아름답게 꾸며 보겠다는 개발과 성장의 유혹 앞에 놓여 있다. 이것이 죄의 본성이다. 어느 한 종교가 아닌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종교가 이 죄 앞에서는 하나이다. 욕심과 살생은 죄이다.

전략 환경영향평가에서 유일하게 배제되어야 할 종(種)이 인간이다. 종들이 모여 설령 우리 중에 누군가는 빠져야 한다며 점수를 매기고 평가를 한다면 모든 종에게서 지구를 떠나야 할 대상은 인간이라는 표결이 나올 것이다. 인간은 고립되었다. 인간은 자기만 보는 자폐에 걸린 중환자이다. 그러므로 인간 없이 신, 종교를 논할 수 없다. 거꾸로 신과 종교를 논하려면 인간이 자연에 저지르는 죄 앞에서 완전히 뉘우치고 회개해야만이 지구 어머니인 대지와 대양 안에서 다른 생명체와 공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2공항과 같은 자연에 대한 학살 행위를 멈춰야 한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있는 살인의 충동, 전쟁의 유혹, 그리고 과학과 무기를 이용해 인간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한 생각을 갖는 이는 유대왕 헤로데와 같은 사람들이다.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예수와 같은 나잇대 두 살 이하의 남자 아이들을 다 죽인 헤로데의 만행을 넘어서 150만 평의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도 있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신앙, 행동이 따르지 않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다. 간디의 말을 기억한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존중하지만,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은 싫다" 그렇다. 오늘 예수 아기의 탄생을 경축하면서도 그의 진리와 사랑을 따르다 숨진 많은 순교자들, 활동가들, 평화 운동가들에게 진정으로 예수 아기의 평화를 나누고 싶다.

허찬란(신부/우주는 푸른 용 역자)
 
 제2공항 예정부지 성산일대
 제2공항 예정부지 성산일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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