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래도 못 나가. 우리 모두 함께 살자."

23일 오후 한국지엠(GM) 창원공장 앞에 모인 노동자들이 외쳤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생산현장에 대해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이 일해오던 공정에 정규직을 투입한 첫날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을 결의한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은 이날 오후 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해고 대상 비정규직을 포함해 6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지엠은 물량 감소를 이유로 이날부터 교대제 전환에 들어갔다. 한국지엠은 7개 하청업체의 도급계약을 이달 말로 종료하고, 비정규직 585명에 대해 해고 통지했다. 업체는 이날부터 비정규직에 대해 휴가조치를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상당수가 '출근 투쟁'했다. 회사는 이날 아침부터 생산현장에 대해, 비정규직이 맡아오던 공정을 정규직으로 투입하도록 하면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조합원들은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는 공정에는 들어오지 않고 있지만,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없거나 비조합원이 출근하지 않은 일부 비정규직 공정에 투입된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규직인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겸 (차기) 한국지엠지부장과 장순용 (차기)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장 등 일부 간부들이 함께 했다.

정규직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는 비정규직의 고용대책 없이는 교대제 전환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큰사진보기
▲  23일 아침 한국지엠 창원공장 생산공정 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금속노조	관련사진보기

 
"함께 외쳐보자. 우리 모두 함께 살자"

집회는 발언과 문화공연으로 이어졌다. 임정득 노동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아사히 몸짓패'가 공연했다.

창원공장 앞에 모인 노동자들은 이미 폐쇄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언급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지난 주 이곳에서 열린 집회 마지막에 '이대로 못 나가'를 외쳤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심정을 표현한 말이라 100% 공감한다"며 "함께 외쳐보자. 우리 모두 함께 살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 가장 절박한 심정으로 함께 외치는 구호가 길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2019년 투쟁을 마무리할 수 없기에 2020년 날짜와 세월은 의미가 없다. 금속노조는 싸우고 있는 곳이 현장이고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할 것이기에, 연말연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폐업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거론한 김 위원장은 "가슴 아프고 서러웠던 군산의 경험이 아직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합쳐서 다들 가슴에 한이 맺혀 있다"며 "그 눈물, 설움, 절박함이 끝나기 전에 창원에서 1교대 전환의 의미를 뛰어넘는 지엠자본의 강도짓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자본이 정한 1교대 전환의 날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을 선포하는 날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첫 시작은 작을 수 있다. 첫 시작이 다소 보기에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 벌어졌던 상황에 대해 이미 지엠자본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는 말을 동지들이 상식적으로 알 것"이라며 "이제 군산의 눈물이 창원으로 넘지 못하도록, 부평(공장, 본사)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동지들과 함께 막아내겠다. 대안도 만들겠다"고 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이 투쟁의 끝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1교대 전환을 넘어 더 이상 지엠의 거칠 것 없는 폭주를 막아내는 게 금속노조다"며 "일단 노조는 노사간에 정중하게 다시 교섭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내 교섭을 거부한다면 금속노조와 투쟁한다는 신호탄으로 알고, 동지와 함께 노조가 군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조합원을 지켜내고, 새해 포문을 이 자리에서 열겠다"고 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막아내지 못하고, 닫힌 정문을 열지 못하고,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2020년 금속노조 사업은 없다"며 "결사가 무엇인지, 그 투쟁의 끝이 무엇인지 당당하게 투쟁하겠다. 동지와 함께 승리의 기운을 담고 동지와 함께 현장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여영국 국회의원(창원성산)은 "저는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가로 막힌 철문 뒤로 비정규직 동지들이 앉아 있다. 간절함이 느껴진다. 투쟁"이라고 말했다.

여 의원은 "함께 하기 위해서 산업은행도 만나고 노동부도 만났다. 차라리 만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8100억 원을 지원하고도 대량해고가 되는데 아무 것도 못하는 산업은행 관계자 이야기를 들었고, 노동부는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리고 회사가 이의신청을 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있으나 마나한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은 한-일간 전쟁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해, 아베 정권은 무역보복으로 대응했다"며 "대한민국 대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했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내용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법원 판결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비정규직들이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권이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변할 것이냐"고 했다.

이어 "이미 대법 판결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긴급 해고 정지명령'을 내려야 한다. 당장 이행하기 바란다"며 "이것을 이행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는 아베 정권보다 더 못하다는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더붙였다.

여영국 의원은 "금속노조는 군산공장의 바람이 창원에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우려된다"며 "지엠이 힘들다고 하면 정부가 지엠의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나가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할 것이냐, 차라리 지엠을 정부가 인수해서 고용을 책임지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지엠 자본이 군산공장을 갈기갈기 찢는 작전을 벌여 성공했던 본부장이 창원공장으로 옮겨 와 있다"며 "군산이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그 아픔은 잊지 않겠다. 우리는 군산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지부장은 "지엠자본은 현장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고 싸움을 붙여서, 정규직 손에 피를 묻히게 하는 작태를 하고 있다"며 "창원공장은 원-하청 노동자들이 하나다. 지엠의 반인간적 탄압을 막아내고 공동체 사회연대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했다.
  

▲ "한국지엠 창원공장 해고 철회"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은선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이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과 결혼할 '예비신부'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 윤성효	관련영상보기

해고를 앞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과 곧 결혼할 예비신부의 편지를 이은선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이 대신 읽었다.

예비신부는 "청천벽력과 같은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해고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나 절망적인 소식이니다. 앞으로 일터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 사람을 바라보며 결혼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파혼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하는 깊은 고민과 괴로움을 가져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왜냐하면 지금의 이 상황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닌 이 땅에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 그리고 저에게 닥쳐 온 실제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인생의 전환점 앞에 있는 저에게는 지금의 이 상황들이 너무나 큰 괴로움이다"고 했다.

예비신부는 "창원 한국GM 임직원과 원청 조합원 여러분. 간곡히 부탁드린다. 부모의 둥지를 떠나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는 저희들에게 작은 희망과 힘을 실어주실 부탁드린다. 많은 연봉과 높은 직위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저희에게 허락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배성도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은 한국지엠 사장인 카허 카젬이다. 그 증거는 차고도 넘쳐난다. 대법원과 노동부가 창원, 부평, 군산공장에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불법파견 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해고사태를 보면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퇴직위로금을 준다고 한다. 이 자체만봐도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한국지엠은 이런 꼼수로 불법파견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8100억 원 혈세를 지원 받으며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과 향수 10여 년간 사업장을 유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군산공장도 마찬가지였다. 1교대 전환하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못한다고 협박하여 1100여명의 비정규직들이 쫓겨나고, 결국 신차를 받고도 군산공장이 폐쇄되는 아픔을 똑똑히 보았다"고 했다.

배 지회장은 "그래서 창원공장은 자본에 끌려가지 말고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버텨냈으면 좋겟다. 단결한 노동자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했다. 창원공장에서 반드시 이루어 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고, 배성도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고, 정규직인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왼쪽)과 장순용 (차기)창원지회장이 함께 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고, 여영국 국회의원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손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3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대량해고, 1교대 전환 반대 금속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비정규직들이 정문 안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